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flix #blackmirror #bandersnatch
*주의 : 해당 글은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다.
밴더스내치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감상 이후에 글을 읽기를 권장한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블랙미러'는 영국의 SF 드라마이다. 주로 디지털의 발전으로 인한 디스토피아를 주제로 단편 형식으로 제작하는데, 이번에 인터랙티브 형식의 영화를 제작했다는 소식과 주변 지인의 추천으로 인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는 아마추어 게임 프로그래머인 주인공 ‘스테판’ 이 밴더스내치 라는 이름의 게임을 만들면서 진행된다.
일단 영화를 보기 전에 A 혹은 B를 선택해서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접한 뒤 영화를 보았다. 이러한 방식은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면 스토리가 진행되는 육성/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선택을 하면 해당 선택 페이지로 이동하는 게임북의 진행 방식과 유사했다.
영화의 처음 선택지는 가볍게 시리얼 제품 중 'Frosties' 혹은 'Sugar puff' 를 선택하는 질문이었다. 나는 주인공이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제한시간인 10초 안에 리모컨으로 재빠르게 선택을 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하지만 스토리가 진행되며 점점 질문은 심화되고, 내 선택이 주인공 캐릭터의 행동과 미래를 좌우하게 됨을 깨닫는다. 놀랍게도 어느 순간 영화 속 주인공인 '스테판'이 내가 선택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내 선택을 무시하고 행동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리고 내 상식선의 도덕적인 선택이라 할 지라도 내가 아닌 누군가의 스토리라인에 따라 더 이상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막힌 길이라고 주인공 캐릭터가 알려주고 처음부터(!) 다시 스토리가 진행된다.
제작진은 영화를 찍기 위해 무려 5시간 정도의 분량을 촬영하였고, 이를 스토리라인에 따라 보여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A를 선택하냐, B를 선택하냐에 따라 스토리가 바뀌고, 등장인물은 이에 따라 최소 두 가지 이상의 연기를 수행해야만 하는 것이다.
심지어 엔딩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존재한다. 내가 본 엔딩이 하나의 고정된 엔딩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나중에 다른 엔딩을 보기 위해서 또 영화를 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대단한 누군가가 모든 스토리라인과 결과를 도식화시킨 것이 온라인상에 떠돌고 있다. 그 이미지를 보면 흡사 UI 기획에서 자주 활용하는 Flow Chart와 형식이 닮아있다.
(*주의 : 해당 이미지는 100% 스포일러이므로 이미지의 내용은 자세히 읽지 말길 바란다.)
UI적인 관점에서 언급하자면 영화를 보는 순간에는 일반적인 VOD의 UI 구조를 따르지만 '10초 선택의 순간' UI 스타일이 달라진다. TV 기준으로 보자면 영상 하단에 하나, 혹은 두 개, 혹은 숫자를 입력할 수 있는 선택지가 보이고 기본적인 [볼륨], [이전], [종료], [좌]/[우], [확인] 키 그 외의 부가적인 키는 먹히지 않는다. (10초 안에 테스트해볼 수 있는 키의 한계이며, 얼마든지 더 있을 수 있다.) 모바일의 기준으로는 확인해보지는 못했으나 '탭' 방식으로 선택이 가능하게끔 설계되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물론 기획 의도겠으나 10초 안에 리모컨의 [좌]/[우] 키 + [확인] 키를 누르는 동작은 꽤나 어렵다. 또한 언제 10초 선택의 순간 이 올지 알 수 없으므로 Lean back 상태에서 리모컨을 잡고 언제든 Lean forward 상태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선택의 순간 조작 편의성을 좀 더 좋게 하기 위해서 버튼에 숫자키를 같이 매핑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음성 입력으로 조작을 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상상을 해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밴더스내치의 시도와 완성도 자체가 너무나도 훌륭했다. 조작 편의성, 스토리 라인, 선택의 순간과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결과 등 여러모로 불편한 감정이 들었지만 불편한 감정 또한 기획의도였으리라 생각한다.
한 시간 반이 넘는 반복되는 선택의 반복 끝에 결국 엔딩 장면을 보기는 했지만, 결과는 조금 허무했다. 결국 이 작품에서 남는 것은 주제의식인 것 같다. 해당 인터랙티브 tv를 시작으로 더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가 생기길 기대한다. UI 기획자로써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시간이었다.
Seungyong, Wi (a.k.a ux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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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xd UI lab.
작은 차이로 감동을 줄 수 있는 UX 디자이너를 지향합니다.
작은 동작을 꾸준히 연마해 머지않아 '필살기'를 쓰려고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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