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문제해결사가 되려면 쉽고 작은 성공만 계속 쌓아서는 달성 불가
디자이너를 보통 '문제해결사'라고 말한다. 솔직히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 중요한 건 '문제'다. 이 '문제'라는 것을 다음 네 가지로 나눠서 살펴보겠다.
[1] 풀 수 없는 문제 (풀지 못함)
[2] 풀기 어려운 문제
[3] 풀기 쉬운 문제
[4] 풀 수 있는 문제 (식은 죽 먹기)
내 주장은 이렇다. 살면서 [1], [4]번을 만나봐야 비로소 [2], [3]번을 제대로 알 수 있다. 근데 이 [1], [4]번은 사람마다 기준이 달라 느낌이 같을 수 없다. 그러니 궁극적으로 '나'를 알아야 [1], [4]번이 뭔지 그 기준이 설정된다. 그래야 실생활에서도 얼마든지 만남 직한 [2], [3]번 문제풀이에 능숙해진다.
이 과정을 잘 겪어 연습이 잘 돼야 어려운 문제를 올려다볼 여력도 생기는 셈이다. 이를 '성장'이라 부르자.
이때 [1]번은 현재가 기준이다. 즉, 미래의 나는 풀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1]번이 진짜 미궁인지 아닌지는 나의 역량에 달린 것이다. 그러니까 [1]번은 어느 순간 내 노력에 의해서든 무엇에 의해서든 [2]번을 지나 [3]번을 지나 [4]번도 될 수 있는 대상이다.
우리는 이런 변화를 느껴야 한다. 이것이 곧 나의 '성장'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장'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 [2], [3]번만 갖고는 나의 '성장'을 명확히 느끼고 가늠하기 사실 어렵다. 그러면 자칫 내가 성장 중이란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아리송한 것이다.
자,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문제해결사로서의 '성장'에 관심이 많다면 반드시 [1]번이 [4]번을 향해 난이도가 낮아지는 경험을 해봐야 한다. 어느 순간 [2]번임을 알게 되면 그 어려운 문제의 전말을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된 것이다. 또 어느 순간 [1]번이 [2]번이 되었듯, [2]번이던 큰 문제는 [3]번에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
그 과정을 느낌이라 표현했지만 감성이나 감상이 아니다. 하나씩 격파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경험치가 쌓여 ‘성장’했기 때문에 이전과는 달라진 것이 포인트다. 문제는 이게 몇 개월에서 몇 년까지 꽤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에 있을 뿐이다.
어쨌거니 불굴의 의지로 [2]번이 [3]번에 가까워지다 보면 사실 어려운 문제를 푼 상태가 될 것이다. 그럼 [3]번은 또 어느 순간 [4]번처럼 여겨질 것이다. 사람이 간사해서 이쯤 되면 더 높은 수준의 '문제'를 해결하는 나를 보고 싶어 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자연스레 [1], [2]번을 우습게 보며 [3], [4]번화하는 것이 익숙하거나 재밌어질 것이다. 성장을 즐기는 단계, 이를테면 '갓생'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에 오르기 어려운 [1]번은 엄연히 존재할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성장'한다는 것은 나의 역치를 계속 늘려가며 그 역치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내 깜냥을 잘 아는 것이다.
결국 '문제'란 고정불변의 실체가 아니라 내가 변함에 따라 같이 변하는 것이다. 그러니 '문제'를 푸는 열쇠는 이를 대하는 사람 즉, '나'에게 있는 것이다.
이때 문제의 정의란, '문제' 너 누구니? 라며 녀석을 조사해 그 정체를 밝히는 것도 맞지만 그보다는 '문제'를 푸는 ’나‘의 역량과 깜냥을 녀석과 비빌 수 있는지 가늠하고 성장시키는 과정까지 포함하는 개념인 셈이다.
Photo by Bianca Ackermann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