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학생창업과 팀 결성
학생이 학생을 쓸 수 밖에 없는데 그 학생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이유
기성 창업가를 초청하여 학생/청년 대상으로 진행하는 문답 프로그램에 어딜가나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다.
“팀원을 어떻게 구하나요?”
창업에서 팀 구성의 중요성
우선 초기창업 과정에서 함께 할 적합한 창업멤버를 구하는 일은 사실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심자의 경우 팀원 구성의 어려움과 더불어 팀 빌드업에 필요한 소요시간을 아깝게 생각하고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팀원은 하고자 하는 사업과 전략적 방향성에 있어서 어쩌면 ‘치명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다. 팀 구성은 단순히 프로젝트 진행,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팀 내부적 요소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팀원의 역량과 관여 정도, 심지어 인간적 관계수준까지 팀의 인적자원 부분은 외부의 평가 과정에서도 세심하게 평가받는다. 예를 들어 IR, 데모데이, VC 미팅 등 회사를 홍보하거나 투자를 받으려 할 때도 팀원은 평가자들이 가장 주의해서 보는 부분 중 하나이다. 물론 평가방식과 기준은 주체마다 다르겠지만, 팀 구성을 비즈니스 모델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도 쉽게 목격한다.
초기기업일수록 팀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그나마 가장 확실성을 주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초기기업에게 제품, 서비스의 경우 시장 상황, 자본, 내부적 의사결정 등에 따라 피봇팅이 빈번히 발생한다. 즉 제품을 중심으로 평가했다가는 추후 실체가 없어지는 난감함에 봉착할 수 있다. 하지만 팀 인력의 직업적 전문성이 유능하다면 사업 방향성이 흔들릴지어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팀이 개판이면 사업이 날아갈 확률도 높아진다. 따라서 직업적 유능감 뿐만 아니라 정성적 측면에서 팀원들의 업무 관여 수준, 진정성도 매우 중요하다. 소위 천재급 기술인력이나 해당 도메인 경력이 많은 팀원으로 들어왔어도, 해당 인력이 100% 풀타임으로 사업에 관여하지 않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목격한다. 보통 ‘본인이 잘 팔리는 줄 아는’ 몸값 높은 인력의 경우 상대적으로 초라한 차림의 초기창업 기업에 올인하는 것이 기회비용 측면에서 꺼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다른 일을 겸직하면서 파트타임 형식으로 참여한다. 내부적으로도 해당 인력이 존재는 하지만 능력을 완전히 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외부 평가 과정에서도 얼마나 팀원이 진정성 있게 관여하고 대표와의 관계, 생각은 어떠한지도 보는 경우가 있다. 그런 부분에서 부실하다면 이탈률이 높아지며 팀 존속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표 자신의 진정성과 관여도는 말할 것도 없고.)
앞선 문단에서는 ‘본인이 잘 팔리는 줄 아는’ 고급인력에 대해 예시를 들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경력 측면에서 그와 반대편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학생인력’ 또한 구인과정에서 비슷한 현상을 겪는다. 그 이유로 첫째, 학생의 경우 ‘다른 루트로의 가능성’이 열려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시대에는) 고급인력처럼 ‘당신을 뽑겠다’는 유혹이 산적해 있는 건 아니지만, 연령대가 젊어서 어느 쪽으로 가도 ‘시도할법한’ 시기이다. 공무원, 사기업 취업, 전문직 시험 준비, 대학원 등 다양한 루트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을 본인들도 알고 있다. 그래서 학생 또한 초기기업의 구인을 바라볼 때 기회비용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에너지를 고정적으로 써야 하는 ‘본업’이 따로 있다. 학생 신분이기에 학업이 본업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고정된 시간만큼 수업을 듣고, 시험을 준비하는 데 쓰며 사람에 따라 부가적인 활동을 할 수도 있다. 물론 휴학을 하거나, 학교생활을 포기할 수는 있지만 그 역시 기업에 확신이 없는 학생 입장에서는 큰 기회비용을 상기시키게 한다.
학생이 학생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
왜 초기창업의 구인대상으로 학생을 대상으로 이야기했냐면, 결국 학생창업의 경우 파트너는 같은 ‘학생’이 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학생창업은 ‘팀원 모집’의 측면에 있어서 매우 불리한 유형에 속한다. 직장인의 경우 현장에서 마음에 맞는 즉시 전력감(?) 동료들과 함께 창업할 수 있다. 사내 프로그램이 있을 수 있고 인적 네트워킹이 현업을 하면서 폭을 넓히기 용이하다. 기본적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같이 창업하면 기본적인 결의의 수준이 높다. 오랜 사회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부를 축적한 자본가의 경우 적정한 보수를 주며 필요한 최소인력 채용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창업의 경우 신분부터 본인과 함께할 경력 있는 동료도, 지급해야 할 임금도 보유하고 있기 힘든 경우가 일반적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상황이다. 최소 3~5년 경력의 직장인이 학생 혹은 증명한 게 없는 청년과 현재 밥줄을 그만두고 창업을 하고 싶을까? 만약 초기투자를 미리 받아서 정당한 임금을 주는 방식으로 인력을 뽑으려 해도, 투자자 자체가 팀원을 매우 중요하게 보는데 그런 상태에서 투자를 받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캐시카우가 있으면 그나마 낫겠지만 캐시카우 아이템은 하늘에서 떨어지나? 심지어 필자가 아는 어떤 대표 분은 입시과외를 엄청 뛰며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본인 회사 3명 치 파트타임 개발자 월급을 주시더라. 결국 이런 조건이다 보니 학생창업은 같은 학생/청년을 창업멤버, 팀원으로 끌어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학생조차 앞서 언급했던 사정 때문에 호락호락하지 않다. 심지어 모집을 완료해도 흔히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첫째, 업무를 수행할만한 인력 퀄리티가 아니다. 아무리 경영학과를 나왔어도, 아무리 컴퓨터학과를 나왔어도 실제 비즈니스를 학교에서 하지 않고, 실제 상용화 IT 제품을 학교에서 만들지 않는다. 즉 상당부분 처음 겪는 상황인데 대표/사수조차 비슷한 학생이니 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전문성에 대한 이야기는 시리즈 다음 화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다루겠다) 그조차 완전 몰입이 어려운 경우 우숩게도 비즈니스가 학교 시험 기간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둘째, 지속성이 떨어진다. 사실 취업을 위해서라도 실무적인 경력이 필요한 입장에서 참여에 호기심을 보이는 학생은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호기심과 달리, 실제 일을 하는 것은 다른 레벨의 에너지를 요구한다. 특히 초기창업 기업이면 능동적으로 처리해야 할 이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말할 것도 없다. 일 처리를 효율적으로 진행시켜줄 체계화된 조직문화, 프로세스도 정립되어 있지 못하다. 직장인처럼 일을 하게 하는 근본적인 원동력인 임금조차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다. (보통은 지분/수익 발생 시 일정부분을 나눠준다는 형식으로 모집한다) 결국 초심자에게 일당백을 요구하는 이상한 상황 속에서 어찌어찌하다가 끝내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군’ 하며 어느 순간 사라진다. 이런 경우가 흔하다 보니 학생창업은 투자를 받을 때도 ‘앞으로 어려운 상황이 있어도 정말 탈주하지 않을 것인지’ 의심의 눈초리로 검사받는 과정을 거친다.
셋째, 창업자 자체가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할지 잘 모른다. 물론 스타트업은 보통 구인 시 세부적인 직무로 한정시키기보다는 최대한 관련 범위를 다룰 수 있는 일당백을 요구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사람이 만능이자 모든 영역에 100% 풀핏은 아니기에, 채용과정에서 현재 비즈니스 상 우선적인 능력과 있으면 좋은(흔히 우대) 능력을 구분하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회사가 ‘브랜드 디자인과 로고를 잘 만들 줄 아는 디자이너’가 필요한데, ‘로고도 만들 줄은 아는 영상 디자이너‘를 뽑는다면 없는 살림에 서로 곤란할 것이다. 그러나 대표가 채용 경험도 없고 스스로의 전문성도 구축되지 않은 시기에 본인도 모르는 분야까지 세부적으로 아는 것은 노력없인 힘들다. 예를 들어 알다시피 ‘개발자’를 뽑는 데 크게 나누어도 안드로이드/IOS/백엔드/머신러닝 리서치/보안 등등 여러 분류로 나뉜다. 그런데 그냥 ‘개발자 구합니다. 앱 하나 만들려고요. 무슨 능력이 필요하냐고요? 다양한 능력 있을수록 좋습니다.’와 같은 이상한 구인글을 올리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그나마 개발 쪽은 요즘에 이해도가 높아져서 이 정도 글은 별로 안보이는데, 다른 직무는 공고를 보면 잠시 생각이 멈출 정도로 직무를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내용이 많다.
이상한 채용공고
관련 일화로 과거 필자한테 개인적으로 VC가 연락이 온 적이 있었다. 과거 투자 관련 미팅을 가졌던 곳이었는데, 이후로는 추가 논의 없이 관계가 끝났기 때문에 연락을 받았을 때 다소 의외였다. 사정을 듣고 보니 현재 본인이 키우고 있는 신생 스타트업이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데, 제대로 채용공고를 올린 것인지 검토 한 번 해줄 수 있느냐는 부탁이었다. 현재 해당 기업은 전원 20대로 구성된 법인이고 처음 이쪽 직무를 채용하는데 UX 쪽 경험자가 없어서 불안한 듯했다. 일전에 미팅 과정에 필자의 본업이 UX 리서처인 것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부탁을 한 거로 생각했다.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링크를 타고 들어가 채용공고를 확인해보았다. 내용을 확인하고는 당시 꽤나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기억상 UI 디자이너를 뽑는 공고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필요역량에 기재된 내용은
1) GUI 디자인 및 각종 디자인 툴 가능자 2) 일러스트레이터 역할 3) 콘텐츠 마케팅 경험 4) UX 리서치 및 기획 능력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심지어 각기 다른 저 능력들이 필요역량과 우대역량이 구분되지 않고 혼재되어 있었다. 예상컨대 뭔가 비슷해보이는 디자인 영역 안에 있으니까 다 할수 있겠지, 라고 생각해서 올린 것 같았다. VC에게 연락해서 몇 가지 부분을 이야기했다. (물론 실제 표현할 때는 아래 내용을 부드러운 형태로 전달하긴 했다)
1. 이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써있는 항목마다 이질적인 능력들이고, 단순히 ‘할 줄은 안다/해본적 있다’ 수준 정도만 필요한 게 아니라 ‘일’을 맡길 생각이라면 요구 방향성 자체가 틀렸다.
2. 만약 존재하더라도 그 사람이 정상적인 커리어를 가지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사람도 하루 주어진 시간은 24시간일 텐데 분산되어 일하면 무슨 커리어를 쌓을 수 있겠나. 희박한 확률로 압축된 시간 안에 모든 것을 퀄리티 있게 처리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천재 유니콘이라면, 그런 사람이 이 채용공고에 지원할 이유도 없고, 초기 팀이 그의 요구사항을 맞춰주지도 못할 것이다.
3. 궁극적으로, 이 채용공고는 ‘우리 회사는 아무것도 몰라요’라고 광고하는 꼴이다. UX 관련해 어느 정도 이해가 있는 사람이라면 구직 상황에서도 이 공고 보면 도망갈 것 같다. “도대체 누굴 뽑고자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떠오르며 대충 입사했을 때 겪을 부정적인 미래가 보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한정된 자원 때문에 최대한 많은 역량을 가진 인원을 뽑고 싶은 거라면, 적어도 일단 우선순위를 정하고 최소한 비슷한 것끼리 묶어서 뽑으라고 말씀드렸다. (그 과정에서 UX-UI-GUI로 이어지는 프로세스와 수행역할 대한 설명해 드려야 했다….)
이런 헉, 소리 나는 공고를 다들 학교 커뮤니티에서도 목격했을 것이다. (ex. ~~ 하고자 하는 창업팀인데 디자이너 구합니다!) 그저 당장 원하는 뭔가를 만들어야 하는데 본인은 해당 능력이 없으니, 그런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대충 뽑기 위해 올려둔 글들.. 지원하는 일도 많지는 않겠지만 막상 면접을 보더라도 창업자가 면접자를 업무적 측면에서 제대로 평가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학생이니까 혹은 경험 없는 청년이니까 자연스러운 부분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창업 네트워킹을 하고 있는 상태라면 VC가 필자한테 도움을 요청했던 것처럼, 주변 관련 선배한테 물어볼 수도 있는 것이다. 아니면 요즘 유튜브, 구글을 통해서도 직간접적으로 이해력을 높일 수 있는 콘텐츠가 매우 많다. 팀 구성이 중요한 요소인 만큼, 완벽하지는 않아도 공부를 해나가며 오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하지만 사업이라고 하면 당장의 MVP, 제품을 만드는 것이 더 급한 것 같아 팀원 모집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다 보니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 듯하다. 고민 없는 팀 구성은 파멸의 제일 첫 번째 요소일 뿐이다.
아니 그래서 어떻게 구하라는 건데?
학생창업의 팀 구성에 있어서 열악한 조건만큼 당연하게도 정답은 없다. 구체적인 방법보다도 거쳐야 하는 요소에 대해 개인적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 앞에서 서술했듯이 초기창업의 팀 구성은 보통 외부에서 평가할 때 ‘이것까지 본다고?’ 싶을 정도로 복합적인 요인을 분석한다. 창업자가 본인 팀에 있어서 투자자보다 엄격함이 떨어지는 것도 나이브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결국에 그들과 같이 매일 커뮤니케이션하고 희로애락 속에 일할 사람은 창업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당신이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일수록, 서비스업에 가까울수록, 아무리 멋진 아이디어로 시작했어도 초기 단계에서는 ‘정말 팀원이 전부구나..’라는 생각을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실제로 창업팀을 구성하는 데는 사전에 많은 대화와 교감, 공감대가 필요로 하다. 공감대라고 막연히 표현하기는 했지만, 성격/업무 스타일/커뮤니케이션 방식/스킬셋/동기부여 방식/궁극적 목표 등 확인해야 할 요소는 많다. 솔직히 그 과정을 거쳐도 막상 일을 시작하면 알고 보니 아니었거나, 변경되는 등 이견이 생기는 경우가 존재한다.(이와 관련해서는 이후 시리즈에서 구체적으로 다루겠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적 자유도가 직장인보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학생이라면 학회가 되었든 동아리가 되었든 진지한 성격의 창업 커뮤니티에 들어가기를 추천한다. 해당 단체에서 요구하는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그 시간 동안 본인과 핏이 맞는 사람을 고르고 컨택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커뮤니티 가입이 힘들다면 본인 주도로 너무 심각하지 않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참여할 사람을 모으고 관계를 쌓는 과정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막상 이런 과정에 참여하다 보면 인맥이 형성되며 그 안의 사람 이외에도 여러 접근이 가능할 수 있다고 추측한다. 또 그 과정에서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본인이 인정을 받을만한 퍼포먼스도 보여야 할 것이다.
정량적 통계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경험적으로 초기창업에서 사업을 접는 경우는 팀 자체가 의욕을 잃고 깨지는 케이스를 가장 많이 보았다. 제품이 망했거나 돈이 없거나 보다도 창업자의 의지와 팀원 간의 소통 문제가 더 크리티컬 하다고 느껴진 것이다. 학생창업 시 팀 구성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과소평가하지 않고 충분한 노력을 들여 진지하게 임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도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는데 버릴 것 없는 시간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