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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D May 16. 2020

나는 보편적이라는 착각

UX 디자이너가 경계해야 할 것들 1

사실 이 글은 일종의 고백에 가깝다.


안 그러려고 노력하는 지금도, 디자인과 UX 설계에 몰두하다 보면, 관성적으로 나를 일반적 고객에 바로 대입하게 된다. 나의 과거 경험과 지식, 선호도와 호불호를 내가 디자인하는 서비스나 솔루션을 사용할 고객의 그것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UX 디자이너로서 '나'의 가치판단이 보편적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나는 보편적일 수 없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간단한 문제다. 나는 특정 기업의 이익을 위한 서비스와 솔루션을 디자인하는 사람이고, 그런 관점에서 내려오는 Top의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회사의 문제를 접어 두더라도, 내가 만나서 긴밀히 소통하는 사람들이 정해져 있고, 정보를 획득하는 채널이 한정적이다.


그럼에도 이런 자기 편향적 사고가 자꾸 생기는 이유는 크게 2가지라고 본다. 첫 번째는 내가 고객보다 UX를 더 많이 고민했고, 더 잘 안다는 자만감이다. 경험상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물론 내가 일반적인 고객들보다 디자인 트렌드를 많이 알고, 그런 분야에 민감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특정 분야의 고객들에게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가의 문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두 번째는 귀찮음이다. UX 디자인을 하다 보면 2가지 (혹은 3~4가지) 옵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동작 버튼을 사용자가 누르면 확인 팝업을 제공할 것인지의 여부, 여러 버튼 중 Default Focus는 어디에 둘 것인지의 결정 등 하나의 Usage Scene에도 많은 디자이너의 결정이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내가 보편적이지 않다고 의심하는 순간, 디자인 의사결정을 위해 더 많은 레퍼런스를 찾고, 사용자 Test를 진행하고 디자이너끼리 Peer review를 해야 한다. 이 과정은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든다.


이 자만감과 귀찮음은 좋은 UX 디자인을 가로막는 존재들이다. 자만감은 UX의 방향성을 흐리게 만들고, 귀찮음은 디테일을 떨어뜨린다. 혹자는 그깟 버튼 하나 어떻게 동작하는지가 그렇게 중요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단편적으로 뜯어보면 별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노력들이 모였을 때 그 서비스와 솔루션의 아이덴티티, 더 나아가서는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형성된다.


UX 디자이너의 의사결정은 그것을 사용하는 모든 사용자의 경험 순간에 영향을 미친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보편적일 것이라는 착각을 늘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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