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의 내공
스타트업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을 적절히 증류시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을 지속가능한 비지니스 모델을 통해 시장에 대입하는 과정이다. 이런 배경에서 누군가 스타트업 비지니스를 구성하는 세가지 요소를 묻는다면 나는 기술(Tech), 제품(Product), 그리고 시장(Market)이라 답한다. 동일한 관점에서 균형감있는 스타트업의 초기 구성원은 차별화된 기술을 보유한 엔지니어 (통상 CTO), 보유한 기술을 사용자 중심의 제품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획자 (통상 CPO), 그리고 만들어진 제품을 시장의 지불비용과 교환 시킬수 있는 실행가 (통상 CEO)라고 할 수 있다.
얼마전 카이스트 후배 창업가가 첫번째 제품을 기획했다며 나를 호출했다. 해당 스타트업은 플랙시블 배터리 기술을 보유한 국내 몇안되는 곳이라 어떤 제품일지 꽤 기대를 하며 미팅자리에 나갔다. 그런데 후배는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프로토타입 - TV 홈쇼핑에서 유행하는 LED 뷰티 마스크 - 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본인들의 플랙서블 배터리 기술이 들어가서 선을 없애는 혁신을 가져올수 있을거라고 했다. 다만, 플랙시블 배터리가 들어가서 좀 무거워지고 비싸질수 있다고 했다. 그들이 기획한 뷰티 마스크는 이미 고객 반응이 좋아 시장의 니즈가 존재하는 아이템이였지만, 해당 제품의 핵심가치가 그들이 보유한 배터리 기술과는 상이했다. 게다가 해당 스타트업은 뷰티 기술과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나와 그친구는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했고 최종적으로 그 제품은 만들지 않는것으로 합의했다. 분명, 해당 제품은 시장에 적합한 것인데 무엇이 문제 였을까?
다양한 경영 도서에서 제품시장적합성(Product-Market Fit)을 언급한다. 스타트업이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라 시장이 요구하는 적합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기술 스타트업이라면 이와 더불어 우리가 보유한 차별적인 기술이 어떻게 제품에 적용될 수 있을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즉, 기술제품적합성(Technology-Product Fit)도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실리콘벨리 드라마에 등장하는 피리부는 사나이(Pied Piper Inc.)는 세계 최고의 무손실 압축 기술을 보유한 기술 스타트업이다. 하지만 그들은 압축 기술 자체를 제품화 하지 않고 세계 최고의 속도을 자랑하는 무손실 초고화질 포르노 사이트를 런칭했다! (어머어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구글에 인수된 API.ai 는 자사가 보유한 자연어처리와 음성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Speaktoit 이라는 인공지능 비서를 제품화 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후 그들은 그들이 보유한 기술 자체를 API화 해서 제품화 했고 이는 큰 성공을 가져왔다. 이처럼, 기술은 다양한 형태로 발현될수 있다. 로봇팔 모듈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은 모듈 자체를 생산하여 제품화 할수도 있고, 기술을 라이센싱 아웃 할 수도 있다. 일정 기간 추가 개발을 통해 Cafe x와 같은 서비스를 제품으로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항균 코팅 기술을 보유한 기술 스타트업도 마찬가지이다. 항균 코팅 기술 라이센싱, 항균 코팅 도포 기기, 항균 휴대폰 패널, 항균 의료기기, 항균 음식물 보관 용기 등 다양한 향태로 제품화(Productize)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 스타트업은 보유한 기술이 적절히 발휘되는 제품을 만들고, 동시에 시장의 니즈와 평행선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Tech)-제품(Product)-시장(Market) 모두가 균형을 이루어 매끄럽게 연결될 때 스타트업의 가치가 더욱 빛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