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연구실 선택은 진로를 좌우할 중요한 결정이다. 그런 결정을 위해서 단순히 명성이나 커리큘럼, 교수님의 논문 리스트만으로는 연구실의 실체를 파악하기는 사실 어렵다. 말 그대로 그 공간에서 ‘사는 것처럼’ 관찰해야 진짜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게 말처럼, 마음만큼 쉽지 않다. 그래서 발품이 중요한 것이다. 막말로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보다 연구실 앞에서 서성였던 시간이 더 유익했다고 말할 수 있다.
연구실을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지도 교수님과의 호흡은 물론, 선배와 동기들과의 관계가 향후 연구뿐 아니라 졸업 이후 커리어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기 때문이다.
또 연구실에서의 분위기는 한 사람의 태도나 성향보다는 그 집단이 만든 암묵적인 문화에 의해서 좌우된다. 연구 외적인 스트레스가 많아지는 경우, 아무리 연구 주제가 흥미롭더라도 오래 버티기 어려울 수도 있다. 때문에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는 분들에게, 반드시 관심 있는 연구실 조교 혹은 재학생들과 1:1로 커피챗을 해볼 것을 추천한다. 아니 이러한 활동은 필수적이다.
비록 짧은 대화일지라도 커피챗을 통해 연구실의 분위기나 교수님의 지향점 등을 짐작해 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는 반칙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에게 굉장히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UX 분야처럼 실무 연계가 중요한 학문일수록 연구실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성격 또한 매우 중요하다. 실험실 수준의 기초연구보다는 실제 서비스와의 연계를 고려한 연구가 취업 및 향후 경력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에 이런 활동의 예정 여부를 가늠하는 것도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산학 협력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연구실에서 경험을 쌓은 것이 커리어에 있어선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말이 산학 프로젝트가 아니면 취업이 어렵다는 말은 아니니 오해는 없길 바란다. 내 경우에도 당시 기업과의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실무에서의 문제 해결 방식, 결과물에 대한 기대 수준, 프레젠테이션의 중요성 등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기에 하는 조언이다.
또한, 일부 기업에서는 특정 연구실과의 산학 이력이 자연스러운 채용 연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사실 이것이 핵심이다. 연구실에서 기업 연계 프로젝트를 계기로 지금의 회사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에, 산학 프로젝트의 실무적 영향력은 절대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단,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회가 주어지는 연구실이 어디인지를 알아내는 데는 역시 ‘발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물론 당연히 미리 알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런데 계속 ‘발품’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그 의미는 무엇일까? 이는 단순히 물리적으로 발로 뛰는 것을 포함, ‘선택을 돕는 다방면으로의 정보전’이라고도 해석해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정보를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정보에 스스로 접근하고 탐색하는 적극성, 교수님의 연구 스타일부터 실험실 분위기와 졸업생들의 커리어 현황까지 꼼꼼히 따져보며 시간을 투자하는 태도, 다 포함하는 행위다.
물론 그런다고 모든 것을 다 알아낼 수도 없을뿐더러, 무조건 더 안다고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 경우 이러한 행위를 통해 마음이 한쪽으로 기우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선택의 부담을 덜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단순히 성실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분명히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떤 대목을 발견하게 되고 깨닫게 되면서 여러 생각을 같이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는 지금 대학원을 가는 게 좋을지 아닐지부터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UX 관련 대학원 진학을 고려 중이라면,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기회가 왔거나 생겼다면 바로 잡아도 물론 되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차근차근 발품부터 팔아보길 권해본다. 교수님 면담, 연구실 방문, 세미나 참관, 재학생과의 상담 등을 통해 직접적인 경험 기반으로 판단하길 추천한다. 단순히 ‘어디가 유명하다더라’는 평판이나 웹사이트의 커리큘럼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합니다. 그 감각은 오직 내가 움직였을 때만 체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졸업생 이야기도 너무 믿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는 과거에 관한 참고일 뿐, 중요한 것은 내가 학위를 받아 졸업할 즈음 시기 이 모든 것이 어떤 가치를 지닐 것인가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