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부터 줌으로 만나는 글방에 다니고 있다. 글방 멤버들은 쓰기에 순수한 열정을 갖고 있다. 그들의 글을 읽는 것도 좋고 글에 대해 말하고 듣는 것도 좋다. 나는 말하면서 자주 버벅거렸는데 그렇게 원하는 단어 조합을 떠올리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나아가는 기분이 든다. 모임에서 우리는 미리 써둔 글을 가지고 합평한다. 마지막에는 스승 어딘이 코멘트를 한다.
어딘에 대해 말하자면, 그는 이슬아 이길보라 양다솔의 글방 선생님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슬아 이길보라 양다솔이 누구냐. 이들은 기존 종이책 시대나 등단제도나 문단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글을 쓰면서 생계를 꾸려간 작가들이며, 현재를 이끌어가는 젊은 작가들이다. 나는 간혹 태곳적 이야기, 그러니까 새로운 기조를 형성하게 된 시발점에 대해, 글방과 글선생님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읽었었다. 나는 '글방'과 '글 선생님'에 남몰래 환상을 품었다.
오랫동안 조금씩 써 둔 조각글들이 있다. 혼자서 하는 글쓰기는 매우 힘들고 진척이 느렸다. 육아에서도 on call, 집안일에서도 on call, 늘 집 안에서 1분대기조 상태로 있는 내게 글쓰기는 매일같이 깎여나가는 의지였다. 오마에 겐이치가 말했다. 나를 바꾸고 싶으면, 사는 곳을 바꾸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어야 한다고. 그래, 나를 바꾸고 싶으면 환경을 바꿔야 한다... 나는 글쓰는 사람과 만나기로 했다. (그것은 전투적으로 목표삼아야 하는 일이었다. 이때까지 나는 글을 작업으로 쓰는 사람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그러니 글방에 속하는 것, 글쓰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무엇'이 될 것 같았다.
그런 환상. 이런 상상.
'단번에' '무엇'이 '되어', 혼자 하는 일이 돈도 되고 명예도 되고 사회에 영향력을 주기까지 하는.
글방에 다니면서 이런 환상을 잘게잘게 부쉈다.
무엇이든지 '단번에' 되는 건 없었다. 어딘은 글쓰기에 근력이 붙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나는 시간을 들여 원하는 글을 쓰는데 성공한 사례를 알고 있다. SNS에 매주 글을 올리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엽편은 대부분 재미가 없었다. 플롯이 진부하거나 조악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매주 이년째 글을 올리며 쓰기 근력을 키웠다. 결국 그는 문학상을 하나 탔고 돈을 받고 기고를 하는 작가가 되었다. 글이 재밌어졌음은 물론이다. 돌을 낙숫물로 뚫듯, 매일같이 쌓은 글이 이렇게 될 줄이야. 글방에서도 오랫동안 글을 쓰는 사람이 작가가 되는것 같았다. 나는 글방을 잠깐 떠나려다가 말았다. 지금은, 쓰기를 멈추지 않아야 하는 시기다.
또, 어딘은 모든 글은 스토리라고 말했다. 수필을 쓰려고 자리잡으면 눈 앞이 막막하던 차였다. 소설보다 쓰기가 어려웠다. 너무 격앙된다던지 심하게 우울해진다던지 톤 조절에 실패하기 일쑤였고, 결론은 어디서 어떻게 끝나야 할지 갈피를 못잡았다. 작법을 배우면서 알게 된건, 수필은 메모나 일기가 아니며 철저한 계획이 필요한 글이었다는 것이다. 모든 글은 스토리의 잔가지와 다름 없었다. 구조물을 쌓지 않은 글은 금방 무너진다. 내가 수필을 오도하고 있었다. 단단히.
나는 글방에서 ‘계속 쓰기’, ‘제대로 쓰기’를 천천히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