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직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공식적인 레시피’가 없다는 데 있을 것이다. 때문에 방향성을 고민하게 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함을 느끼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이니 불안해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실제로도 UX 분야는 특정 전공이나 코스를 밟는다고 보장되는 길이 아니며, 현업에 있는 나 역시도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 자리에 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UX라는 직무는 다학제적이고 융합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준비 단계에서도 많은 갈래가 열려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이런 분야를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해진 ‘레시피’를 찾기보다는, 내가 어떤 UXer가 되고 싶은지부터 정의해 보는 것이다. 이 부분을 오히려 놓치고 간과한다. 실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흥미를 느끼는지, 그리고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싶은지 등을 스스로 질문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UX라고 뭉뚱그려 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역할이 기획 중심인지, 리서치 중심인지, 인터페이스 설계에 가까운 일인지에 따라 준비해야 할 ‘식재료’가 달라진다.
UX 준비과정에서 하나의 길만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되더라도 그건 하나의 사례라고 봐야 옳다. 스타트업이든, 인턴이든, 학부 프로젝트든 작고 단기적인 경험들을 통해 실무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 역시 UX가 어떤 일인지 책으로 이해하고 대학원 연구실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실제 기업에 입사하고 나서야 ‘이게 UX였구나’라는 실감을 했던 경험이 있다. 그만큼 UX는 경험을 통해 체득하는 영역이니 오히려 이것저것 해본다는 것이 방황이 아니라 양식인 셈이다.
실제로 실무를 해보면 내가 상상하던 이상적인 프로세스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걸 금방 겪게 된다. 방법론 하나 익혀두면 다 쓸 줄 알았는데, 현실에서는 리서치할 시간도, 여유도 없고, 도메인 지식이 더 중요해지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음식(직무)을 만들고 싶은지 먼저 고민한 후, 지금 가능한 재료(경험, 역량, 시간)를 가지고 하나하나 시도해 보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다. 거창한 목표보다는 눈앞의 경험에 집중하며, 그 경험을 통해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UXer로서의 성장이다.
UX 분야에서의 진로 탐색은 오히려 ‘준비’보다 ‘실행’이 더 직접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도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다. 특히 UX는 배워서 안다는 것보다 해봐야만 알 수 있는 영역이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경험의 축적이 곧 나만의 레시피가 되어준다.
그러니 준비가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실무를 해볼 기회를 마련하길 조언한다. 학원에서 배우는 툴이나 이론도 무용지물은 아니지만, 실제 프로젝트를 통해 해당 지식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느껴야 온전한 내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서치가 잘 맞는다면 리서치를 중심으로 한 UX조직을 찾고 맞춰 나아가고, 퍼블리싱이나 GUI 디자인이 적성에 맞다면 그쪽을 강화하는 전략이 맞는 것이다. 이처럼 정형화할 수 없다. 그 중심엔 오로지 내가 있을 뿐이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UX에 접근해 본 경험은, 처음엔 알쏭달쏭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는 중요한 무기로 작용한다. 그러니 한 가지 루트만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행착오를 때론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 ‘잘 모르겠지만 일단 해보자’는 태도가 무모해 보여도 어쩌면 UXer가 되는 데엔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해서 한 걸음씩 성장해 원하는 회사까지 간 이들을 실제로도 봐왔다.
그러니 첫 단추로써의 조직이 스타트업이든, 에이전시든, 심지어 단기 인턴이든 상관없는 것이다. 어떤 프로젝트에서든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있기 마련이며, 이 경험들이 궁극적으로는 나만의 UX ‘요리법’의 초석이 된다.
UXer로서의 성장에는 정량적인 스펙보다 ‘왜 이 일을 하고 싶은가’, ‘나는 어떤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은가’와 같은 내적인 질문에 대한 답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UX라는 직무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어떤 문제를 ‘문제라고 정의할 것인가’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문제 정의는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 나는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고 싶은지를 자문하면서 커리어의 방향을 조금씩 좁혀나가야 한다. 그래야 내 방향에 맞는 옷을 만나게 된다.
많은 이들이 단순히 스펙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학원 진학이나 추가 학위를 고민하지만, 그보다는 하나라도 실무에 가까운 경험을 해보는 것이 더 빠른 길이라고 매번 느낀다. 물론 기회가 왔다면 대학원과 학위도 필요한 영양분인 것은 맞다. 문제는 이를 위해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자원을 쓰진 말라는 것이다.
정해진 레시피가 없는 분야인 만큼,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레시피를 만들어나가는 것이야말로 UXer로 가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식적인 레시피가 없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방법이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누군가에겐 불편하고 희망고문 같은 말처럼도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나만의 방식으로 ‘요리’를 완성하지 않는 것은 요행이다. 결과적인 요행은 있을 수 있다지만, 애초부터 요행을 추천하고 가르칠 순 없다.
UX라는 영역은 마치 요리처럼, 누구의 입맛에 맞게 레시피를 계속 조정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작더라도 어떤 ‘음식’을 만들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고, 필요한 재료를 실험해 보며 나만의 레시피를 구성해 보시길 바란다.
혹시 어떤 UX 직무가 내게 맞는지조차 막연하다면, 한두 가지 프로젝트만이라도 시작해 보자.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떤 문제에 흥미를 느끼고 어떤 방식의 접근을 잘하는지를 분명 알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실무 경험의 기회에 닿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보자. 그게 무엇이든 간에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현실의 UXer로 익어가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