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식탁의 절충안, 하이브리드 미트
최근 몇 년간 네덜란드 식품 과학 연구의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바로 하이브리드 미트 (Hybrid meat)입니다. 이는 단순히 식물성 대체육 (Plant-based meat)이나 배양육 (Cultured meat)을 넘어선 절충안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하이브리드 미트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 볼까요?
Ⓒ Hybrid meat by Google1. 하이브리드 미트란?
하이브리드 육류는 식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성분 (실제 육류 혹은 배양육)을 혼합하여 제조한 제품을 말합니다. 1세대 대체육은 환경적 이점은 제공했지만, 실제 고기 특유의 식감, 풍미, 육즙을 완전히 재현해 내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이브리드 미트는 식물성 원료를 다량 사용하여 지속 가능성과 건강상의 이점을 확보하는 동시에, 소량의 동물성 성분으로 실제 육류와 유사한 맛과 질감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하이브리드 육류는 두 가지 주요 유형으로 나뉩니다. 1) 식물성 + 실제 육류: 식물성 단백질 (콩, 완두콩 등)을 베이스로 하고, 풍미와 식감을 높이기 위해 실제 고기를 혼합한 형태입니다. 2) 식물성 + 배양육: 식물성 단백질에 줄기세포를 배양한 고기를 혼합하여, 환경을 더 생각하면서도 1세대 대체육에서 아쉬웠던 고기의 식감을 구현하려는 방식입니다.
Ⓒ Western cuisine by Google2. 소비자가 하이브리드 미트를 선택하는 이유
고기 알레르기가 없고 채식주의자도 아닌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 미트를 선택하는 이유는 절대적인 포기가 아닌 현실적인 균형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하이브리드 미트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주로 채식주의 식단을 먹지만 가끔 고기나 생선을 먹는 유연한 채식주의자)을 위한 최적의 대안으로 꼽히죠.
1) 맛의 완성도: 북미나 유럽과 같은 서양에서는 스테이크, 버거 패티, 로스트처럼 고기 그 자체가 메인 메뉴의 중심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기 본연의 식감 (육즙, 마우스필)을 포기하기 어렵습니다. 소량의 동물성 성분이 그 결정적인 식감과 풍미를 제공해 줌으로써, 플렉시테리언은 100% 식물성 대체육에서 느꼈던 무언가 빠진 듯한 아쉬움을 해소하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2) 점진적 지속가능 변화: 급진적인 식단 변화 없이도 개인의 식습관을 더 지속 가능하고 건강하게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3) 심리적 부담 완화: 50%를 식물성으로 대체함으로써 얻는 환경과 동물에 대한 죄책감 감소 (Less guilt) 효과는 단순한 영양 정보 이상의 강력한 구매 동기가 됩니다.
4) 경제성과 건강성: 100% 배양육 제품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며 100% 육류와 가격이 비슷하나 콜레스테롤 및 지방 함량을 낮출 수 있습니다.
Ⓒ 마침 할인하고 있는 Hybrid meat in Albert heijn3. 시장 동향 및 주요 브랜드
하이브리드 미트 제품 패키지에는 소와 + 나무가 함께 그려져 있거나, 섞인 (Mix) 블렌드 (Blend) 또는 더 나은 (Better)이라는 용어로 마케팅됩니다.
1) 최초의 납품 국가 및 브랜드
① 실제 육류 혼합 (Blended meat): 하이브리드 미트 개념은 2009년 네덜란드의 meatless와 같은 회사들이 식물성 원료를 다짐육에 섞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네덜란드 대표 슈퍼마켓 브랜드인 Albert Heijn (AH)에서 하이브리드 제품 PB라인을 출시하며 소비자가 접근하기 쉬워지게 되면서 대중화의 길이 열렸습니다.
② 배양육 혼합 (Cultivated hybrid): 배양육 기반 하이브리드 제품의 주도권은 놀랍게도 싱가포르가 잡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meatable과 아시아의 식물성 정육점 Love handle이 싱가포르에 혁신 센터를 설립하고 배양육과 식물성 원료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제품 (만두, 풀드포크, 미트볼 등)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식품청 (SFA)이 세계 최초로 배양육 판매를 승인했고, 싱가포르 경제개발청 (EDB)의 지원하에, 이 600만 달러의 혁신 센터가 아시아 하이브리드 미트 기술 개발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정부 주도하의 비즈니스 유치가 산업 혁신에 얼마나 크게 기여하는지를 느끼게 합니다.) 2024년에는 레스토랑 납품 B2B를 목표로 하였으며 2025년에는 소비자에 직접 납품하는 B2C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 소비자 수용도가 높은 국가와 시장
① 유럽 (네덜란드, 덴마크, 영국): 유럽은 채식주의와 플렉시테리언 문화가 뿌리내린 곳이며, 특히 네덜란드는 선두 주자입니다. Grasso et al. (2022) 논문에 따르면 덴마크, 스페인, 영국 소비자 패널의 최소 57%의 소비자가 시도해 볼 의향이 있었고, 최소 46%는 하이브리드 육류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비자들에게 하이브리드 미트는 건강하고 윤리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② 북미 (미국): 미국의 Tyson Foods (Raised & Rooted), Hormel Foods (Applegate blend burger) 등 대형 육가공 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버섯협회와 제임스 비어드 재단 (James Beard foundation)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고기 패티 4/1은 버섯을 섞는 블렌드 버거 프로젝트 (Blended burger project)가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인기를 얻었습니다.
3) 소매 유통점 및 프랜차이즈의 전략
① 소매 유통점: Lidl (네덜란드)에서는 소고기 60%, 완두콩 단백질 40%를 함유한 다진 고기 믹스를 출시하고 70개 매장에서 식물성 육류 SKU를 일반 육류 코너 옆에 배치하는 6개월 시범 운영을 진행한 결과 가시성, 맛, 판매량이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여 매출이 7% 증가하였습니다. 2019년 Aldi에서 소고기와 콩을 섞어 만든 BBQ 플렉시테리언 버거를 출시했을 때는 소비자에게 비난을 받았지만 불과 5년 만에 네슬레 (Nestlé), 쿼른 (Quorn), 리들 (Lidle), 알버트하인 (Albert heijn) 등에서 앞다투어 하이브리드 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의 인식이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bel (오스트리아)은 50:50 비율의 버거를 출시하며 유기농/방목 소고기 등 프리미엄 육류 이미지를 덧씌워 건강과 윤리적 가치를 함께 강조했습니다.
② 프랜차이즈: 대부분의 패스트푸드 체인은 100% 식물성 대체육만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맥도날드에서는 비욘드미트 (Beyond meat)와 협력하여 개발한 100% 식물성 패티를 사용하는 McPlant를 출시하였고 버거킹도 임파서블 푸드 (Impossible foods)의 100% 식물성 패티를 사용한 임파서블 와퍼 (Impossible whopper)를 출시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글로벌 패스트푸드 기업들은 하이브리드 미트 도입에 상대적으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식물성 대체육은 고기 없는 고기 맛이라는 혁신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여 화제성 선점에 유리하고, 채식주의자 및 비건 고객층을 명확한 타겟층으로 판매할 수 있지만 하이브리드 미트 사용 시 모호한 타깃과 메시지에 마케팅 이점이 없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4. 하이브리드 제품의 진화: 유제품
하이브리드 트렌드는 육류를 넘어 유제품 분야에서도 점진적으로 활발하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유제품은 동물성 우유 단백질 (카제인, 유청)과 식물성 원료 (귀리, 콩, 병아리콩 등)을 혼합하여 만듭니다. 우유 고유의 영양소 (단백질, 칼슘)을 유지하면서도 식물성 원료로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또한 식물성 우유 특유의 텁텁함이나 묽은 식감을 개선하여 전통적인 유제품의 풍부한 맛과 질감을 유지하게 합니다.
1) 하이브리드 우유 (Hybrid milk): 우유 (74%) + 귀리 음료 (26%), 치커리 뿌리 섬유 등을 섞습니다. 주요 브랜드로는 영국 Kerry Group의 Smug Dairy가 유명합니다.
2) 하이브리드 치즈 (Hybrid cheese): 치즈 스프레드 + 콩, 병아리콩, 렌즈콩 등 식물성 단백질을 섞어 만듭니다. 대표 브랜드로는 우리에게도 크림치즈로 잘 알려진 Bel group의 The Laughing Cow가 있습니다.
3) 하이브리드 아이스크림 (Hybrid icecream): 우유 지방 + 코코넛 또는 식물성 오일을 섞어 만듭니다. 다양한 업체에서 하이브리드 아이스크림을 제조 및 생산하고 있습니다.
Ⓒ Hybrid meat in Asia by Google5. 동아시아 시장에서의 업계 전망
과연 하이브리드 미트가 한국과 동아시아에서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
물론 초기 진입에는 높은 장벽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이미 김치찌개, 부대찌개, 김치찜, 순두부찌개에도 육류와 식물성 단백질을 섞어 먹고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왜 기존의 육류 제품마저 섞인 제품으로 구매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또, 국내 소비자들은 유럽 소비자들에 비해 환경에 대한 이점보다는 건강에 대한 이점에 대해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기회는 분명히 있어 보입니다. 동아시아의 대량 소비 시장은 서양과 다르게 버거 패티가 아니라 다진 고기와 가공육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이브리드 미트는 만두소, 떡갈비, 볶음밥용 다짐육 등의 형태로 시장에 침투할 때 높은 소비자 수용성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 예측됩니다. 소비자는 익숙한 조리 방식 그대로 사용하지만, 결과적으로 같은 가격에 식감과 맛, 단백질 함량은 비슷하며 총칼로리, 지방, 콜레스테롤을 줄일 수 있으니 말이죠. 게다가, 일석 이조로 지속가능성에도 이점이 있으니 건강과 윤리를 중시하는 혁신적인 식재료로 포지셔닝될 수 있지 않을까요?
Reference
Bae, C. M. J. (2023, October 7). What is hybrid meat and how does it differ from plant-based varieties? Tasting Table. https://www.tastingtable.com/1409364/what-is-hybrid-meat-difference-meatless-varieties/
EDB. (2022, November 21). World’s first hybrid meat innovation centre to open in Singapore in 2023. Singapore Economic Development Board. https://www.edb.gov.sg/en/business-insights/insights/world-s-first-hybrid-meat-innovation-centre-to-open-in-singapore-in-2023.html
Grasso, S., Asioli, D., & Smith, R. (2022). Consumer co-creation of hybrid meat products: A cross-country European survey. Food Quality and Preference, 100, 104586.
JBF Editors. (2019, September 3). Announcing the 2019 Blended Burger Project™ winners. James Beard Foundation. https://www.jamesbeard.org/stories/announcing-the-2019-blended-burger-project-winners
Mridul, A. (2024, August 23). Lidl Netherlands dives into blended meat, with plant-based proteins now costing the same as meat & dairy. Green Queen. https://www.greenqueen.com.hk/lidl-netherlands-blended-meat-plant-based-dairy-cost-gehaktmix-met-erwteneiw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