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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D Jul 30. 2020

UX 디자이너에 대한 평가

UX 디자이너의 성과 판단 기준에 대해

올해도 벌써 상반기가 훌쩍 지나고, 어김없이 전반기 성과에 대해 평가를 받는 시간이 왔다. 평가는 1월부터 진행한 프로젝트의 개요와 결과, 느낀 점 등을 시스템에 올리고 조직책임자가 이에 대한 점수와 피드백을 주는 방식이다. 이후 이 내용을 기반으로 간단한 면담이 이어진다.


꽤 여러 번 평가를 받으면서 늘 드는 생각이 있다. "회사에 기여하는 UX란 무엇일까?" "어떤 것을 UX 디자이너의 성과라고 할 수 있을까?" "그 기준은 무엇이고 어떻게 다수의 디자이너에게 적용할 수 있을까" "나는 그 기준에 부합하고 있는가?" 같은 의문이 늘 든다. 그 이유는 UX 디자이너에 대한 평가의 관행 때문인 것 같다. (모든 회사가 이런 관행이 있는지는 모를 일이나, 내가 경험한 대부분의 회사는 이랬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까지 높은 성과를 받는 경우 대부분은 "사업적으로, 또는 Top레벨의 관심이 많은 제품이나 서비스, 기능을 담당한 경우"였다. 업무의 퀄리티보다 타이틀이 더 중요한 것이다. 당연한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 관행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보였다.


1. 연초에 대충 성과가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연초에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 기능을 담당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때 일 년 농사는 거의 결판난다고 보면 된다. 한참 동안 음성인식 기능이 핫했었는데, 담당자는 대부분 매우 높은 성과등급을 받았다. (그리고 대부분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 이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그 기능을 담당하고 싶어 하는 현상이 생기고, 팀워크는 무너져갔다. 핵심기능을 담당한 사람은 따놓은 당상이니 대충, 그렇지 못 한 사람은 열심히 해도 개고생이니 대충 하는 현상도 생겼다. 총체적 난국이다.


2. 기능에 대한 텃세 현상이 생긴다.

한번 핵심 기능을 담당한 사람(또는 조직)은 관련 보고 내용이나 작업물을 폐쇄적으로 관리하는 태도를 종종 보였다. 공유는 점점 어려워졌고 탑은 해당 내용을 잘 아는 그 조직에게 다음 해에도 역할을 맡긴다. 여기에 대해 다른 조직이나 멤버의 불만은 높아져간다. 악순환의 반복이 계속되는 것이다.


3. 이런 관행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한 번은 성실한 후배가 비주류 제품의 마이크로 인터랙션을 고민하고 있었다. "야 그거 뭐하러 그렇게 고민하고 있냐 광도 안 팔리는 건데"라고 말하면서 아차 싶었다. 같이 인터랙션에 대해 고민해주고, 의견을 교환했어야 했다. 실제로 그 마이크로 인터랙션이 제품에 대한 고객의 평가에, 퀄리티의 대세에, 사업적 성과에 기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도 그 작은 디테일, 고민의 조각들이 모여 완성도 높은 제품/서비스가 나오는 것이다.


이런 관행은 누구 하나의 책임이 아니다. 그래서 해결하기 더 어렵고, 나도 이렇다 하는 해결책이 아직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다.




"야, 회사에서는 자기가 한 일을 잘 포장해서 있어 보이게, 광을 잘 파는 것도 능력이야." 회사생활하면서 꽤 자주 들었던 선배들의 충고다. 결과적으로 맞는 말이어서 씁쓸하고, 저 이야기를 내 후배들에게도 해줘야 하는(해주고 있는) 것이 더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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