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의 가치는 거친 흡수력에 있다

WORD 45 : 수건

by 다시청년

수건의 가치는 겉도는 보드라움보다 거친 흡수력에 있다.

섬유유연제로 마감한 수건은 매끄럽지만,

몸의 습기를 가차 없이 앗아가는 건 언제나 볕에 바짝 말린 빳빳한 수건이다.


말도 이와 닮았다. 매끈하게 코팅된 위로는 당장 듣기에만 좋을 뿐,

삶의 눅눅함을 근본적으로 닦아내지 못한다.

진정성 없는 말은 피부 위를 겉도는 물기처럼 금세 휘발될 뿐이다.


날카로운 현실의 조언은 마주하는 순간 본능적인 거부감이 든다.

공격받는 듯한 불쾌함이 먼저 앞선다.

열기가 식고 난 자리에 남는 것은 묘한 감사함이다.

빳빳한 수건이 습기를 앗아가듯, 거친 진실이 나태함에 절어 있던 정신을 바싹 말려주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말은 금세 잊히지만, 중심을 제대로 긁어준 말의 진가는 오래도록 남는다.


코팅된 안락함보다 진실된 마찰을 구분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따갑더라도 정신을 선명하게 깨우는 질감을 기꺼이 포용하는 자세.

수건은 일러준다. 성장은 매끄러운 거짓에 안주할 때 일어나지 않는다.

거칠게 다가오는 타인의 지혜를 내 것으로 흡수하는 찰나에 있다.

까칠한 조언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용기, 성장에 이르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다시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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