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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민수 ㅡ UX민수 Dec 03. 2024

첫 회사가 중요하다면서요?

커리어를 이해하는 쉬운 비유 ①

① 조하기(Weaving): 옷 (거미줄, 머리땋기 등)


거미가 거미줄 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 현실의 거미는 스파이더맨처럼 깔끔한 거미줄이 한 방에 쭉 뽑혀 나오지 않습니다. 꽁무니에서 한 땀 한 땀 1차원의 실을 뽑아 점점 2차원의 평면을 촘촘하게 만들어갑니다. 즉, 거미의 많은 시간과 노력의 산물이 바로 거미줄입니다. 


선이 모여 면을 이루듯 만들어진, 낮은 차원의 재료가 모여 만들어진 입체물이 바로 '커리어'입니다. 따라서 더 높은 차원의 입체적 건축물로 계속 가꿀 여지 또한 있는 것입니다. 커리어는 이렇듯 총체적 구조물입니다.


거미줄을 이해했다면 우리가 입고 있는 옷으로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날줄과 씨줄이 얽히고설킨 직조된 옷처럼 커리어란 단편적인 이벤트의 섬유질이 아닙니다. 걸치는 정도가 아니라 입을 수 있는 수준은 쌓였을 때 그제야 커리어라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단순히 첫 회사라는 섬유로 내 커리어를 단정 짓는다? 너무 성급한 일반화가 아닐까요?


또한 옷이기에 내 몸에 잘 맞아야 합니다. 대부분 이 부분을 많이 간과합니다. 우리가 주로 입는 옷은 사실 기성복입니다. 사이즈가 정해져 있다 보니 정해진 사이즈에 맞추는 것이 일상적입니다. 전형에 대응시켜 보면 공채가 바로 기성복입니다. 그런데 우리 체형을 그렇게 몇 개의 사이즈로 맞출 수 있을까요? 심지어 어떤 경우는 프리사이즈 하나만 존재합니다. 한편 정장 같은 의복은 맞춤의뢰를 하는데 그건 왜일까요?


커리어의 경우도 여기서 벗어난 점이 하나 없습니다. 내 몸에 맞는 일이란 게 반드시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옷을 찾기가 확률적으로 매우 어려울 뿐입니다. 아마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 자리가 설령 있더라도 연봉은 어떤지, 근무지는? 복지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 일자리에 대해 많은 상상을 하기 마련일 테니까요. 


거미줄도 그래요. 치는 원리는 같을지언정 거미줄을 치는 주변 환경에 따라서 거미줄 모양과 치는 방법은 조금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굶어 죽지 않으려거든 거미는 적당한 목이라면 일단 거미줄을 치고 기다리고 있어야 합니다. 비가 와서 거미줄이 무너졌다면 보수를 해서 다시 만들면 되고, 그 거미줄은 어제의 거미줄과는 다른 거미줄일 겁니다. 이렇듯 만든다, 만드는 것이 커리어라고 이미지화해야지, 그것이 정해진 대상이고 어떤 조건을 포함한 덩어리로 그리면 안 됩니다. 


촌스러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었을 때 발생합니다. 세상에 촌스러운 옷이란 건 어쩌면 없을지도 몰라요. 옷을 잘 입는 이에게는 그런 카테고리는 없단 걸 충분히 봤을 테니 이 말은 쉽게 부정되지 못할 겁니다. 그렇다면 커리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화려해도 나한테 맞지 않는 일은 촌스럽습니다. 



옷태가 나려면 이렇게 사이즈가 중요한 옷, 미리 입어볼 수 있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실제로 가능하지요. 그렇다면 커리어에 있어서도 이러한 피팅이 가능, 하겠죠? 바로 '인턴십'입니다. 특히 실제로 일할 역량이 아직 부족한 대학생들에게 일을 미리 입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은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학생 때 뭘 하면 좋냐는 질문에는 화려한 답변이 필요 없습니다. 무조건 인턴의 기회를 꿰차서 일을 입어보면서 무엇이 나에게 맞고 어울리는지, 촌스럽지 않은지를 배우는 게 최선입니다. 


생각해 보면 이상하지 않나요? 왜 대학생들에게 일을 입어볼 기회를 돈을 줘가면서 할까요? 달리 생각하면 회사 역시도 촌스럽지 않게 옷을 입어줄 멋진 이들을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이 니즈는 양측 모두에게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하나 많은 대학생들이 인턴십을 이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거의 저 역시 그랬고요. 


학업이 중요한 마당에 선배들이 막상 해보면 힘들다던데 괜히 허드렛일 하러 갔다가 일하기만 더 싫어지면 어쩌지... 경력의 시작이 중요한데 아무 인턴십이나 하면 괜히 흠칫 잡히지 않을까... 나는 아직 준비가 덜 됐으니까 다음에, 다음에 하자... 인턴십의 본질을 깨닫는다면 이런 생각이 얼마나 촌스러운지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첫 회사, 중요하지 않냐고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루빨리 인턴 등을 통해 옷을 입어본 사람이 멋진 커리어를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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