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동 Jan 08. 2021

<시인의 사랑> 오직 사랑만이 시를 쓰게 만든다


당신을 좋아하는 마음이 커지고, 그리움은 마음에 고이니, 세상이 절로 시가 됐다. 사랑하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던데, 그래서 그랬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사랑 같은 것을 나도 해본 적이 있다.


당신과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의 생일이 있었다. 나는 선물과 함께 전할 편지에 담을 말들을 고르기 위해 고심했다. 오래도록 행복하자라는 말은 평범했고, 사랑해라는 말은 커다란 내 마음을 모두 담지 못했고, 운명이나 인연은 지나치게 상투적이었다. 그렇게 고민하다 적어낸 말들은 사실 돌이켜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말들이었다. 당신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내가 당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늘어놓다 급하게 마무리 하는 두서 없는 말들. 그래도 당신은 내게 고맙다 말했고, 나는 당신의 사랑 안에서 부푼 마음을 안고 행복해했다.


영화 <시인의 사랑>에서 시인은 ‘자꾸만 생각나는 사람’을 만나고 쓰지 못했던 시를 다시 쓰게 된다. 사람들은 영화 속 시인의 마음을 두고 동정이나 연민이라고 하지만 나는 분명 사랑이었다고 생각한다. 동정이나 연민은 마음을 흔들지만 글을 쓰게 하진 않는다. 시인이 썼던 시는, 분명 사랑이기에 가능한 것들이었다.


시인은 말한다. “세상에 자기 혼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뭐가 필요한지 정도는 알고 있어. 그건 한 사람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같이 있어줄 수 있는 단 한 사람”. 내게도 그런 단 한 사람이 있었고, 나 역시 누군가의 단 한 사람으로 존재했던 날들이 있었다. 세상이 시가 됐던, 내가 시인이 됐던, 그런 날들이.

매거진의 이전글 <원더> 세상에 대해, 사람에 대해 기대를 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