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결국 1. 전자레인지 라면

삶은결국의식주일뿐이다

by 주연


삶은결국 1. 전자레인지 라면



작년에 남향집에서 남동향 집으로 이사를 왔다. 이사를 준비할 적에 우리는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며 크게 두 곳으로 후보를 정했다. 1순위가 현재 사는 남동향집이었고 2순위는 동향의 집이었는데, 뷰는 동향집이 훨씬 좋았다. 그곳은 도시 한복판에서 강을 내려다보는 곳이었고 저 멀리 파노라마 같은 산등성이도 마주할 수 있었다. 다만 완전 동향인 것이 얼굴을 어둡게 했다. 이 말은 은유적 표현이 아니라 사실적 묘사다. 집을 보러 간 시각이 오후 늦지 않은 시각임에도, LED 조명을 환하게 켰음에도,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자연광이 없는 집은 이렇구나. 남향에서만 살다 보니 해가 넘어간다는 이야기가 피부로 와 닿지 않았다. 요즘 아파트들 아무리 뷰가 멋지다고 해도 결국 햇볕 잘 드는 게 장땡이라는 말을 덧붙였던 부동산 중개인의 말이 떠올랐다. 어쨌든 동향집은 뒤로하고, 이리저리 재고 따지다가 고른 곳이 이곳, 남동향의 웃풍이 드센 집이다.


살면서 웃풍이 세다는 느낌 또한 받아본 적 없다. 하지만 이 집은 웃풍이 거세다. 방바닥을 절절 끓게 하여도 윗공기는 서늘할 곳이다. 종종 발목 주위로 얕은 바람이 불고 어디선가 바람이 새는 소리가 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모든 방문이 닫혀있어도 저절로 수치가 올라간다. 나는 겨우내 웃풍을 피해 내복과 수면 양말을 챙겨 입고 있다. 해가 지는 초저녁이 가장 서늘하다.


나는 새벽 수유를 하고 수면 양말에 두툼한 실내화까지 신고 거실을 가로질러 갔다. 거기서 동이 트기를 기다렸다. 동쪽에서 오렌지빛이 감도는 사이 초승달이 점점 옅어졌다. 따뜻한 라면을 먹으면 좋은 시간이었다. 산후풍의 영향으로 손의 마디마디가 시려오면서 점점 물 닿는 게 두려워진다. 그래서 설거지 양을 줄일 요령으로, '전자레인지로 라면 끓이기'를 검색했다. 전자레인지로 봉지라면 끓이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라면기에 생라면과 스프를 넣고, 커피포트로 끓인 물을 붓는다. 전자레인지용 뚜껑을 덮어 3분, 한 번 뒤집어주고 1분을 돌리면 즉석 라면 완성이다. 라면은 스프국물을 머금어 짭짤하게 잘 익었다. 새콤한 김치를 곁들이면 금상첨화이나 새벽부터 냉기 맡기 싫어 그대로 후루룩 들이켰다. 따뜻하고 짭다. 아기가 깼을까? 5분 안에 밥을 먹고 치우면서 계속 아기가 있는 방으로 곁눈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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