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digital experience 란 무엇일까?
평소 업무의 성격상 새로운 앱이나 디지털 서비스가 런칭되었을 때 경험을 해 보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최근에 경험한 썩 괜찮았던 Digital experience에 대해서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정리를 하고 보니 대부분이 모바일 앱 사례이다. 그만큼 내 일상 속에 모바일 앱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다고 생각한다. 리스트의 순서는 내가 먼저 떠올렸던 순으로 나열하였음을 밝힌다.
애플 전용 블루투스 이어폰이다. 에어팟은 이어폰 치고는 정말 비싸다. 에어팟을 구매한 후에 패키지 안의 케이스를 열었는데 이때 자동으로 블루투스 페어링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놀랐었던 경험이 있다. 이후 노래를 듣다가 귀에서 빼는 순간 자동으로 블루투스 연결이 종료될 때도 신기했다. 기존의 블루투스 이어폰의 경우 '블루투스 페어링'이라는 번거로운 과정을 무조건 거쳐야 했다. 반면 에어팟은 근처에 있는 기기를 자동으로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이건 정말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그 감을 알기 어려울 것 같다. 정말 편하다.
클라우드 기반의 사진 저장 서비스이다. 구글 포토에서 사진을 검색해주는 기능은 정말 놀랍다. 여행을 가기 전에 검색어로 '여권'을 검색하면 구글 포토에 저장된 여권 사진을 바로 찾아준다. 또한 사진을 구글 포토에 업로드하면 날짜, 장소 기반으로 자동으로 폴더를 생성해준다. 그 외 GIF 애니메이션, 동영상, 사진 보정 추천 등 여러 가지 흥미로운 추천 이미지를 제공해주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제일 좋은 점은 (비록 이미지의 원본을 그대로 살리지는 못하지만) 무제한 사진 업로드를 무료로 지원하는 점이다.
승차 공유 서비스이다. 여행지에서 정말 잘 활용했다. 우버는 일단 가격이 택시에 비해 저렴하고, 내 위치에서 이동을 하지 않고도 이동할 위치까지 택시를 쉽게 호출할 수 있다. 기사와 대화를 통해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다. 기사에게 평점을 줄 수도 있고 위트 있는 스티커도 줄 수 있다. 결제 과정에서의 편리함도 있다. 한 번 카드를 등록해놓으면 그 이후부터는 결제 과정이 필요 없이 자동으로 내 카드에서 돈이 빠져나간다. 이동이 완료 후 이동 경로를 지도 뷰로 리스트업 해주는 것도 좋다.
숙박 공유 서비스이다. 숙소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단순히 숙소를 대여하는 것이 아니라서 호스트와의 유대관계 조성이 가능하다. 또한 앱 내에서 메시지 기반으로 소통이 가능하다. 내가 호스트를 디테일하게 평가할 수 있고, 호스트 또한 나를 평가할 수 있다. 숙소 확정 이후 해당 여행지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 판단하여 관련 여행지에서의 액티비티를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것도 좋다.
앱 내에서 자동충전 기능을 사용하면, 잔액이 3만 원 이하로 남았을 경우 카드에서 자동으로 충전이 된다. 충전 시에 1+1 쿠폰이 자동으로 발행된다. 대기 줄이 길 경우에는 사이렌 오더를 활용해서 직접 직원과 대면하지 않고도 주문이 가능하다. 결제 시 폰을 흔들어서 결제 바코드를 호출할 수도 있어 간편하다.
썩 괜찮은 아이템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 가능하다. 깔끔하게 정돈된 상품 이미지와 상품 소개를 제공한다. 일정 이상의 수요가 채워져야 제작이 되는 방식이라 결제 이후 배송 기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그것 또한 예상치 못한 선물 같은 느낌이다. 내가 필요 없는 물품이라 하더라도 친구가 살만한 물품을 카카오톡 채팅방에 공유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비슷한 개념의 서비스로 와디즈 같은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도 이용하고 있다.
매장에서 생필품을 집까지 무겁게 들고 가지 않아도 당일 혹은 익일에 집으로 배송이 가능하다. 이 앱을 통해 마트를 방문하는 과정 자체가 없어졌다. 비슷한 서비스로 마켓컬리의 샛별배송, 쿠팡의 로켓배송이 있다. 이런 서비스는 단순히 배송을 하는 것을 넘어서서 더 빠른 배송을 하는데에 의미가 있다.
월정액으로 결제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제공 서비스이다. 완소 앱인데 왜 좋은지 설명하기가 좀 어렵다. 일단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자체가 재밌고, 한 화 재생이 끝나면 자동으로 다음 화 재생이 되어 마라톤 뷰잉을 가능하게 한다. 자체 제작하는 포스터의 퀄리티도 좋다. IPTV에서 TV 앱으로 시청이 가능한데, 일정 시간 동안 응답이 없으면 스크린세이버 모드로 자동 전환되는데 스크린세이버의 모션감마저 사랑스럽다. 뭐라고 콕 집어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냥 좋다.
음성 입력으로 오늘 날씨를 알려줘서 좋다. 날씨와 미세먼지 수치를 유인나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것도 특장점이다. 때로는 TV에서 재생되는 소리를 클로바 호출로 인식하는 점은 별로다.
친구들과 약속 시간을 잡고 약속 장소로 갈 때 카카오 지하철에서 도착 예정시간을 알려주고 그걸 카카오톡에 쉽게 공유할 수 있어서 좋다. 보통 약속에 간당간당하게 도착하는 편인데 상대방의 기다림을 조금이나마 줄여줄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카카오 버스' 앱에서 도착지를 지정하면, 내릴 정거장 근처에 왔을 때 음성으로 알려주는 것도 유용하다.
간편 송금 앱이다. 금액 입력 후 주소록에서 선택하여 송금이 가능하다. 송금의 번거로운 과정을 혁신적으로 줄였다. 계좌번호를 복사하면 토스 앱에서 자동으로 붙여 넣기를 할 수 있다. 돈을 나눠서 내야 하는 경우에는 더치페이 기능을 잘 활용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서비스로 '카카오페이'도 잘 쓰고 있는데, 카카오톡 주소록과 연동이 되어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토스 앱을 쓰지 않는 사람들과는 카카오페이 송금을 이용한다.
이와 같은 사례들을 대략적으로 정리하면, 내가 생각하는 좋은 디지털 앱 혹은 서비스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1. 필요한 순간에 빠르게 목적 달성을 도와준다. 시간 혹은 공간의 제약을 극복해 주거나, 불편한 입력, 등록, 결제 과정을 혁신적으로 줄여준다.
2. 기대하지 않았던 경험을 제공하거나, 의미 있는 추천을 해준다. 내 선호를 기반으로 추천해주는데 그게 정말 내가 원했던 것일 때 만족감을 느낀다. 또는 특정 맥락에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3. 단순히 사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게 도와준다.
4. 앱 자체가 아름다워서 그냥 쓰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왜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좋다.
이 주제를 떠올렸을 때 생각보다 괜찮았던 디지털 경험을 회상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잘 사용하고 있는 앱이나, 여행 같은 중요 이벤트에서의 디지털 경험을 생각해보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과연 디지털이 내 생활을 윤택하게 한 것일까?'
그리고 예전 기억을 떠올렸다. KT 아현지사 화재로 인해 일대에 인터넷이 되지 않았던 그 날 저녁, 나는 친구와 저녁 약속을 잡았었다. 통신이 안되니 인터넷은 당연히 안되고, 내비게이션 앱도 안되니 장소를 찾을 수도 없고, 카카오톡을 못하니 친구들과 연락이 안 되고, 결제도 안되고, 전화, 문자도 보낼 수 없는 상황에서 친구를 만나는 일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디지털의 도움 없이는 친구도 만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니 내가 디지털에 많이 의존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분명 디지털이 나를 편리하게 해 준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역시 나는 아날로그식 경험에서도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언제 타임라인에서 밀려날지 모를 카카오톡 메시지보다는 연필로 꾹꾹 눌러쓴 손 편지가 그래도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앞으로의 내 디지털 경험이 '썩 괜찮음'을 넘어서서 '매우 괜찮음'이 될 수 있을지, 그리고 아날로그 특유의 감성이 디지털에서도 제공이 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이 글은 피엑스디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Seungyong, Wi (a.k.a uxdragon)
-
pxd UI lab.
작은 차이로 감동을 줄 수 있는 UX 디자이너를 지향합니다.
작은 동작을 꾸준히 연마해 머지않아 '필살기'를 쓰려고 노력중입니다.
email : sywi@pxd.co.kr
-
Pages
https://brunch.co.kr/@uxdragon
https://www.facebook.com/uxdragon
http://instagram.com/seungyong_wi
https://sites.google.com/site/uxdragonarchive
-
pxd team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