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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두 겨울 축제의 미식 이중주

신터클라스의 시나몬 디저트의 향연부터 크리스마스의 고메 만찬까지

by UVINO

네덜란드에서는 11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가 겨울 성수기입니다.

신터클라스(Sinterklaas)와 크리스마스(Kerstmis)라는 두 개의 주요 명절이 네덜란드의 겨울을 지배하며 독특한 연말 풍경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 Sinterklaas by Google

신터클라스(Sinterklaas): 12월 5일, 선물과 유머, 그리고 논란의 축제


신터클라스는 네덜란드의 진정한 선물의 날이자, 12월 5일 저녁에 정점을 찍는 어린이들의 축제입니다. 각 도시에서는 신터클라스 퍼레이드가 진행되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길거리 축제를 즐깁니다.


ⓒ Saint Nicholas and Santa claus by Google

1) 성 니콜라스와 산타클로스의 탄생

신터클라스는 4세기 소아시아(현 튀르키예)에 있던 고대 도시 미라(Myra)의 주교였던 성 니콜라스(Saint Nicholas)에서 유래합니다. 그는 몰래 가난한 이들을 돕고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었던 성인으로 추앙받았습니다. 네덜란드의 전설에 따르면 신터클라스는 스페인에서 증기선을 타고 옵니다. 이는 과거 네덜란드가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던 역사적 맥락과 함께, 이국적인 향신료와 같은 물품이 들어오던 경로를 상징한다는 설이 있습니다. 신터클라스는 17세기 네덜란드의 미국 이주민들이 이 전통을 뉴욕(당시 뉴 암스테르담)에 가져갔고, 이때 이름이 산타클로스(Santa claus)로 변형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미국식 문화와 결합하여 오늘날 우리가 아는 현대적인 모습으로 정립되었습니다.


ⓒ Zwarte Piet and Roetveeg Piet by Google

2) 츠바르테 피트(Zwarte Piet)와 문화적 논란

신터클라스의 조수는 츠바르테 피트(Zwarte Piet, 검은 피트)라고 불립니다. 그 이유는 그의 얼굴이 검기 때문인데 전통적으로는 선물을 전달하기 위해 굴뚝을 타고 내려가 얼굴에 그을음이 묻었기 때문이라고 해석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는 인종차별적인 요소로 해석될 수 있어 평등을 중요시하는 네덜란드 사회에서 지속적인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최근에는 많은 도시에서 굴뚝 그을음의 흔적만을 남기는 그을음 피트(Roetveeg Piet)로 분장을 바꾸는 등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 Pepernoten & Taai Taai & Chocoladeletters

3) 신터클라스의 전통 음식

신터클라스 시즌의 음식은 주로 향신료가 들어간 작고 달콤한 디저트류가 특징입니다.

∙페퍼노튼(Pepernoten): 시나몬, 클로브, 넛맥 등 강렬한 겨울 향신료가 들어간 미니 쿠키입니다. 생긴 것은 한국의 계란과자처럼 생겼지만 달고나 같은 달달한 시나몬 향이 감돕니다. 이 페퍼노튼은 여름휴가가 끝난 직후 (보통 9월 초)부터 로컬 마트 (Jumbo, Albert Heijn, Aldi, Lidl, Plus, Hoogvliet 등)에서 바로 판매되기 시작하며,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신터클라스 시즌의 시작이자 겨울의 도래를 알리는 하나의 상징적인 포인트로 통합니다. 초콜릿으로 코팅된 버전과 넛맥, 시나몬 향이 강한 오리지널 버전이 있습니다. 특히 이 과자는 신터클라스 퍼레이드 동안 피트들이 길거리에서 아이들에게 페퍼노튼을 나눠주는 것이 큰 전통입니다 (저도 작년에 아이들 사이에 껴서 받았던 기억이^^).

∙스페큘라스(Speculaas): 신터클라스 시즌의 상징적인 과자로 밀가루, 버터, 흑설탕에 특유의 스페큘라스 향신료를 넣어 만듭니다. 이 역시 달달한 달고나맛의 과자입니다. 주로 신터클라스나 피트 모양의 몰드로 찍어낸 모양의 몰드로 찍어낸 바삭하고 얇은 쿠키 형태로 즐깁니다.

∙타이타이(Taai Taai): 꿀, 아니스, 라이 가루로 만든 끈적하고 질긴 케이크형 과자입니다. 스페큘라스와 비슷한 향신료가 들어가지만, 매우 단단하고 쫀득한 식감으로 확연히 구분됩니다.

∙초콜릿 레터스 (Chocoladeletters): 각자의 이름 첫 글자 모양의 초콜릿을 선물합니다. 9월부터 페퍼노튼처럼 각 로컬마트에서 쉽게 찾아 구매할 수 있습니다.




ⓒ Kerstmis by Google

크리스마스(Kerstmis): 12월 25일, 가족과 미식의 향연

신터클라스가 선물을 주고받는 축제라면, 네덜란드의 크리스마스는 가족이 함께 모여 조용하고 격식 있는 식사를 즐기는 시간입니다. 네덜란드는 12월 25일과 26일 모두 공휴일로 지정하여, 선물보다는 이틀 동안 음식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에 집중합니다. 따라서 크리스마스는 요란하거나 크게 지내지 않습니다.


ⓒ Gourmetten and Kerstol by Google

1) 크리스마스 전통 음식

크리스마스 식탁은 고급 요리와 가족의 참여가 결합된 것이 특징입니다.

∙고메(Gourmetten): 네덜란드 크리스마스 저녁 식사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테이블 중앙에 작은 전기 그릴을 놓고, 각자 작은 팬에 고기, 해산물, 채소 등을 구워 먹는 미니 바비큐 방식입니다. 모두가 자신의 요리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오랜 시간 동안 대화하고 교류를 하며 식사를 즐기는 네덜란드만의 독특한 문화를 반영합니다. 저는 이걸 보고 네덜란드에서 한국식 고깃집을 창업한다면 크리스마스 식사에서 착안한 미니 바비큐 방식으로 1인용 불판을 제공하여 먹고 싶은데로 구워 먹을 수 있게 하는 방식이 더치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야생 사냥 고기: 격식 있는 저녁 식사에는 야생 오리고기(Eend)나 사슴 고기(Hert)와 같은 특별한 사냥 고기 요리를 내놓기도 합니다.

∙크리스마스 스톨 (Kerstol): 건포도, 아몬드 페이스트, 견과류 등이 가득 찬 고급스러운 빵, 크리스마스 아침 식사에 얇게 썰어 버터와 함께 먹습니다. 독일의 슈톨렌(Stollen)과 비슷해 보이지만, 네덜란드의 커스트스톨은 중앙에 두꺼운 아몬드 페이스트(Amandelspijs)가 들어가 훨씬 촉촉하고 달콤한 것이 특징입니다.




ⓒ Sinterklaas vs Christmas by Google

네덜란드 두 번의 겨울 축제 비교


- 신터클라스

1) 핵심 가치: 선물, 유머, 익살, 전통

2) 문화적 특징: 퍼레이드, 깜짝 선물(서프라이즈)

3) 주요 음식: 페퍼노튼, 초콜릿 레터스 등 작은 과자류


- 크리스마스

1) 가족, 미식, 휴식, 평화

2) 문화적 특징: 조용함, 격식 있는 가족 모임, 식사 준비

3) 주요 음식: 고메, 고급 코스 요리, 크리스마스 스톨


네덜란드 사람들은 신터클라스에서 선물과 농담으로 마음껏 즐거움을 나누고, 크리스마스에는 느긋하게 가족들과 식도락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는 방식으로 연말을 완벽하게 분리하여 보냅니다. 이 두 번의 겨울 축제 덕분에 네덜란드의 연말은 더욱 풍요롭고 독특하게 느껴집니다.



ⓒ Oliebollen by Google

크리스마스가 끝난 후, 네덜란드의 겨울 음식은 새해 전야에 먹는 올리볼른(Oliebollen)으로 이어집니다. 올리볼른은 이스트를 넣은 반죽을 깊은 기름에 튀긴 후 슈거파우더를 듬뿍 뿌려 먹는 네덜란드식 도넛입니다. 이 올리볼른은 현재의 미국 도넛의 오리지널 버전이라고도 불립니다. 한국의 팥 없는 찹쌀 도넛 같은 오리지널 맛과, 건포도가 들어간 맛 2가지가 대표적입니다. 이 음식은 한국의 붕어빵 같은 존재로 11월 중순부터 도심 곳곳에 세워지는 올리볼른 가판대에서 판매되며, 네덜란드 겨울 풍경의 일부가 됩니다.


겨울 시즌에 네덜란드에 오신다면 한 번쯤은 꼭 드셔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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