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디자이너의 작심삼십일 글쓰기
'작심삼십일'이라는 글쓰기 모임에서 크라우드 펀딩으로 30일 글쓰기 툴킷을 판매했다. 글쓰기에 갈증이 있던 차라 나도 30일 동안 글쓰기를 도전해보기로 했다. 하루에 하나의 생각할만한 주제가 주어지고, 그것에 대해 고민해서 글을 쓰면 된다. <커리어> 편이라 직무 관련 주제가 많아 작성하다 보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글쓰기는 쉽지 않았지만 결국 30일 글쓰기를 성공했다. 이 책에서는 500자 이상의 글을 쓰는 것을 권장했으나, 나는 글을 많이 쓰는 것보다 꾸준히 쓰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다소 짧은 글을 쓰게 되었다. 하루에 정말 짧은 시간을 할애해서 쓴 글이므로 다소 거칠고 생각이 덜 정리되었을 수 있다. 이 점은 양해 바란다.
목차
작심삼십일 1주차 <왜 이 도전을 시작했나요?> 외 [현재 글]
작심삼십일 2주차 <지난 일주일간 글을 써보니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외
작심삼십일 3주차 <절반 왔어요. 매일 글을 써보니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외
작심삼십일 4주차 <글쓰기가 본인의 업무에 어떤 도움이 되나요?> 외
어떻게라도 글을 쓰고 싶었다. 업무용 글쓰기의 경우 주제를 생각하는 것도 어렵고, 모든 글쓰기가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30일 동안 특정 주제가 주어진다는 것 하나로도 매력적이었다. 이것저것 떠나서 그냥 도전해보고 싶었다.
최종 목표는 책을 내는 것이다. 그게 에세이든 직무 서적이든 말이다. 아직 그 이상 구체화된 것은 없다. 이 도전이 끝이 나면 조금은 구체화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막연히 기대한다.
현재 예상되는 책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래피드 UX (작년 HCI학회에서 해당 주제로 발표를 했다. 정석적인 프로세스를 다 거칠 수 없는 환경에서 UX 디자이너가 어떻게 디자인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발표를 하고 나서 좀 아쉬웠던 건 대외비 이슈로 실 사례를 많이 공유하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나 스스로 실무에 많이 적용해보지 않은 점이다. 앞으로 경험과 시도를 통해 구체화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그냥 내 이야기 (궁금한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 일상, 직업관 같은 내용들을 담아 에세이 형식으로 담고 싶다. ‘일하는 마음’이라는 책을 봤는데 딱 그 정도의 내용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리지 블루스에서 자전적 인터뷰를 하고 나서 느낀 점인데 나란 사람은 생각보다 입체적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평범한 듯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일상. 누군가는 재미있어하지 않을까?라는 근거 없는 생각도 들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뭐라도 써야 한다. 사실 일을 하면서 이걸 하기에는 너무 어렵다. 이것 자체가 취미가 되어야지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일단 고급 호텔 뷔페를 가서 고급진 요리를 먹고 싶다. 혹은 평소에 가기 힘들었던 코스 요리를 먹는 것도 좋겠다.
여행을 가면 아무래도 평소에 먹기 힘들었던 비싼 음식을 먹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근데 한국에서는 그렇게 비싼 음식을 먹는 걸 주저한다. 왜 그럴까. 일상과 이벤트는 분리되어야 하는 것일까?
때론 일상이 특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기력증으로 허우적대던 나날을 보내던 중 서울 어딘가에 호텔을 잡고 하루를 보냈던 적이 있다. 콘셉트는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 느낌 내기. 특별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외국인들이 머무는 숙소에서 외국인같이 행동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하니 일상이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이야기가 딴 데로 새었다. 여하튼 도전을 마치면 나 스스로에게 보상을 하리라 다짐한다.
나는 UX 디자이너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께 말씀드리고 미대 입시를 준비하게 되었다. 미대 입시를 끝마치고 턱걸이로 붙은 학교는 산업디자인(지금의 시각디자인+ 멀티미디어 디자인) 학부였고 3학년 멀티미디어 수업에서 지금의 은사님을 만나게 되었다. 정말 흥미로운 경험이었고, 그 계기로 동대학 대학원에서 UX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되었다. 수업은 스스로 배우고 싶은 것을 찾고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였고, 수업을 통해 기본기를 닦을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나와 다소 생소했던 UX를 연결시켜 재능을 발견해주신 은사님 덕이다. 은사님 덕에 정도(正道)의 학문을 익힐 수 있었다.
그 후 2010년 1월 4일 pxd에 UI 기획 파트로 입사하게 되었고, 2019년 지금까지도 마찬가지이다.
회사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은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된다면 이야기하겠다.
pxd 이재용 사장님은 UX 디자이너의 자질을 문제 해결 능력, 학습능력, 공감능력이라고 기술하셨다.
내 생각에 UI 화면 설계를 주 업무로 해야 하는 현시점에서는 빠르게 프로젝트의 내용과 문서를 파악해야 하는 ‘학습능력’, 비어있는 화면에서 UI 프레임워크를 그려낼 수 있는 ‘화면 설계’ 능력, 그리고 아이디어를 발산하고, 때론 수렴해야 하는 ‘발산/수렴’ 능력. 몇백 장이 넘는 문서에서도 오타와 오류를 발견할 수 있는 극도의 ‘꼼꼼함’. 그리고 클라이언트를 논리적 근거로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건 직무적 능력에 속하고.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인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와 남은 다르기에… 단순히 일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두 명의 팀이 두 명분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세명 혹은 그 이상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것. 그것이 팀워크이고 팀원이 좋아하는 동료가 되어야 한다. 나 또한 그런 동료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조금 어려운 질문이다. '과연 나는 내 일을 잘하고 있을까?' 일을 잘하고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는 일을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가 우선 되어야 한다. 이전에 기술했던 학습 능력, 화면 설계 능력, 발산/수렴 능력, 꼼꼼함, 설득력, 같이 일하고 싶은 능력, 하나 더 추가하자면 리더십 정도일 것 같다.
학습능력은 보통 수준인 것 같고, 꼼꼼함, 발산/수렴, 설득력 이런 것들은 썩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리더십은 글쎄... 내 기준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회사에서는 일 년에 두 번 동료평가를 한다. 동료평가는 대부분 좋은 이야기가 나온다. 분명 나란 사람은 완벽한 사람이 아닐 텐데 말이다. 몇 번 나왔던 인상 깊은 내용은 좀 바빠 보일 때 무서워서 말 걸기 힘들다는 것 정도이다. 사실 나는 무서운 사람은 아닌데... 직급의 무게감, 그리고 업무의 무게감이 나를 점점 무섭고 까칠한 사람으로 보이게끔 만드는 것 같다. 무의식적으로 나 스스로도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일을 잘 해내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난다. 나는 기계가 아니니까 일이 정말 잘 되는 때가 있고 잘 안 되는 때가 있다. 어느 날은 정말 무기력해서 그냥 누워만 있고 싶을 때도 있다. 그래도 일을 해야 한다. 해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보니 나 스스로도 심각해지는 것은 아닐까.
이 모든 것들을 놓으면 어떻게 될까. 조금 덜 노력하면 어떨까. 그래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결국 '나는 일을 잘하고 있는 걸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 주제가 제일 어려웠다. 동료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 미션이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일단 이 주제를 뒤로 미루고 나중에 같이 일하는 한 동료에게 질문을 요청했다.
“위 책임님 업무 능력에 대해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내비게이션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프로젝트의 마지막 목적지까지 최적의 코스를 추천해주고 안내해주는 그런 느낌입니다.”
사실 대놓고 “능력을 평가해주세요!”라고 하면 나쁜 소리를 할 일이 없다. 일정관리라던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를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 좋게 보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통해 어느 길로 가야 안전할지(?)에 대한 감은 쌓인 것 같고, 팀원들에게는 프로젝트의 막연함이 조금은 덜어졌다고 생각하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답이 없는 목적지(프로젝트의 끝)까지 어떻게 가야 잘 가는 것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앞으로도 팀원의 내비게이션이 되어 앞으로의 장애물과 그 장애물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 알려주는, 팀원들의 이정표 같은 존재로 남고 싶다.
아침에 목과 코가 텁텁했다. 이것은 분명 감기다. 오늘은 PT와 결혼식을 가야 한다. 일정을 그만둘 수 없는 노릇이다.
PT 가기 전 이디야커피 매장을 들렀다. 직원에게 테라플루와 같이 먹으려고 따뜻한 물 한잔과 아메리카노 테이크아웃을 달라고 했다. 물 한잔 마시고 바로 나가야 하는 급한 시간이었다.
직원이 (적어도 이 시점에 내가 듣기로는) 까칠한 말투로 “여기서 물 드실 거죠? 그럼 머그잔으로 드셔야 해요.”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조금 얼떨떨했지만 “네”라고 대답하고 아메리카노 머그잔과 따뜻한 물 한잔을 받았다. 테라플루에 따뜻한 물을 녹이자마자 원샷을 하고, 바로 아메리카노 테이크아웃을 해달라고 한 뒤 뒤도 안 돌아보고 매장을 나왔다.
매장 정책이 그렇게 바뀌었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이를테면 테이크아웃 잔을 조금 뒤에 주어도 되었을 것이다. 나도 평소라면 조금은 다르게 대했겠지만 오늘은 건드리기만 해도 위험한 날이라는 건 나도 알고 있다. 직원은 그 사실을 알 턱이 없다. 어쩌면 직원도 나처럼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냥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