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향한 여정에서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포기’ 혹은 ‘목표 조정’ 같은 선택이 필요하냐는 고민을 가진 이들이 분명 많을 것이다. 취업이 정말 어려운 요즘 같은 시기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단순한 물리적 한계를 이유로 꿈을 내려놓아야 하느냐가 아니라, 현실적인 전략 안에서 나에게 맞는 선택과 집중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다. 이 차이를 잘 구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단어를 단순히 덜어내는 작업으로 보지 않았음 한다. 오히려 그것은 기회의 밀도를 높이는 전략에 더 가깝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오히려 방향을 조율할 수 있는 기회이다.
또 목표를 이루기에 지금의 역량이 충분치 않다는 판단은 나약함이 아닌, 자기 인식의 출발점이다. 경험한 바로는, 부족함을 인정하고 나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설계해 가는 과정 자체가 UX 준비생에게 꽤나 필요한 역량이기도 했다. 큰 성장을 지켜볼 수 있었던 이들의 시작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미약했기 때문이다.
UX 분야는 워낙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분야이기 때문에 정해진 트랙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목표를 낮추라는 말보다 ‘어떤 기회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를 중심으로 본인의 시간을 재배치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학업을 병행하면서 UX 진입을 준비하는 시기에는 UX 포트폴리오 완성도가 당장 부족하더라도 실무 프로젝트나 협업 기회를 최대한 많이 가져보는 것이 좋겠다. 반대로, 실무 감각은 있지만 이론적 깊이나 방법론이 약하다고 느껴진다면 대학원 진학이나 리서치 중심의 에이전시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나를 살찌우는 기회를 아는 안목도 중요한 전략의 밑거름인 셈이다.
‘목표를 낮춰야 하나요?’라는 질문은 사실 목표의 재설정이 아니라 ‘지금의 나’와 ‘목표’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채울지에 대한 질문이다. 이럴 땐, 무조건 목표를 낮추는 개념이 아니라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어떤 옷은 미디엄이 맞지만 어떤 옷은 스몰이 맞을 수도 있는 것처럼, 절대적 기준과 잣대로 날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UX 분야에 들어오기 위해선 반드시 대기업이나 특정 스펙을 갖추어야 한다는 통념은 실제 실무에서 보면 그리 절대적이지 않다. 경력이 없어도 다양한 방식으로 실무를 경험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구조가 UX 분야에는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이걸 기회로 알아보고 얼마나 어디까지 활용하느냐에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러한 열린 틈을 기회의 영역으로 인지하지도 못한다. 그저 눈을 낮춘다라고만 오인해버린다.
나 자신이 밑바닥에 있다고 생각했던 시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 해 보자’는 것이었고, 그래서 스타트업과 산학 프로젝트, 소규모 외주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경험을 쌓아갈 수 있었다. 역설적으로 찬물 더운물 가리지 않은 결과, 그제야 의미 있는 경험들이 내 안에 알알이 들어차기 시작했단 거다.
그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목표는 변경하지 않고 원하는 방향의 궤도에 올라탈 수 있었다. 핵심은 ‘포기’가 아니라 ‘접근 방식의 전환’에 있었다. 전환은 포기가 아니라 전략이었다!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은 언제나 불확실하다. 그렇기에 저는 멘티분들에게 자주 말하는 것이 있다.
포기할 수 없는 목표라면 방향을 조정하되 멈추지 말라
UX 분야는 특히 비정형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정답’이 없다. 오히려 ‘무조건 해야만 하는 것’들보다는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엔 무조건적인 오답도 없단 뜻도 포함된다. 그러니 조정을 많이 해볼수록 어쩌면 더 유리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리서치 중심의 UX 업무를 하고 싶다면 이론적 배경과 사용자 인터뷰 등의 실무 경험을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하겠지만, 제품 중심의 UX라면 오히려 서비스 흐름에 대한 이해와 Figma 등 툴 기반의 프로토타이핑 역량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즉,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이 어딘지를 구체화해낼 수 있다면, 지금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할지 명확해지며 자연스럽게 ‘선택과 집중’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다.
‘부족함’이라는 감정은 성장의 초기 신호다. 누구나 처음에는 부족하다. 다만, 이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느냐, 전략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경로로 이어진다.
현업에서 만났던 수많은 UXer들도 대부분은 초기에 좌절감을 느끼지만, 어느 순간 본인만의 강점을 중심으로 궤도를 만들어 나가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그리고 그 속도는 빠르다고 좋은 것도, 느리다고 나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한 번 방향이 잡히고 나면’ 속도는 자연스럽게 붙게 되더라. 자기만의 속도를 알고 이 리듬을 탈 줄. 아는 게 더 중요했다. 어쩌면 이 리듬을 아는 능력을 실력이라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목표를 낮추기보다는, ‘지금의 나에게 가장 효율적인 도달 경로는 무엇일까’를 고민해 보길 권한다. 그 과정에서 일시적으로는 특정 경험을 포기하거나 순서를 바꿔야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결코 후퇴가 아니다. 그저 전략적인 전환일 뿐이라고 받아들이면 그만인 것이다.
단순한 포기냐 아니냐의 binary 선택보단, 훨씬 입체적인 선택지 속에서 방향을 찾아가는 고민이 필요하다. 이걸 한 단어로 전략이라 부르는 것이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전제를 붙여 다음 전략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목표를 수정하거나 포기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다. 그 이전에는 충분히 다른 방식의 접근과 선택이 가능하다. UX 분야는 말했듯이 정답이 없는 분야다. 그 말은 곧 ‘나만의 길’을 얼마든지 설계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카드와 시장의 흐름을 냉정하게 보고, 선택과 집중을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하고 결단력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