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y D Jul 02. 2020

문서를 만든다는 것

문서를 만드는 사람의 책임과 의무에 대해

나는 문서를 만드는 사람이다. 사회 초년생 때는 정부기관의 의뢰를 받아 게임산업 관련 트렌드 보고서를 만드는 일을 잠깐 했었고, 꽤 오랫동안 UX 시나리오 문서를 만들었으며, 최근에는 의사결정권자의 좋은 의사결정을 돕는 보고서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문서의 핵심은 메시지의 전달이다. 클라이언트에게, 개발자와 GUI디자이너에게, 탑 레벨 의사결정권자에게 문서의 메시지가, 요구사항이, 작성자의 의도가 전달되지 않으면 내가 하는 일의 의미는 없어진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꽤 빈번히 일어난다.


회사생활을 시작하고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이 문제가 메시지를 전달받는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얕은 배경지식이, 수동적인 태도가 이 문제를 야기한다고 생각했고, 그에 대해 분노했다. 그런데 이는 철저히 틀렸다. 아니 정확히는 맞았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틀렸다.


실제로 그들의 배경지식은 얕고, 태도는 수동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것에 모든 책임을 던진다는 것은 화풀이, 책임전가, 정신승리에 불과하다. 나는 문서를 만드는 사람이고, 메시지를 전달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배경지식이 얕다면, 그것을 간결하고 풍부하게 채워야 하며, 태도가 수동적이라면, 흥미를 유도할 무엇인가를 제공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일례로 UX 디자이너 주니어 시절에 탭 메뉴의 동작성(마우스 오버 시 어떻게 동작하고, 클릭하면 해당 페이지가 로드된다는 내용 등)을 정의하지 않고 시나리오를 내보낸 적이 있다. "이런 것까지 정의해서 줘야 하겠어? 설마 이 정도는 알아서 만들어 주겠지"라는 내 의식의 흐름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결국 해당 내용은 개발되지 않았고, 자칫 잘못하면 그런 상태로 고객에게 릴리즈 될 뻔했다.


나는 그것을 정의했어야만 했다. "이런 것까지 정의해서 줘야 하겠어?"라고 생각할 때, "이런 것은 반복적으로 적용되는 내용인데 어떻게 효율적으로 전달하지?"를 고민하는 것이 맞았다. 그것이 문서를 만드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문서를 만드는 일은 늘 어렵고, 그 시작은 문서를 받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각각의 그들에게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어떤 단어를 쓸 것인지, 어떻게 정보를 구조화할 것인지, 어떤 시각적 요소를 활용할 것인지, 어떤 스토리라인과 흐름으로 전달할 것인지를 폭넓게 고민해야 한다.


"UX 디자이너는 UX시나리오로 말하는 것이다. 정말 좋은 UX시나리오는 옆에서 네가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네가 생각한 의도를 개발자가, GUI 디자이너가 정확히 만들어 내는 지도다. 지도는 정확하고 간결해야 하고, 잘 읽히고, 빈 곳이 없어야 한다." 내 UX PL이었던 형이 종종 해주던 말이다. 나는 이게 맞다고 본다. 그리고 이는 UX 시나리오뿐 아니라 모든 문서에 적용되는 진리라고 생각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