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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X George Apr 20. 2023

내 감정으로 가득 찬 가상 공간이 있다?

VR을 통해 감정을 시각화하고 정서적 안녕감을 높이는 방법

#VR #Autonomy #Emotion #Well-Being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읽어보세요!


VR이 감정 조절과 어떤 관련이 있나요?

 VR은 물체의 움직임이나 밝기, 소리를 실제와 유사하게 구현할 수 있기에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예술 표현을 위한 공간이 될 수도 있으며 게임이나 신체활동을 위해 사용되기도 합니다. 특히 정서적 안녕(well-being)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감정을 조절하고 긍정적 정서를 증진할 수 있는 VR 기술들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VR을 통해 불안 증상을 소거하는 심리 치료가 있겠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몇몇 한계점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가장 두드러지는 한계점은 사용자들이 주도적이고 자율적으로 VR 환경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직접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정도로 개인화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감정 조절이나 관리에 관련된 VR 어플리케이션 대다수가 사용자의 바이오피드백이나 뉴로피드백에 기반해[1] 이미 만들어진 프리셋에 사용자 경험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작동되고 있습니다.


그럼 자율성 높은 VR 경험이 제공된다면 어떨까요?

 그렇게 본 연구는 시작되었습니다. “Mood Worlds”라는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함으로써 사람들이 감정을 얼마나 잘 시각화하고 표현하는지, 이를 통해 정서에 긍정적 영향을 받는지 실험했습니다.

 우선 예비 조사 과정에서 연구진은 12명의 예비 참가자들에게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자신의 무드보드를 만들어보도록 제안했습니다. 이는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때 주로 어떤 요소(예: 사진, 크레파스, 엽서, 개인 물건)들을 활용하는지 확인해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다음과 같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로, 실제 사진이 감정 표현을 위해 주로 사용되었지만, 조금 더 개인적이고 특수한 경험을 나타낼 때는 직접 그리거나 개인적 아이템을 반영하는 것이 효과적이기도 했습니다. 이를 고려해 실제 프로토타입에서는 미리 정해져 있는 3D 아이템들과 커스텀화 가능한 브러쉬를 모두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둘째로, 참여자들은 행복한 감정을 표현할수록 더 많은 색을 사용했습니다. 실제 프로토타입의 경우, 브러쉬의 컬러를 다양하게 조정했을 뿐 아니라 VR에서 보이는 배경의 밝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설정했습니다.

 셋째로, 참여하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에 더 깊이 몰입했습니다. 다만 일부는 부정적 감정 표현에 과도하게 빠지게 될까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Mood Worlds”에서는 긍정적인 감정 상태에만 더욱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Mood Worlds”가 정말로 효과적이었나요?

 결과적으로 참여자들은 “Mood Worlds”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시각화했습니다.자율적으로 꾸며진 개개인의 VR 공간은  자신이 경험했던 바와 이로부터 파생된 감정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일부는 그 안에서 아이처럼 신나고 흥분되는 감정을 표현했고, 일부는 좀 더 편안하고 안전하고 행복한 공간으로 Mood Worlds를 디자인했습니다. 또 다른 일부는 영감(inspiration)이나 잔상(reflection)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사용자(참여자)들이 Mood Worlds의 효과를 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자율성(autonomy)이 부여되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프로토타입은 예비 조사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선택 범위를 확장했기 때문에 참여자들은 그들의 환경을 자율적으로 꾸며나갈 수 있었고, 이에 큰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참여자들이 선택 가능한 기본 배경이 섬/목초지/산으로 제한되어 있었음에도 이것이 오히려 참여자들의 창의성(creativity through constraint)을 발휘하는 뼈대로 작용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한 참여자는 특정 가이드라인이 제공된 상태에서 모든 것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편리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측면이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self-confidence)’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해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자신감을 얻는다는 점은 “Mood Worlds” 내에서 감정을 시각화하는 것이 개인의 정서적 안녕감으로 이어진다는 결과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깊이 고민해볼 지점은 무엇인가요?

 서두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VR은 현실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매력적입니다. 다만, 더욱 현실에 가까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미 정해진 환경 속으로 사용자가 들어가야만 하는 한계점은 반드시 보완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선택하고 이에 적합한 가상 환경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추가적으로 고려할 지점이 있다면, 사용자가 무언가 행위할 때 가상 환경이 이에 반응할 수 있도록 VR 환경을 설계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어제와 다르게 오늘은 우울함과 관련된 사진을 추가했다고 가정할 때, VR 배경의 밝기가 sadness를 나타내는 수준으로 자동적으로 낮아지게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VR 환경이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도 언제나 우리와 상호작용하며 유동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전제들이 갖춰진다면, VR 환경은 현실 같으면서도 현실보다 더 달콤한 경험이 될 수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마치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들을 내가 상상한대로, 내가 기억하는대로 구현해낼 수 있는 이 “Mood Worlds”처럼 말입니다.





UX George는 아래 논문을 대신 읽어드렸어요. 여러분이 프로덕트 만드는 시간은 소중하니깐요!

Wagener, N., Niess, J., Rogers, Y., & Schöning, J. (2022, April). Mood Worlds: A Virtual Environment for Autonomous Emotional Expression. In Proceedings of the 2022 CHI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pp. 1-16).


Reference

[1]Montana, J. I., Matamala-Gomez, M., Maisto, M., Mavrodiev, P. A., Cavalera, C. M., Diana, B., ... & Realdon, O. (2020). The benefits of emotion regulation interventions in virtual reality for the improvement of wellbeing in adults and older adults: a systematic review. Journal of clinical medicine, 9(2), 500.

사진출처

Unsplashjulien Trome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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