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문장은 ‘직무 전문성’과 ‘직무 적합성’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사실상 두 단어 없이 이를 표현한 셈이나 다름없다. 지원서류를 미비하지 않게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직무 전문성’이다. 상황 파악을 하지 않고 일단 역량 수준부터 올리고자 하는 마음을 욕심이라고 표현한 것은 결국 ‘직무 적합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UX라는 직무는 그 자체로 실용성이 핵심인 분야다. 이것을 일종의 전제로 놓자. 아무리 UX 포트폴리오가 잘 정리되어 있고, 다양한 방법론을 이론으로 익혔다 하더라도, 실무에서 요구되는 역량 중 일부는 반드시 현장에서만 길러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 역시 대학원에서 실무에 가까운 산학 프로젝트를 1년 이상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입사 후 인하우스 UXer가 되어 보니 그 차이가 너무나 크게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같은 회사를 밥 먹듯 드나들며 했던 산학 프로젝트의 경험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마치 연애에 대해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고민해도 실제로 사람을 만나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처럼, 실무 감각이란 이처럼 해보기 전에는 체화되기 어렵다과 봐야 옳다.
UX라는 분야는 ‘준비를 더 한다고 해서 꼭 결과가 좋아지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 혹자는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말하고 싶은 무대는 취업이다. 취업을 위해 필요로 하는 역량은 반드시 시간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회사는 허들이 낮아 막 시작한 사람들이 진입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10년을 일했어도 불러주지 않을 곳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조차도 경험을 해보지 않으면 선뜻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흔히 UX 방법론이나 조사 툴을 학원이나 교육 기관에서 배우지만, 그 내용이 실무에서 그대로 활용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렇다고 해서 불필요한 지식은 아니다. 알아야 하는 것은 맞다. 오히려 그 경험이 실무와의 괴리를 크게 느끼게 하여 좌절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기에,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래서 실무 감각을 익히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작은 회사든 스타트업이든 무엇이든 일단 일해보는 것’이다. 정말 왕도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3개월만 경험해 보면, 그 경험이 또한 UX 포트폴리오로도 녹여지게 되면, 그리고 이러한 식의 축적이 계속 쌓이고 쌓인다면, 본인의 커리어 방향성을 스스로가 점점 이해하게 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역량보다 더 선행돼야 할 중요한 점은, 나에 대한 이해인지도 모른다.
과정 중 ‘역량이 부족하다’는 감정은 많은 UX 준비생들이 공통으로 겪는 불안일 것이다. 나 또한 그랬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감정은 때때로 학습이나 자료 준비로는 해결되지 않는 종류의 불안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렇게 하지 않고선 채울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에 정말로 불안한 것일 수도 있다.
지금껏 봐온 많은 사례에서도, 오히려 계속해서 준비만 하고 실무 진입을 미루다 보니 시간이 흘러 자존감이 낮아지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즉, ‘더 준비해서 완벽한 상태로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은 자칫 도전 자체를 늦추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역량을 떨어뜨리는 행위일 수 있단 것이다.
UX라는 영역은 정형화된 자격 요건이 없는 분야다. 차라리 다채롭기 짝이 없다. 특히 신입 UX 포지션은 그 수가 적고, 대부분은 경력을 가진 지원자에게 더 기회를 주는 구조다. 그러니 지금의 부족함을 채우려는 노력이 ‘욕심’이라기보다는 ‘지나친 완벽주의’ 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준비에 정답이란 없지만, 경험적으로 봤을 때 일단 발을 들이고 나서 부족함을 점차 채워가는 방식이 어쩌면 UX 분야에서는 오히려 현실적이고 현명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충분한 준비였는지’에 대한 자기 의심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하지만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 ‘역량 강화’만을 택하는 것은 방향을 잘못 잡을 수 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오히려 이러한 시점에서는 ‘이제 문을 두드릴 타이밍’이라는 신호로 해석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설령 만족스럽지 않은 기업이나 조직이라 하더라도, UX 관련 실무를 경험하게 될 수 있다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을 수 있다고 긍정했으면 좋겠다. 뭐든 일엔 일장일단이 있는 법, 그러니 단점보단 장점을 더 챙기는 방향이 커리어 초반엔 더 유리할 수 있다. 뭐라도 채워야 한다는 입장은 비록 단점이 있더라도 장점이 보인다면 그것을 누리고 챙겨야 한단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들이 모여 커리어를 위한 구체적 전략을 세우는 기반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지금의 선택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야 한다. 당장은 못 느끼겠지만 실제로도 그렇다. 더 중요한 건, 마냥 ‘준비’만 하지 않고 스스로를 실전에 내던지는 용기에 있다. 그런 용기가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가게 할 것이다.
많은 UX 준비생들의 고민은 ‘욕심’이라기보다 ‘불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불안은 멈춰서 준비를 더 하는 것으로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UX는 교과서나 강의보다 현장에서 배우는 직무이기 때문이다. 지금이 바로, 실무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시험해 보고 진짜 내가 원하는 UX 커리어를 구체화할 타이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