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요] 유엑서로 일하고 싶어요 #035

by UX민수 ㅡ 변민수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준비해 간절히 바라던 회사에 입사한 후, 막상 조직 문화나 업무 내용, 혹은 성장 가능성 등에서 실망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간사한 것 같아도 현실이다. 때문에 이와 같은 사연은 결코 낯설지 않으며, 단순히 '그 회사가 나쁜 곳'이라기보다는 실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예상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미리 마음에 새겨두지 못한 결과였을 수도 있다고 해석해 본다.




실무 경험의 필요성


실제 경험한 바에 따르면, 실무라는 것은 소속이 되어 몸으로 부딪혀보기 전까지는 정말로 모르는 일이었다. 설사 경력이 쌓어 연차가 많아도 조직개편 등으로 리셋이 되고 나면 매번 겪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다채로움이 특성인 UX 직무는 특히 더 그렇다.


대학원에서 지금의 회사와 산학 프로젝트도 경험하며 나름대로 실무 감각을 익혔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인하우스 UXer로 입사하고 나서야 그 차이를 명확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의 우선순위가 달라지고, 조직 내 협업의 방식, 심지어는 내가 맡게 되는 업무의 스펙트럼까지도 외부에서 상상하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그 안에 들어가 있어야만 알 수 있는 감각, 일의 리듬, 조직의 논리가 존재한다.


그것이 상상을 초월했기에 결코 미리 알 순 없는 것들이었지만, 이만큼 다를 수 있다는 것 정도는 미리 알았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은 늘 있었다.



이상적인 직장이라는 환상


꿈의 직장이라는 환상은, 아직 그 안에 들어가 보지 않았기 때문에 더 강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그 회사의 브랜드, 연봉, 복지, 조직 문화 등을 기준으로 '이상적인' 직장을 상상하지만, 실상은 각 개인의 성향, 일하는 방식, 성장 방향과 얼마나 잘 맞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크게 갈릴뿐이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회사와 조직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은 장단점이 있을 뿐이라 일축해서 생각을 해야지, 이상화하는 순간 실망 확률도 동반상승한다는 점을 항상 주지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UX 분야는 도메인별, 조직 규모별로 실무의 결이 매우 달라 단일한 기준으로 회사를 평가하긴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때문에 이상이 있을 수 없다. 설령 그런 회사가 있어도 바뀔 수 있고, 달리 말하면 별로였던 회사가 이상형에 가까워지는 일도 생길 수 있는 것이 직업의 세계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유용한 가치는, 내가 있는 곳이 이상적인 곳이 되게끔 만들려고 노력하는 태도와 자세가 아닐까 싶다. 물론 정말 긍정하려고 해도 안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직이 반복될수록 만족감이 자꾸만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면, 내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점검을 해볼 필요도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소위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회사에서 사람을 뽑을 때 보는 점 중에 하나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일거리 즉, 황폐한 곳에서도 얼마나 생존력을 갖고 있을 전개 하느냐에 있지 다 준비된 밥상에서 맛있게 밥숟가락을 뜰 사람을 찾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구인구직의 본질을 안다면, 환상은 손해임을 금방 깨닫게 된다.



시행착오의 가치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실망의 알고리즘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연한 것이다. 그러니 실망에 관대해야 한다. 오히려 그 과정은 그저 시행착오였으며, 그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기에 긍정적인 것이다.


어떤 회사가 나에게 맞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인사이트다. 소위 똥 밟았다고도 표현하지만, 액땜이란 차원에서 커리어에 매우 든든한 밑거름이 아닐 수 없는 흔적이다. 당장은 지저분한 기분이 들겠지만 이후 더 나은 방향을 찾는 데 매우 값진 경험이 될 수밖에 없다.


누구든지 첫 회사에서 평생의 만족을 얻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그래서 첫 회사를 정할 때 ‘이 회사가 평생직장이 될까’보다는 ‘이 회사에서 어떤 경험을 축적할 수 있을까’를 더 중요하게 여겼음 한다. 요즘은 이런 사고방식이 그래도 널리 확산된 것 같이 보인다. 그래서 첫 회사는 방향보다 속도가 중요하다고도 생각한다. 빨리 겪어보는 게 좋단 뜻이다. 일단 움직이고, 경험하고, 배우면서 수정해 나가는 것 자체가 훌륭한 성장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본질에 집중하는 태도.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나’이다. 회사를 탓하기 전에, 나 자신이 어떤 역할을 원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단순히 처우 등으로 생기는 불만과 커리어에 필요한 영양분을 혼동해서는 곤란하다. 커리어의 속성에는 내 취향의 영역만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경험상, 회사의 기대에 맞추려는 태도만으로도 오래 버티기는 어려웠다. 내가 주도적으로 방향을 설계하고, 그 회사 안에서 그 길을 어떻게 실현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분위기더라도 나는 그럴 수 있는지 알고 임해야 한다. 그래야 후회를 없앨 수 있고, 향후 어떤 회사를 가든 이를 의미 있는 경험으로 변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꿈꿨던 회사가 기대에 미치지 못 미쳤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실패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속에서 나만의 기준을 발견하고 성장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성취라고 봐야 옳다.




꿈의 회사와 실망감, 이는 단순한 회의감만 가질 일이 아닌 실무에 대한 고민과 커리어 방향성 탐색을 위한 소중한 성찰 경험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망감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긍정적인 해석에 노력을 가하길 권해본다.


엄밀히 말하면 회사는 무엇을 위한 수단이다. 무엇이란,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 가는 가다. 꿈에 그리던 회사도, 경험이라는 렌즈로 다시 보면 조금 다른 얼굴을 하고 있을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니 너무 두려워 말고,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꿈을 씌운 회사가 아닌 ‘나만의 진짜 꿈’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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