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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댕굴 Aug 27. 2021

즐거운 여행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지를 선택하기 위해 조사를 하며 마주하는 사진을 보며 그 속의 내 모습을 그려보는 것도, 묘한 설렘으로 상기된 분위기의 공항 안을 무거운 짐을 들고 돌아다는 것도, 여행지에 도착하는 순간 느껴지는 그 장소만의 냄새와 분위기를 느끼는 것도 모두 순위를 매길 수 없을 만큼 좋아하는 일들이다.


특히 요즘 같은 세상엔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숨을 돌리는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 같다. 도시는 도시 나름대로 바쁘게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맛이 있고,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게 여유를 즐기는 것도 그 나름의 낭만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재미와 추억으로 또 바쁜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열심히 살아가곤 한다.


팬데믹이 시작되고 여행을 가지 못하게 되며 과거에 다녀온 여행을 추억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리고 여행에 대한 목마름과 그리움이 간절해지며 주변 사람들과도 각자의 여행 경험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중 내가 가장 많이 언급한 여행이 바로 작년 여름에 교환학생을 마무리하며 2주간 떠났던 크로아티아 여행이다. 



두브로브니크, 크로아티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일상에 힘이 되는 여행을 마음 속에 품고 사는 것은 무척 든든하다. 성벽을 따라 걸으면서 볼 수 있는 끝없이 펼쳐진 주황색 지붕들과 넘실거리는 에메랄드 빛 바다, 뜨거운 태양을 피해 들어간 가게에서 건네오던 인사말과 골목길에서 만날 수 있었던 수많은 고양이들. 크로아티아에서의 모든 순간이 1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 것은 크로아티아가 내가 살면서 본 바다 중 가장 아름다웠기 때문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아마 내가 크로아티아 여행을 함께 한 사람들 때문일 것이다. 


20대인데도 쓸데없이 청춘 여행에 로망을 가진 나에게 20대만 할 수 있는 여행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세 명의 여행 동료들은 놀랍게도 한 명을 제외하곤 그리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다.


우리는 아무나와 여행을 떠나지 않는다. 새로운 세상에 함께 발을 디딜 일종의 동료를 선택하는 것인데 믿을만하지 않은 사람 혹은 잘 모르는 사람을 선뜻 내 동료로 택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잘 아는 사람, 그리고 나를 잘 안 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여행을 떠나곤 한다. 여행을 떠날 때 우리가 투자하는 모든 노력, 시간 그리고 돈을 생각해보았을 때 새로운 경험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내 경험을 더욱 아름답고 재미있게 만들어줄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망망대해에서 카약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무섭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친구와 단 둘이 동굴로 수영을 하러 가며 이들의 마음을 조금 이해한 것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들과 함께 여행을 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내가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한 사람이 함께 했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순간 여행이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매일 아침식사를 하며 그 날 무엇을 할 지 결정했고, 숙소도 거의 매 번 하루 전에 예약을 했으며 교통편도 그 날 아침에서야 부랴부랴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계획형 인간인 나로써는 참을 수 없는 방식이었으나 이상하게 불편하거나 불안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불확실함과 무계획에서 나오는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즐겁고 기대되었다. 늦잠을 자서 계획이 엉망이 되고 가고자 한 곳을 다 가지도 못했는데 하나도 아쉽지 않았고, 그냥 다같이 앉아서 떠드는 시간이 가장 즐거웠다. 


사실 여행의 모든 순간이 계획하고 상상한 것처럼 아름답기만 하면 좋을텐데 우리는 여행을 하며 많은 예측하지 못한 변화와 계획의 수정을 겪게 되고 그 상황에 대처를 해야 한다. 여행의 목적이 관광이나 체험이라면 이러한 순간들은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여행이 다 망해버렸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행의 목적이 함께 하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쌓기 위해서라면 말이 달라진다. 이러한 위기의 순간들을 함께 하는 동료들과 잘 이겨낸다면 아마 그 여행은 평생 잊지못할 추억이 될 것이고, 함께 했던 사람들과는 더욱 돈독한 관계로 거듭나 다음 여정을 함께 하게 될지도 모른다. 크로아티아 여행을 끝내며 우리는 다음 여행을 약속했다. 다음 여행을 약속하게 되는 것이야말로 그 여행이 성공적이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지난 주에 떠났던 거제도 여행에서 거제도에 도착하자마자 탄 택시의 기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어디에 있든지 같이 있는 사람들이 중요하지 장소가 중요합니까"


이 한 마디가 나에게 더 강력하게 느껴진 것은 당시 함께 여행을 하던 친구들과 이러한 가치를 담은 서비스를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또 한 편에서는 작년의 크로아티아 여행이 떠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행의 시작부터 좋은 기사님을 만나 좋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거제도/통영 여행은 사실 꽤나 순탄치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만 봐도 웃음이 나고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게 만들어지는 추억이 될 것 같은 이유는 역시 함께 했던 사람들 덕분인 것 같다. 여행에서 돌아온 직후부터 다음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점을 보아 이번 여행도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여행 동료를 얻는 것은 곧 일상에 힘이 될 추억을 쌓을 수 있다는 말이기에,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즐거운 여행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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