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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민수 ㅡ UX민수 Dec 04. 2024

답 없는 커리어, 어쩌면 좋죠?

커리어를 이해하는 쉬운 비유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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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뒤섞으기(Blending): 칵테일 (커피, 물감, 요리 등)


현재는 과거로부터 지금까지의 여러 선택이 만든 뒤섞임의 결과입니다. 그러니 무엇 하나를 가지고서 커리어라는 총체적 가치를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곧 첫 회사라는 것이 어떤 상징성은 있을지언정 전체 커리어에 있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왜냐하면 어떤 경험에 어떤 경험이 얼마나 섞이냐에 따라서 커리어의 맛, 색, 향은 어차피 달라질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첫 회사는 시작이라는 의미 그 이상은 없습니다. 이직이란 게 영원히 없다면 또 모를까요. 


결국은 커리어란 '블렌딩'이 핵심입니다. 칵테일, 커피를 생각해 보면 쉬울 것입니다. 미성년자라면 물감이나 요리를 떠올려도 좋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섞였는지 총체적 결과가 커리어의 본질입니다. 정확히는 내 의지나 의중 보다도 블렌딩 된 결과가 나를 정의한단 뜻입니다. 


이는 취업시장에서의 상품성과 연관 지어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색이나 맛이 되고 싶은지 즉, 목표가 있건 없건 뒤섞인 결과란 내 마음에 들 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보이길 원하는 바가 설령 있더라도, 시장이 역시나 그렇게 봐주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단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시장성입니다.


결국 블렌딩을 통해서 (나도 원하지만) 시장이 원하는 나를 찾고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 커리어의 정체입니다. 그러니 서빙을 하는 칵테일이나 음식하고 다를 바가 없지요. 만약 이러한 커리어의 본질을 이해했을 때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면, 취할 수 있는 대응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겠습니다. 


기존 결과물을 버리고 새로이 다시 만드는 것

어떻게 해서든 될 만한 상태로 재탄생시키는 것



기존 결과물을 버리고 새로이 다시 만드는 것

    커리어에 있어서 기존을 버리고 새로이 다시 만든다는 것은 '전향'을 뜻합니다. 전공분야나 직종을 바꾸는 경우가 이에 해당됩니다. 이 경우는 가슴 아프게도 과감하게 이전 경력과의 이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UX 분야는 특정 전공분야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실제로 다양한 전공분야의 배경을 가진 이들이 모여 있는 분야입니다. 따라서 버린다는 표현이 모든 상황에 맞진 않습니다. 활용가능성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예컨대, 문화인류학 전공자들은 통상 어떤 직업을 갖게 될까요? 저는 잘 알지 못합니다. 제 전공이 아니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들이 UX 분야에서 상당히 파워풀한 전공분야를 가진 이들이란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는 그만큼 사용자에 대한 이해로 이어질 소지가 크겠죠? 

    이번엔 법대생은 어떨까요? 막말로 법조계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인 회사에서는 법학전공 배경을 가진 UX 담당자가 아무래도 유리할 수 있습니다. 법 지식 유무가 중요한 맥락에서는 꽤나 영향력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한다면 UX가 필요한 분야는 무궁무진하기에 나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가 있게 됩니다. 그저 장밋빛 미래를 그리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여기서의 핵심도 결국 '블렌딩'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될 만한 상태로 재탄생시키는 것

    어찌 보면 '전향'이랑 비슷한데 보통 이 경우 기존 경력을 아깝게 여기거나 어찌할 줄 몰라 망설이면서 시간을 다 보내버리곤 합니다. 진짜 과감해야 합니다. 막말로 이미 물을 타버린 아메리카노를 다시 에스프레소로 만들 수 없을까요? 엄청난 양의 에스프레소를 몇 배로 붓는다면 물을 탔는지는 결국 잊힐 것입니다. 커리어 관리 또한 이와 하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 경우는 바꾼다기 보다는 비율, 이 역시도 '블렌딩'입니다.

    이미 망가진 커리어, 답이 없는 커리어의 경우 심폐소생이 가능할까요? 가능성만 묻는다면 가능합니다! 결국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란 것이고 시간이 오래 걸릴 뿐입니다. 그만큼 인내가 필요한 셈이죠. 음식이 너무 짜면 물을 붓기도 합니다. 만약 시각화 경험이 너무 많아 깊이 있는 UXer 색깔이 연해서 걱정이라면 반대로 시각 행위보다는 리서치 혹은 UI 설계 경력을 강화해서 이를 상쇄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열심히 계속 섞다 보면 한 10년 차쯤 되었을 때 뭔가 이루어져 있을까? 자칫 잦은 이직이 해결책처럼 보일 수 있을 우려가 느껴집니다. 꼭 그렇지 않습니다. 그림에도 유화도 있고 수채화도 있는 것처럼 사람마다 덧칠이 많이 필요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 모두 존재합니다. 자신이 어떤 성격이고 성향을 가졌고, 그동안 만든 커리어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에 따라 답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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