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방학 잘 보냈습니다.
여름방학 기간동안 엄마들의 큰 고민 중 하나는 아이와 하루를 보내며 삼시세끼를 어찌 차려내야 하나였을 것이다. 돌봄교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온전히 내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니 돌밥돌밥(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의 고됨이 내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방학이 되고나서 아이친구 엄마의 추천으로 '오무라이스 잼잼'이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조경규 작가님이 2010년부터 매년 1시즌씩 '다음'에서 연재하고 묶어서 책으로 낸 오무라이스 잼잼은 주변의 일상 음식과 작가님의 가족이야기를 번뜩이는 재치와 따뜻한 애정이 넘치게 잘 그려냈다.
초등 아이가 보기에도 무해하고, 성인인 내가 봐도 흥미롭고 재미있었다.(작가님이 74년생이라서 그런지 어린시절 추억의 음식이 겹치기도 했다.)
아이는 한 권을 몇 번씩 읽으며 새로운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내기도 하고, 먹고싶은 메뉴를 나에게 끊임없이 주문했다.
아들과 나는 방학 시작부터 오무라이스잼잼을 읽으며 하나씩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먹고싶은 음식 도장깨기를 했다.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건 집에서, 맛집 순례가 필요할 땐 맛집으로.
샌드위치, 탕수육, 짜장면, 돈까스, 설렁탕, 시리얼, 식혜, 소프트콘, 만두, 라면, 명란젓, 족발, 닭갈비, 까르보나라, 찜닭, 어묵, 코코아, 떡볶이, 피자, 참치회, 호박죽, 훈제연어, 연어초밥, 떡갈비, 스무디, 삶은계란, 청국장, 낫또, 쌀국수, 월남쌈
<방학 중 우리가 먹은 음식>
평소에 먹지않던 음식도 작가님의 섬세한 음식 그림과 작가님 자녀들의 선호 표현에 홀려(같은 아이라고 동질감을 느꼈나보다.) 처음 먹어보기도 했다. 1권부터 13권까지 보다보니 기저귀를 차고 첫 등장했던 작가님네 자녀들이 이제 중학생이 다 되어서 같이 커 가는걸 보는 재미도 상당했다. (아이는 1권부터 13권까지 3~4회독을 했고, 나는 지금 4권을 읽고있다. 이 책의 단점이 있다면,,, 방학동안에 애가 이 책만 본 것 같다. -_-;;;)
"엄마, 은영이 준영이가 애기였는데 이제 나보다 누나 형아야."
"이 책이 니가 태어나기전에 나온 책이라서 그래."
그럼에도 아이는 부쩍 자라버린 책속의 아이들이 어색한가보다. 이상해, 이상해를 남발한다.
더운 여름에 지쳐 입맛이 없을 뻔한 나도 오무라이스잼잼을 읽으면서 먹고싶은게 많아져서 과식의 길을 걷다보니 여름방학 전보다 몸이 육중해졌다.(맘이 편해서 살쪘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내일은 아이의 개학일이다.
방학동안 삼시세끼에 도움을 주신 조경규 작가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이제 다시 나의 자유시간을 찾게 되었으니 루틴을 챙겨 규칙적인 생활을 시작해야겠다.
더운 날씨에 입맛이 없는 분,
아이와 뭘 먹어야할지 고민이신 분,
추억의 음식이 그리우신 분들께 이 책을 권한다.
<제목 사진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