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결국 16. 레몬차
입안이 텁텁해지는 날이 있다. 점심때 토핑이 흘러넘치는 치즈를 먹었다던지, 간식으로 꾸덕한 크림빵을 잔뜩 먹으면 그렇다. 나는 겨울 출산 후 시시때때로 이가 시려와 찬 음료는 꺼리게 되었고 그래서 시원한 탄산음료 대신 뜨거운 차를 마시며 느끼한 것들을 소화시켰다. 둥굴레차, 자색 옥수수차, 우엉차를 돌려 마시는 나날이었다. 이런 차는 대체로 구수한 편인데, 특별히 상큼한 차도 있다. 베이스에 과일이 들어가면 대게 상큼해진다. 말린 과일을 우려먹어도 좋고 과일향을 덧댄 허브티도 깔끔하다.
나는 상큼한 차로는 레몬차를 즐겨 마신다. 생 레몬을 구연산과 식초로 빡빡 씻어서 얇게 썬다. 얇은 레몬 조각을 뜨거운 물에 몇 개 넣고 우리면 천연 레몬차가 된다. 기호에 따라 꿀을 한 스푼 넣어도 잘 어울린다. 은근 변비에도 도움이 되는 경향이 있어 속이 불편할 때 꼭 생각난다. 뜨거운 레몬 차가 식도로 넘어가면서, 위를 한 바퀴 돌고 장으로 내려가면서, 막힌 음식을 데리고 쑥쑥 내려가면서, 조각 글을 쓰고 짬짬이 다듬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