세상의 배역을 벗고 나로 복귀하는 장소

WORD 41 : 세면대

by 다시청년


세면대는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내려와 배역을 벗는 곳이다.

문을 닫고 들어선 1평의 공간에서

우리는 누군가의 대표, 부모, 혹은 사회의 일원이라는 이름표를 잠시 내려놓는다.

타인의 시선에 맞춰 정교하게 그려냈던 표정들을 물로 씻어내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본래의 나와 마주한다.


화장을 지우고 얼굴을 닦는 행위는 단순한 세안이 아니다.

세상에서 묻혀온 소음과 분주함을 털어내고 가장 고유한 나로 돌아오는 의식이다.

거울 속의 민낯은 때로 지쳐 보이고 때로는 낯설다.

그 무방비한 상태를 오롯이 받아들이는 용기도 필요하다.


성장은 무작정 앞을 향해 달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매일 밤 나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길을 잃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흐트러진 내면을 단정하게 갈무리하고,

내일을 위해 오늘의 마음을 비울줄 알아야 한다.


세면대 앞, 세상의 배역으로부터 잠시 로그아웃하는 장소다.

거울 속의 민낯과 대면하며, 가장 사적인 평온으로 복귀하는 시간이다.



다시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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