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분야에서 업계 진출과 학계 진출 중 어느 쪽이 향후 커리어 설계에 더 유리한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UX처럼 실무와 연구의 간극이 존재하는 분야에서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현재의 UX 채용 시장에서는 경력 중심의 선호도가 매우 높다. 기업, 특히 대기업의 경우 UX 직무에 대해 ‘바로 투입 가능한 인재’를 원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신입보다는 실무 경험이 있는 경력자를 선호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게다가 많은 대기업들이 신입을 뽑기보다는 내부 전환이나 경력직 중심의 채용을 공공연하게 벌이고 있기도 하다.
UX는 본질적으로 실용성이 강한 분야이며, 실제 업무에 필요한 역량은 대학원 수업이나 이론적 학습만으로는 쌓기 어렵다. 예를 들어, 수많은 UX 방법론이 존재하지만 이들이 실제 기업 내 프로젝트에 어떻게 녹아들어 가는지는 조직의 성격에 따라 천차만별이며, 교과서에서 배우는 이론과 실무 간의 간극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취업을 생각한다면 학계보다는 업계에서 다양한 업무를 직접 겪어보며 커리어의 방향을 잡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학계 진출이 불리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학계는 일반적으로 석사 이상의 고학력자, 특히 박사 과정을 수료하거나 이를 통해 전문 연구 경험을 축적한 인재들에게 다음 진출 무대로 적합한 길이다. 따라서 학계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연구실의 선택, 지도교수의 네트워크, 학회 활동 등도 중요한 커리어 자원이 된다.
학계의 가장 큰 장점은 UX를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업계가 빠르게 결과를 요구하고 일정 중심으로 돌아간다면, 학계는 시간의 여유 속에서 문제를 탐색하고 실험하며 그 과정을 통해 UX의 근본을 탐구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UX의 이론적 기초, 예컨대 인지심리학, 사용성 이론, 통계 기반의 사용자 조사 방법론 등에 대한 깊이 있는 학습이 가능한 것도 학계의 큰 장점이다.
이런 점에서 “업계냐, 학계냐”보다는 “현재 내가 필요로 하는 경험이 무엇이냐”를 먼저 자문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실무에서 당장 일하며 생계도 해결하고 감각도 익히고 싶다면 업계 진출이 더 빠른 길일 수 있다. 반대로 지금 당장은 시간을 투자하더라도 이론적 기반을 쌓고 향후 연구자나 교수, 또는 UX 컨설턴트로의 전환까지 고려하고 있다면 학계 진출도 유의미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냥 무엇을 목표로 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특히 아직 경력이 전무하거나 준비 단계에 있는 이라면 작은 스타트업이나 UX 에이전시에서라도 가볍게 실무를 경험해 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그렇지 않고 어떤 일이 나에게 맞는지 여부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원의 경우 학부의 연장선으로 고민해서도 곤란하다. 학부랑은 많이 다르며, 단순히 학업을 연장해 취업을 유보할 요량으로 선택하는 것은 미봉책이다. 왜냐하면 어차피 졸업 시점 멈췄던 고민이 재개되게 되며, 더욱이 학력이 높아진 이상 내 눈도 높아져 취업이 더욱 바늘구멍으로 전락해 버릴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이유로 만약 석사 과정을 고민하고 있다면 학부 졸업 직후 바로 진학하기보다는 짧게라도 실무를 경험한 후 진학하는 것을 조금 더 추천한다. UX 대학원 중에 실용 중심인 연구실도 있지만, 교수님들 역시 현업 경험이 있는 학생들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지도하려는 경향도 없지 않다. 그만큼 실무 경험이 가치를 가지는 영역인 셈이다.
또 대학원 진학을 커리어 점프의 수단으로 고려한다면, 석사 후 취업 시장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산학 프로젝트나 연구 성과 등을 활용한 UX 포트폴리오에서 실무 관련 구성도 중요하다. 대학원 졸업장이 취업 시 날개를 달아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UX라는 직무 특성상 어떤 전공을 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실무 관련 경험을 했는지가 평가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UX는 직접 부딪혀봐야만 실체를 알 수 있는 분야다. 실무 경험을 먼저 해본 후 진로를 구체화해 나가는 것이 그래서 훨씬 효율적이며, 학계는 그 이후에 진지하게 고려해도 늦지 않다. 실제 많은 동료들이 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후, 보다 깊은 전문성이나 커리어 전환을 목적으로 대학원에 진학하기도 한다. 이처럼 목적을 명확히 둔 학업계획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현재 대학원 관련 고민이 된다면 업계로의 진출을 통해 실무를 먼저 경험해 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학계 진입 여부를 서서히 판단하시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게 해도 충분히 유연하게 커리어 전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UX 분야는 다양한 전공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융합형 분야이기 때문에, 어떤 선택이든 본인의 전략과 실행력에 따라 커리어는 얼마든지 설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