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yan Jul 10. 2022

#02. 섬나라 첫 취업

주저하는 취업 희망자들을 위해 - 일본 취업 (UX/UI 디자이너)


2 뒤에 우리와 함께 일해봅시다.
합격 축하합니다.


인사부 사원은 나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노력의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타국에서 고생한 만큼 벅찬 마음이 올라온 것 같다. 지금까지의 노력과 준비에 대해 보상을 받은 기분이었다. 인사팀 사원은 나에게 티슈를 건네며 마음껏 울라고 하며 안정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절대 잊을 수 없는 내 인생의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주요 내용>
1. '끝장 볼 마음가짐과 노력'이 필요하다
2. 스스로가 '명확한 목표와 이유에 대해 납득'할 필요가 있다
3. '다양하고 많은 경험'은 나도 모르는 타이밍에 도움이 된다
4. '포커스 할 포인트'를 이해하고 판단해야 한다




취업에 대한 의식의 흐름

사실 나는 방송국의 프로듀서로 일을 하고 싶어 일본으로 왔다. 한국에서 다니던 대학도 그만두고(자퇴서를 내진 않았지만), 20살부터 시작한 나의 첫 커리어인 웹 디자인과 모션 디자인의 일도 그만뒀다. 해외에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었는데 그렇다고 멀리는 가기 싫어 찾다 보니 일본을 선택한 것이다(지금 생각해도 너무 대충 결정한 것 같아서 웃기긴 하다).


웹 디자인과 모션 디자인의 일을 해왔기 때문에 방송국이란 자체가 커리어의 방향성을 급선회하는 것이었지만 그냥 도전해보자는 겁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처럼 뚜렷한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되돌아보면 그냥 해외에서 일하고 싶다는 점, 방송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점의 '동경'이 있었던 것 같다(사실 2021년 TBS 방송국, 2022년에 NHK로부터 오퍼를 받았는데 이 이야기는 다른 기사에서 다룰 예정이다).


당시, 일본어 실력도 뛰어나지 않은 데다 대학도 그만둬서 최종학력이 고졸이라 취업하기도 애매해(뽑아 주지도 않겠지만) 대학교부터 다시 갔다. 방송국을 취업 목표로 일본에 왔기 때문에 미디어나 영상을 전공하기로 결정하고 EJU(일본 유학 시험)를 치고 사립 명문대라고 불리는 한 곳에 입학했다.



내 목표는 오로지 '취업'

커리어를 일찍부터 쌓았다고는 하지만 대학을 다시 다니게 되었으니 전체적으로 생각해보면 일본인과 비교해 출발이 한참 뒤처지는 상황이 되었다.

출발이 뒤쳐졌지만 4년이란 시간을 없앨 수는 없기에 '오로지 취업'이란 목표 하나로 최선을 다했다(거의 놀지 않았다). 그 결과 3년 반 동안 매 학기 90%의 장학금과 추가적인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으며 사립 대학교의 비싼 학비를 해결할 수 있었다. 거기에 운이 좋게 다방면으로 연이 닿아 일본에서 프리랜서로 웹 디자인과 모션 디자인의 일을 받아 디자인 감각을 이어갈 수 있었다(돈도 벌며 공부도 하니 일석이조였다).


나는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커리어 센터를 오가며 취업 정보를 모으고 공부를 하며 취업 준비를 했다. 처음 커리어 센터에서 2학년은 너무 이르다고 내년에 오라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나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제대로 준비해서 끝내주게 취업을 해야 하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 내 취업 세미나와 공부회에 참여해 일본 취업의 기본에 대해 익혔다.

2학년 때부터의 노력 때문일까, 3학년이 되어 IT기업, 방송국, 신문사 등, 벤처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많은 인턴십에 참여해 다양한 일과 그 범위에 대해 경험할 수 있었다.



내 인생을 바꾼 '디자인 경험'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이다. 사실 디자인을 하려고 했던 것도 아니다. 시에서 주최하는 모션 디자인 컨테스트가 있었는데 어떻게 출전하게 되어 학교에서 운좋게 혼자 상을 받았다. 그때의 짜릿한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이것이 지금은 내 직업이 된 디자인과의 첫 만남이다.


이후 눈에 들어오는 많은 공모전에 참여했고 많은 상을 받을 수 있었다. 모션 디자인뿐만 아니라 웹 디자인, 영상 디자인으로 디자인의 범위를 늘려가며 공부를 계속하게 되었고 20살이 되었을 때 모션 디자인 강사로 첫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거기에 웹 디자인과 영상 디자인으로 프리랜서를 하면서 타사 서비스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당시 디자인 일을 하고는 있었지만 '디자인'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었는데 그때의 디자인 경험과 경력은 일본 취업에 있어서 '키 포인트'를 넘어선 나의 '무기'가 되었다.



나의 '진짜 적성'을 깨닫다

나는 디자인을 해오긴 했지만 직업으로서 깊게 생각해오진 않았기 때문에 진짜 직업이 될지 몰랐다. 많은 인턴십을 통해 일반직, 엔지니어, 디자이너, 플래너 등 여러 직종을 경험하며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 '내가 행복해하며 일을 해나갈 수 있을까?', '방송국이 진짜 내가 원하는 곳인가?' 등의 생각을 정리했다. 대학교 2학년 후반기부터 3학년 후반기까지 약 1년 간의 취업공부와 경험을 통해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디자인을 할 때 제일 행복했다


디자인을 공부할 때, 일을 할 때, 공모전을 준비할 때, 새로운 툴을 공부할 때, 밥도 거의 먹지 않고 밤을 새우며 진행한 적이 많았다. 디자인을 만들어 가는 자체의 흐름이 끊기기 싫었던 적도 많았지만 디자인을 한다는 자체에 뿌듯함과 달성감을 느끼고 있었고 그로부터 행복이라는 것을 느끼고 힘들거나 괴롭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면, 영상이라는 분야는 좋아는 하지만 디자인만큼은 아니었고 방송국에서 일을 한다는 것의 '동경'으로 인해 '착각'에 빠져있었던 것이었다. 좋아는 하기에 '취미'로 할 수는 있겠지만 '직업'으로서는 '디자인'만큼의 확신이 생기지 않았다(사실, '취미'로 생각했던 영상도 현직에서 일을 하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내가 제일 행복해하면서 할 수 있는 디자인을 '직업'으로 도전한다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양(量)이 아닌 '질(質)'로 승부보기

내가 하고 싶은 길은 확실히 정해졌다. 이제 부딪히며 승부를 봐야 할 시기이다. 취업 불안감에 아무 기업이나 막 지원할 수 없기에 나에게 꼭 맞으면서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을 세웠다.

1. 대기업 (네임밸류)
일본에서는 첫 취업이기 때문에 확실한 성과를 원했다(일본에 온 이유와 그 결과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기업)

2. 자사 서비스 (B2C or C2C)
프리랜서로서 타사 서비스의 경험은 많았지만 자사 서비스 경험이 부족했기에 경험을 쌓고 싶었다

3. 디자이너의 가치를 이해하는 기업
디자이너를 밑으로 보는 기업은 경험하는 데 있어서 가치와 의미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4. 디자인 분야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기업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있고 오픈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곳이 큰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5. 화이트 기업 (혹은 항상 개혁을 시도하는 기업)
억압받지 않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표현할 수 있는 곳이 좋은 경험이 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위 5가지에 해당되는 기업이 많지 않았다(물론 내가 잘 몰랐던 것도 있었지만). 특히 1번 조건인 대기업(네임밸류)만으로도 크게 선택지가 줄어들었다.


양보다 질이다


누구나 취업에 대한 불안이 있기에 나 또한 불안함에 '많은 회사를 지원하면 그만큼 확률이 올라가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지원하는 회사가 늘어나면 그만큼 준비하는데 힘과 노력이 분산되어 흐지부지한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하나에 집중해 모든 것을 쏟아붓기로 했다.


다행스럽게도 지원할 회사가 가장 빠르게 채용을 시작한 것도 있어(대학교 3학년 2학기 시점) 다른 회사에 눈을 돌리지 않고 제대로 집중할 수 있었다. 채용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 상세 작성 방법과 노하우에 대해서는 다른 기사를 통해 전해드리겠습니다.

채용 프로세스 (UX/UI디자이너)
1. 이력서
학력, 경력, 상력, 자격, 특별한 경험을 작성했다.

2. 직무 증명서 (※임의 제출)
한국에서의 커리어, 직무 경험의 상세 내용, 스킬 맵(하드/소프트), 나의 어필 포인트 3 가지를 작성했다. 직무 증명서는 면접에서 큰 관심을 얻었고 '키 포인트'가 되었다.

3. 포트폴리오
직무 증명서에 작성한 내용을 가시화했다. 직무 증명서의 내용이 큰 관심을 얻었기에 자연스럽게 포트폴리오도 함께 관심을 얻었다.

4. 면접
1차 면접은 인사팀과 1대1 면접, 2차 면접은 디자인 팀 리더 2명과 인사팀 1명으로 구성된 3대1 면접, 최종 면접은 디자인 팀 부장 1명, 팀 리더 1명과 인사팀 1명으로 구성된 3대1 면접이었다. 2차와 3차(최종)는 포트폴리오 면접도 포함되었다.

5. SPI (Synthetic Personality Inventory) - 종합적성검사
일본에서는 SPI테스트를 보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2차 면접 후 SPI테스트를 봤다. 주 테스트 내용은 '일본어', '수학', '적성검사'였다. 점수를 바닥 치지 않는 이상 그렇게 크게 영향이 있지는 않다고 느꼈다.

6. 최종 인사 면담
인사부 리더와 최종 면담을 통해 채용 프로세스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면접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시간을 가졌다.

IT기업의 특징인 것인지 빠른 판단을 중요시하는 기업이라 그런 것인지 채용 프로세스가 굉장히 빨랐다. 서류 전형을 제외하고 2주 만에 모든 과정이 끝났다. 면접이 진행되고 바로 다음날에 결과가 나오는 형식이었다(반대로 다음날 연락이 오지 않으면 불합격이라는 것이다).


오롯이 취업에 올인하고자 하는 의식이 커서였을까?, 한곳에 집중해 모든 노력을 쏟아부어서였을까?, 원하는 회사에 지원해 2주 만에 내정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한편으로 생각보다 빠르게 내정을 받아 얼떨떨한 면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3학년이라는 빠른 시기에 한 곳에 지원해 같은 학년 중에서 1호로 내정받은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IT 대기업에 취업했다



좋아요와 구독은 기사를 작성하는데 큰 힘이 됩니다!


작가의 이전글 커리어 플랜,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