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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uly May 20. 2022

왜 '손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지배를 하지 않는가?

<철학의 기원> 1,2장


남산강 학원에서 하는 인류학 세미나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원체 인류학과 관련된 이야기나 강의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좋은 기회다 싶어서 참석하게 되었다. 





첫 3주의 텍스트로 선정된 <철학의 기원>이 흥미로운 책이었다. 기본적으로 이 책에서는 그리스가 아니라 이오니아를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이오니아에서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식과 생각의 변화를 통해 기존 철학을 바라보던 관점을 새롭게 보려고 하는 가라타니 고진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기본적으로 이번 인류학 세미나는 '기술'을 중심으로 해서 보고 있는데 그러한 부분들이 참 재밌었다. 기술을 어떤 관점을 가지고 바라봐야 된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던지라 어렵기도 하면서 흥미롭다는 생각을 현재로써는 하고 있다. 선생님에 따르면 여기서의 '기술'은 이오니아 도시에 살던 사람들의 '손기술'을 의미한다고 하고 있다. '기술' 혹은 '손기술'이라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좀 더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은 들지만 느껴지는데로 보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손기술'이라는 것은 소위 얘기하는 장인의 그것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즉 오랫동안 익혀와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수하려면 시간이 오래걸리는 그런 기술이라고 할까. 이러한 인식을 토대로 <철학의 기원>에서 선생님은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지배하지 않는다라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그러한 결론을 도출하는 생각의 흐름 자체도 흥미롭고 도출된 결론도 굉장히 흥미롭다. 선생님의 해석에 따르면 '씨족'사회에서는 증여와 호혜를 바탕으로 사회가 구성이 되어 있는데 이러한 사회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부의 축적이 일어나면서 계급이 생겨나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불평등이 생기게 되고 지배-피지배의 관계들이 생겨나게 된다. 이렇게 변한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서 물건을 같은 가치로 교환하는 그런 사회가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고, 또 살고 있는 그런 사회다. 그런데 가라타니 고진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당시 그리스 식민지였던 이오니아 지역, 아이슬란드 초창기, 미국 18세기에 있던 타운십 처럼  새롭게 등장한 질서와 사회에 대해 언급한다. 예시의 지역에서는  기존 '씨족'사회가 살아가는 방식인 증여와 호혜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한명의 '개인'으로써 함께 살아가기 위해 일종의 계약인 '맹약'을 맺게 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타인을 약탈하거나 강제적으로 부역시키는 걸 통해서 사회를 유지하는 것이 아닌, 노동과 교환을 통해 생활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가 생겨나게 된다는 것이였다. 가장 큰 차이점은,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이런 사회에서는 남을 지배하지 않고 노동과 교환을 통해 사회를 유지하는데, 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손기술'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이였다. 여기서 대비가 되는 것은 민주주의의 효시라고 알려진 그리스이다. 그리스는 실제로는 노예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그런 의미에서 불평등이 극에 달했던 사회였던 반면 이오니아라는 식민도시는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만든 도시로 기존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함께 살기 위해 개개인들이 맺은 계약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사회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바로 '손기술'을 가진 사람들이였고 그들은 지배보다는 노동과 교환을 통해서 사회를 이루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도출된 결론이 '손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지배를 하지 않는다 라는 것이였다. 선생님께서는 그 문제를 숙제로 남겨주셨고  여전히 나는 고민 중이다.




한편으로는 기존의 철학을 바라보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오니아인의 관점으로 새롭게 철학을 해석한 방식이 흥미로웠다. 또한편으로는 '기술'이라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 깊이 고민할 수 있던 건 '기술'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는 일본인(편견 일수도 있지만)이였기 때문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래서 '기술'을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한국의 풍토에서 과연 이러한 고민을 진지하게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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