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결국 17. 압타밀
나는 조리원에서 주로 누워 있었다. 출산 후 왕성해진 릴렉신 호르몬이 온몸의 관절을 늘려놨고, 소관절인 손목 역시 성치 않았다. 그래서 핸드폰을 오래 들고 있으면 손목이 너덜거렸기 때문에 옆으로 누워 베개 위에 손목을 올려둬야 했다. 그렇게 침대와, 핸드폰과, 한 몸이 되어 많은 것을 검색했는데, 아마도 분유를 검색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을 것이다. 조리원에서 '젖몸살 심한 엄마'로 알려진 나는 출산의 고통과 맞먹는 통증으로 고생 중이었다. 집에 가서는 본격적으로 분유 수유를 할 생각으로 여러 가지를 준비하며 지냈다.
분유 수유를 하면 보통 조리원에서 먹던 분유를 그대로 먹이기도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더 좋을 것으로 생각되는) 다른 분유를 찾아 헤맨다. 우리도 성분을 따져가며 몇 가지를 추려냈다. 이때 외국 분유도 한국에 많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물론 직구도 어려울 것 없었다. 일단은 뭐가 맞을지 모르니 한국 분유를 우선 선택했고, 특히 영양이 풍부하다는 산양 분유를 먹이다가 변비가 심해져 홍역을 치렀다. 그래서 다시 검색, 또 검색.
지금은 독일 분유인 압타밀을 7통째 먹이고 있다. 변비도 해결되었고 매번 황금색 변을 눠 만족스럽다. 꿀꺽꿀꺽 잘도 받아먹는 걸 보면 이게 그렇게 맛있는지 궁금하다. 분유의 온도를 파악한답시고 팔목에 떨어뜨려 맛 본적도 있다. 익숙하면서도 맛없는, 자판기 우유에서 조금 더 맹맹한 버전이었다. 엥, 이게 맛있어? 지금이야 온갖 걸 다 맛봐서 어떤 음식을 먹어도 감흥이 덜하다. 그렇지만 아기에게는 전부인 맛이라고 생각하니, 식도락 없이 하나의 음식만 존재하는 세계는 어떤 걸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