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의 식탁 점령, F&B 산업은 정말 위기일까?
최근 F&B 산업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GLP-1 (Glucagon-like peptide-1)' 계열의 비만 치료제입니다. 단순히 살을 빼는 약을 넘어, 인류의 식습관 자체를 재설계하고 있다는 평까지 나옵니다. 푸드 산업 관점에서는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약물들은 각각의 특성이 뚜렷합니다.
1. Liraglutide (삭센다): 매일 투여해야 하며, 최신 약물들에 비해 체중 감량 속도가 상대적으로 완만합니다.
2. Semaglutide (위고비, 오젬픽): 장 호르몬을 모방해 식욕을 줄이고 위 배출 속도를 늦춰 포만감 오래 유지시켜 줍니다.
3. Tirzepatide (마운자로, 젭바운드): GLP-1뿐만 아니라 GIP (Gastric Inhibitory Polypeptide, 인슐린 분비를 돕고 에너지 대사 조절) 수용체에도 작용하는 이중 작용제. 세마글루타이드보다 평균 체중 감량 폭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4. 차세대 신약 (오포글리프론, 레타트루타이드 등): 주사제가 아닌 경구용 제제나, 에너지 소비를 직접적으로 늘리는 트리플 작용제가 출시를 앞두고 있어 시장의 판도는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Hristakeva et al. (2024)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내 GLP-1 사용자 가구는 약물 도입 6개월 만에 식품 지출이 평균 6% (고소득 가구는 9%) 감소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카테고리별 변화인데요. 냉동 피자, 탄산음료, 스낵 등 이른바 '정크푸드'의 소비는 급감한 반면, 영양바, 요거트, 신선식품과 같은 건강 지향적 제품의 구매는 오히려 늘었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비만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사용자는 미시영양소 결핍 (Micronutrient deficiency) 위험에 노출됩니다. Kerlikowsky et al. (2025) 등의 연구는 비만 속 영양실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고도 비만 위험 요소: 철분 (흡수 저하 및 빈혈 위험), 비타민 D (비만인에게 흔함), 칼슘 부족.
∙ 중증 비만 위험 요소: 비타민 B12 엽산, 마그네슘, 칼륨 부족.
GLP-1 사용자를 위한 필수 Do & Don't 가이드
약물 복용 시 식욕 억제와 함께 갈증 중추까지 억제될 수 있어, 의식적인 관리가 필수적인데요. 실제 권장되는 행동 지침은 다음과 같습니다.
1. Do: 반드시 챙겨야 할 것들
∙ 수분 섭취 (50% 권장): GLP-1은 목마름을 느끼는 감각을 무디게 하므로 의식적으로 물 섭취 권장.
∙ 매일 멀티비타민 복용 (21%): 급격한 식사량 감소로 인한 영양 불균형 관리가 필요.
∙ 특정량의 식이섬유 섭취 (20%): 소화 속도 저하로 인한 변비 예방에 필수.
∙ 기타 보조제 및 비타민 D 섭취 (19%)
∙ 매 끼니 단백질과 '건강한' 지방 섭취 (17%)
2. Don't: 피해야 할 것들
∙ 기름지고 느끼한 음식: 위 배출이 느려진 상태에서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은 심각한 소화불량, 구토, 복통 유발.
∙ 고당분 음식: 급격한 혈당 변화를 유도하여 약물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신체적 불쾌감 증가.
발 빠른 주요 글로벌 식품사들은 이미 'GLP-1' 루틴을 마케팅 키워드로 선점했습니다.
∙ 스무디킹: 'Support your GLP-1 routine' 라인업 (고단백, 고식이섬유 스무디).
∙ 네슬레: 체중 관리 및 GLP-1 사용자를 타겟팅한 전용 브랜드인 'Vital Pursuit' 런칭.
∙ 코나그라: 'Healthy Choice'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 대형 식품사로, GLP friendly 전용 간편식 출시.
식품 기업들이 최근 내놓는 GLP-1 맞춤형 신메뉴들을 보면, 사실 기존의 '고단백∙고식이섬유' 트렌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업들은 단지 GLP-1 사용자가 급증함에 따라 기존 제품군 혹은 런칭할 제품들에 마케팅 용어를 갈아 끼워 이 열풍에 합류하려는 전략으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저는 소비자의 행동 변화와 음식 선택은 이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가 사용자의 장기 투약에 따른 심리에서 일어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 장기 투약과 보상심리: GLP-1은 투약 중단 시 식욕이 즉각 회복되어 요요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데요. 결국 사용자는 체중 유지를 위해 장기 투약이라는 선택지를 택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주목하는 지점은 보상심리 기제입니다.
∙ 식습관의 뿌리와 갈망: GLP-1 사용자의 상당수는 애초에 정크푸드 의존도가 높았던 이들입니다. 약물로 인해 먹을 수 있는 양이 극도로 제한되면, 인간은 그나마 허락된 소량의 한 끼를 가장 자극적이고 즐거움을 주는 (Indulging) 것으로 채우고 싶어 할 것입니다. '평소에 이만큼 참았으니, 한 입 정도는 가장 맛있는 걸 먹어도 되겠지?'라는 보상심리가 발동하는 것이죠.
∙ Zero Food의 필연적 승리: 이러한 맥락에서 저는 Zero food (프로틴바, Sweetener 등으로 대체된 소스류나 간단식)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라 봅니다. 뇌가 갈구하는 자극적인 맛은 적절히 채워주면서도 칼로리 부담은 낮기 때문에, 관리 중인 사용자들에게 완벽한 타협점이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GLP-1이 건강한 식품 시장 (샐러드, 스무디 등)을 드라마틱하게 키우지도, 정크푸드 시장을 무너뜨리는 파괴자가 되지도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극소량의 초자극적 정크푸드에 대한 욕구와 이를 대체할 Zero & High protein 대체식품에 대한 변칙적인 수요를 만들어내지 않을까요?
References
Hristakeva, S., Liaukonyte, J., & Feler, L. (2024). The No-Hunger Games: How GLP-1 Medication Adoption is Changing Consumer Food Demand. Cornell SC Johnson College of Business Research Paper.
Kerlikowsky, F., Krämer, K., Eggersdorfer, M., & Hahn, A. (2025). GLP-1 receptor agonists–good for body weight, bad for micronutrient status?. Current Developments in Nutrition, 1075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