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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라에몽 May 12. 2021

0. 학생창업과 오프 더 레코드: 긍정과잉 속 허와 실

그 세계는 실존하는 세계인가?

 이번 주도 빠짐없이 이메일이 날라온다. 각종 창업 경진대회와 정부사업 공모전, 창업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겠냐는 내용이다. 컬러풀한 포스터와 혹할 수 있는 총상금, 도전과 변화, 혁신이라는 키워드로 점철된 콘텐츠가 잔뜩 깃털을 부풀리고 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하나하나 신중히 열어보며 확인했지만, 이제는 종량제 봉투를 채울 때처럼 꾹꾹 눌러 담았다가 한 번에 미련 없이 삭제하고 있다.     


 볼드체의 메일 제목들을 가만히 바라보다 약간의 고심 끝에, 학생창업에 대한 글을 써 내려가려 결심한다. 물론 필자가 글을 쓰든 말든 구글과 당신의 메일함처럼 사실 창업에 대한 자료는 넘쳐난다. 특히 그것이 청년(학생)창업, AI 기술 사업 등과 같은 트렌디(?)한 분류에 있으면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적 경험을 연료 삼아, 새로운 글을 태우는 이유는 이 필드의 긍정 과잉 상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앞으로 글들을 통해서도 언급하겠지만, 이 긍정 과잉 분위기는 실제하는 이득에서 파생되었다기 보다는 관련 조직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형성된 부분이 크다.     


무수히 쏟아지는 창업의  요청이



 살짝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주커버그, 머스크와 같은 이미지를 기반으로 마치 청년창업이 ‘진리’이고 ‘정의’인 마냥 포장되고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지 오래다. 젊었을 때 하는 창업이 깨어있는 사람들이 하는 행위이며, 기존의 고리타분한 관습이 아닌 혁신을 이끌 수 있고, 세련된 문화, 제품, 시스템 등등의 나이스한 온갖 것들을 파생시킬 수 있다는 깊은 믿음이다. 이 믿음을 여러 방면에서 지원하는 세력은 꽤나 공고해서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 스테레오 타입 또한 구축하였다.      


 물론 애초에 선악의 문제도 아니지만, 필자 또한 창업 자체가 ‘악’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상 고연봉 직군도 근로소득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는 세상이다. 특정한 가치관을 따르고 있는 사람에게는 창업이 리스키할 수는 있어도 가장 합리적인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청년창업의 경우 젊은 사람들인 만큼 보다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태도로 비즈니스를 이끄는 비율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창업이란 앞서 말한 ‘리스크’가 높은 행위이니 충분한 이성적 담론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여러 외부변수의 개입으로 ‘감성’이 과도하게 섞여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창업 앞에 ‘청년/학생/기술’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비즈니스로 만든 신파극마냥 덮어놓고 부추기는 경향이 캠퍼스, 정부 할 것 없이 존재한다. 여러 번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미국의 중심부 상황과 다르게, 국내에서 창업한다면 한 번의 큰 실패가 인생 전반에 비가역적일 수 있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도 현실이다. 무엇보다 창업학회를 기웃거리며 창업에 관심을 가지는 여러 학생의 마인드가 이런 시류에 비판 없이 편승되어 있는 것을 보며 건강하지 못한 생태계에 경각심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직접 청년창업을 하며 느꼈던 경험, 즉 현실에서 목격한 상황을 소스로 글을 쓰게 되었다.      


 본 내용은 약 2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작성하였다. 실제적인 히스토리를 포함하면 필자는 2019~2020년에 학생창업 씬(?)에 있었다. 당시 대학원에서 HCI/UX를 연구하는 중이었는데 (중간에 휴학도 진행하며) 여태껏 익힌 스킬과 경험을 도태로 실제 IT 제품을 만들고자 하였다.


 사실 짧다면 짧은 기한이지만 그래도 뭐랄까, ‘창업의 실제 기본편’ 같은 책이 있다면 목차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거의 해본 편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창업학회에 들어가며 본격적으로 시작된 관심은 마음에 맞는 동료들과 함께 스타트업 창업으로 이어졌다. 운이 좋았는지 정부로부터 4차 산업 혁명 예비창업패키지 선정되어 몇천만 원 상당의 지원금을 받았고 법인 운영으로 이어졌다. 데모데이에서도 좋은 성과를 얻어 관심 있으셨던 VC들과도 몇 번 미팅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이후의 여러 상황 때문에 실제 투자를 받은 건 아니지만.. 외부적으로 나름의 이쪽 네트워킹에도 신경을 썼었으며, 상용화 목적의 모바일 AR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출시하기도 했다. 팀이랑 으쌰으쌰 노동력을 갈아(?)가면서 달린 적도 있으며 법인 설립 후 지분, 자금과 같은 것 때문에 갈등도 겪어보았고 프로젝트 진행 때문에 대판 싸워본 적도 있다. 마지막엔 폐업절차까지도 밟으며 이에 따른 성가셨던 세무절차도 완료하였다. 돌이켜보면 대단할 건 없지만, 하나의 경험 사이클을 충실히 돈 느낌은 받는다. 내로라하는 창업 선배가 바라봤을 때는 귀여운 정도겠지만, 오히려 ‘비즈니스적으로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작하고 그만둔지 꽤나 따끈따끈한 시점이기 때문에’ 성공기업 CEO의 경험담과 다른 가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제 창업을 하는 많은 청년들이 겪을 대부분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긍정적 분위기 이면에서 현실을 이야기하기에는 오프 더 레코드로 할만한 이야기들이 꽤 많다. 그렇기에 본 글이 가치를 전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작성될 예정이며, 등장하는 각종 상황과 예시는 본질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필자와 관련자의 보호, 상호예의를 위해 어느 정도 각색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청년창업이라 할지, 학생창업이라 할지 표현을 고민했는데 ‘학생창업’이라고 하겠다. 본인도 창업 당시 4명의 팀원 중 2명은 학부생, 2명은 대학원생이었으니. 학생이기는 했지만 1명을 제외하고는 다들 학교생활보다 창업에 더 삶의 균형이 쏠려있었다. 예상컨대 청년창업으로 확장해서 봐도 ‘장사’가 아니라 ‘창업’이라면 내용 적용에 있어서 크게 다를 바는 없을 것이다. 해리포터를 좋아하는 해리포터 키즈임으로 이 기회에 제목도 오마주(?)하여 가능한 ‘학생창업과 OOO’으로 설정하고자 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략 정해놓기는 했는데 최종적으로 몇 편이나 작성이 될지는 상황에 따라 맞춰가려 한다.


 감사하게도 이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하나 부탁드리자면, 필자의 모든 이야기를 일반화해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이 글은 정성스러운 태도로 생성된 경험 데이터이기는 하지만, 결국에 n수가 하나인 표본이라는 객관적 한계가 존재한다. 직접 경험을 중심으로 생각과 관점이 진행될 것이지만, 필자가 잘 모르는 다른 도메인의 경험자와 이야기 했을 때 알게 된 간접 경험도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포함하여 이야기를 구성할 것이다. 대학원 출신인지라 내용이 편향적 관점인지 자가검열하는 태도를 가지고는 있지만, 그래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시길 바란다. 무엇보다 각자 본인이 처한 상황에 적용했을 때 어떠한지를 곰곰이 생각해보셨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본 청년창업 시리즈는 부정적인 관점, 사례가 주를 이룰 것이라는 점을 양해 바란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라는 마음에서 ‘당신이 겪을 수 있는 사례’를 제시하는 것인지 ‘(청년)창업’을 평가절하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 창업에 대해 좋은 얘기를 해주는 사람은 차고 넘치니까 그 역할을 굳이 필자가 집중적으로 할 필요성이 없을 뿐이다. 오히려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는’ 그들이 나는 여전히 멋있다고 생각한다. 혹시나 필자와 관련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반갑게 응답할 테니 연락 바란다. 건강한 창업 생태계 구축과 성공을 기원하며, 글을 시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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