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직무를 준비하거나 커리어 방향을 설정할 때, '목표 설정'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첫 단추다. 목표 설정이 단순히 방향을 잡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만 진정한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근본적인 상황을 잘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목표를 세울 때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말은 굉장히 중요하다. 경험상 '나'라는 사람의 욕구, 성향, 우선순위 등을 고려하지 않은 목표는 나중에 피로함과 회의감으로 되돌아오곤 했다. 실제로 여러 갈래의 진로를 탐색하는 시기에, 특정 분야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이나 주변의 추천만으로 선택한 적이 있었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길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걸 점차 깨달았고, 결국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야 했다. 반대로 어떤 선택은 당시에는 명확한 확신이 없었더라도, 나의 성향과 잘 맞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오래도록 즐겁게 일할 수 있었던 기억도 있다.
UX 분야는 특히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직무이기 때문에, 정작 '나'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단지 적성과 흥미 차원의 이야기를 넘어서, 일의 리듬, 조직 내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문제해결을 바라보는 시각 등 전반적인 일하는 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거창한 철학적 질문보다는, 다음과 같은 현실적인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방식을 자주 추천해 본다.
예를 들어, 내가 혼자 집중해서 문제를 푸는 걸 좋아하는지, 다양한 사람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점을 찾는 걸 즐기는지, 완벽함을 추구하며 디테일에 집착하는 편인지, 빠르게 완성해 보고 결과를 보며 수정하는 걸 선호하는지 등의 질문들이 있다. 이러한 질문들을 반복적으로 자문해 보고, 과거의 경험을 되짚어보면서 정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성향이 드러나게 된다.
나 역시도 커리어 초기에 여러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어떤 유형의 과업이나 협업 방식에서 스트레스를 받았고 어떤 환경에서는 성과가 잘 났는지 등을 되짚어보며 나만의 성향을 조금씩 이해해 나아갈 수 있었다. 당시엔 이것이 필수적 활동이란 것도 잘 모른 상태였다.
결국 이 모든 경험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셈이고, 이후에 설정한 목표들은 이전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경쟁력의 요체는 남과 비교해서 얻어진 어떤 상대적 우위, 역량, 스펙이 아니라 그냥 나라는 사람의 깊은 이해력인지도 모를 일이다.
자기 성향에 대한 이해는 단순히 머리로만 생각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UX 관련 업무를 시작하기 전, 대학원 산학 프로젝트를 통해 실무 유사한 경험을 하면서 내가 정말 UX라는 분야와 잘 맞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당시에는 UX라는 직무에 대한 열망보다는 막연한 흥미에 가까웠지만,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제 성향에 잘 맞는다는 확신은 얻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무작정 방향을 강제로 정하려 하기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몸으로 부딪히며 '나만의 나침반'을 만드는 걸 추천해 본다. 스타트업, 인턴십, 단기 프로젝트, 교육 프로그램 등은 모두 나와 직무 간의 궁합을 검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기회라는 측면에서는 우열은 없다. 그리고 이러한 검증이 쌓여야만 목표가 더 분명해지고, 흔들림 없이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어찌 보면 꼭 필요한 통과의례인 셈이다. 그럼에도 많이들 이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를 바로 얻으려는 것 같다. 조급한 마음이야 당연히 이해가 되지만, 잘 익은 김치가 먹고 싶어도 바로 다음날 겉절이가 숙성될리는 없는 것이다. 기다림도 역량이다.
자기 성향을 기반으로 한 목표 설정은 여러 면에서 이점을 갖는다. 첫째는 지속 가능성이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정한 목표는, 도중에 지치거나 포기할 확률이 아무래도 낮다.
둘째는 전략 수립의 효율성이다. 목표가 나와 잘 맞기 때문에, 필요한 준비를 할 때도 방향이 뚜렷해지고, 선택과 집중이 보다 쉬워지다. 조금 더 남보다 신념을 갖고 임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셋째는 커뮤니케이션 측면이다. 면접이나 UX 포트폴리오에서도 '나는 왜 이 방향을 선택했는가'에 대해 설득력 있는 스토리로 풀어내는데 응집력을 갖게 된다. 실무자나 인사담당자 입장에서 가장 듣고 싶은 대답은, 지원자가 이 직무를 단순히 준비한 것이 아니라 ‘왜’ 이 직무를 선택했고, 어떤 준비와 경험을 통해 확신을 가졌는가이기 때문이다.
UX 분야는 다양한 전공과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다학제적 영역이다. 그만큼 스스로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를 아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때로는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일하는 방식과 태도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자기 이해가 부족하면 쉽게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내가 없는 나침반은 방향성을 잃기 쉽고 남의 인생을 살아가게 되기 쉽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기 성향에 대한 탐색을 놓치지 않길 바라는 이유다. UX 커리어의 본질은 결국 '사람에 대한 이해'인데, 그 시작점이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한다. 그리고 이 여정을 너무 무겁게 느끼지 말고, 가볍게 부딪혀 보며 만들어 나가기를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