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성취?
2025년 한 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평소에는 한 해의 마지막 날이나 새로운 해의 첫째 날 같은 건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살았지만, 이번 해는 의미부여를 하고 싶어 져서, 읽히지 않을 연말 인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연말엔 다들 한 해 동안의 성취는 어땠는지, 연초에 계획한 목표는 얼마나 달성했는지, 일 년간의 시간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등의 생각을 하며, 지난 1년간을 되도록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새로운 연도의 목표를 세우게 됩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조금 더 근본적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자신의 목표였던 것, 그리고 지금 자신이 목표하고 있는 것은 진정으로 자신의 목표가 맞나요? 철학은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그저 그렇게 당연히 흘러가는 그러려니 한' 삶과 시간에서 벗어나서, 삶 전체에 대한 불쾌하고 골치 아프면서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학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진정으로 고독한 자기만의 철학함. 이 시간이 많아질수록 인간은 진정으로 자유 정신이 될 수 있고,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 세상을 더욱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거겠죠.
철학적 고민 없이, 그저 '당연히' 연말 정산을 하고 새해 계획을 했다면, 이번 해만큼은 철학적 고민을 해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누군가의 격려, 비판, 평가, 조언 등이 모여서 나의 '당연함'이 되었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게 되었지 않았나요? 그게 과연 당연한지, 당신의 것이 맞는지 고민해보셔야 합니다.
백이면 백, 당신의 것은 없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타인(부모님)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니까요. 그렇지만 사회적 동물은 그저 휩쓸려가기만 하는 존재는 아닙니다. 타인의 흐름, 시간의 흐름, 돈의 흐름에 휩쓸리면서도 그 '휩쓸림'을 인식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죠.
내가 휩쓸리는 존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저는 "아무리 인생을 살고 독서를 해도 여전히 제자리"라는 사실 역시 덤덤히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방금 말은 일종의 거짓말이죠. 덤덤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 한들, 시간에 휩쓸리다 보면 잊어버리거든요. "결국 나의 올해는 허무했는가? 의미 있었는가? 의미 없음도 받아들일 수 있는가? 혹은 나약한 나는 받아들일 수 없는가?" 그 무엇도 진실이 아닙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한 것이, 이러한 모순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결국 이 모든 모순을 생각해 낸 것이 '나'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고, 그렇게 위의 사고과정 전체를 긍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겠죠.
새해 목표는 자신을 긍정하기. 니체식으로 말하면 운명애(Amor Fati)가 되겠네요. 이번 해도, 다음 해도, 언제나 아모르파티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 말하기.....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특히나 자신에 대해서, 원래 그렇다거나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기지 마십시오. 당신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사색하는 것이 불편하겠지만 인생은 불편하려고 사는 겁니다. 우뚝 선 자세는 누운 자세보다 훨씬 불편합니다. 이번 한 해 동안 어떤 가치를 달성했는지? 그 가치라는 것은 무슨 이유로, 어떤 심리로, 어떤 환경 속에서 선정되었고, 그것이 객관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그런 가치들을 설정한 것으로 미뤄보아, 나는 자기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었는지? 이러한 질문들은 나의 억압된 무의식의 그림자와 정면으로 충돌하며, 방어기제를 자극하기 때문에 불편하겠지만, 이런 문제제기를 통해 '나'를 그 '어떤 사람'과도 다른 존재로 만들어주며, 자유롭게 해 줄 겁니다. 그리고 이런 자유로운 정신 속에선 만물에 대한 사랑이 싹트죠.
자유로운 정신을 통해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이는 연말, 연초 되시길 바랍니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