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UX는 결국 추구하는 목적일 뿐”이라는 표현은 누군가에겐 다소 아쉬운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이에 관해서 책에선 UX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라고도 표현한 바 있다. 즉, UX라는 것은 그 자체가 중요하지만 본질은 아니다. 매개표현일 뿐이다. UX를 둘러싼, 혹은 파생된 각종 용어는 어쩌면 이 달 주변을 도는 더 작은 위성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도대체 이 달의 본질이 뭔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UX가 ‘결국 목적일 뿐’이라는 말은, 다소 도발적일 수 있지만 핵심을 건드린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 목적은 제품의 사용성을 높이는 것이든, 브랜드의 인상을 강화하는 것이든, 비즈니스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든 다양할 수 있지만, 핵심은 사용자라는 존재와의 관계 개선이다.
경우에 따라선 교과서적인 방식이 사용자와의 관계 개선에 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과감하게 그것을 탈피해 나아가야 한다. 아무리 교과서적으로 옳다고 해도 말이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사용자와도 타협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모든 일이 사용자를 최상위에 두고 진행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차선책일지라도 이것이 최종적으로 채택되는 편이 결과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용자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할 때 느끼는 감정, 생각, 행동 전반을 더 나은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은 목적일 뿐이며, UX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활동의 출발점이자 끝점은 바로 ‘맥락’이다.
페르소나나 저니맵, UT, 프로토타입 제작 등의 UX 실무에서 흔히 쓰이는 방법론들은 모두 수단에 불과하다. 실무에서 이런 도구들이 자칫 목적처럼 오해되는 경우도 많지만, 결국은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그것은 답을 내어주는 틀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많은 신입 UXer나 준비생들이 여러 방법론에 집착하게 되는데, 이는 “UX=툴킷의 집합”처럼 보이기 쉽기 때문이다. 이것은 신기루이자 착시다. 현업에 들어오면 방법론이 실제로 적용되는 경우는 사실 적고, 그보다는 실무 맥락과 리소스 안에서 ‘최소한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도구를 잘 아는 것은 필요하다. 상식의 관점에서 말이다. 하나 이것이 내 UX 역량이자 실력의 증표는 될 수 없다. 정지되거나 예측 범위 내에 놓인 과녁을 통해 이루어진 사격연습과 실제 포탄이 날아다니는 전장은 비교할 수 없는 장소인 것처럼 그 차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전장을 시뮬레이션해서 사격연습을 하려면 엄청난 비용과 자원이 들 수밖에 없기에 제한적이 되기 마련이다. 현실적으론 어렵거나 다른 대체재를 활용해야 한다.
또한 UX라는 단어의 정의는 조직 마다도 상당히 다르게 쓰이곤 한다. 예컨대 대기업에서는 GUI 업무를 제외한 UI 중심의 업무를 UX라 부르기도 하고, 스타트업에서는 서비스 기획과 사용자 리서치를 모두 담당하는 ‘올라운더’ 역할을 UX라고 부르기도 한다.
즉, UX라는 말은 고정된 직무나 작업영역이 일컫는 표준화된 표현이 아니다. 해당 조직이 어떤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역할이다. 위에서 맥락을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UX는 결국 목적이다’라는 말은, 어떤 고정된 프레임보다 유연하게 UX를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표현이다. 이에 대한 실용성은 결국 맥락에서 발생하니, 결론적으로 UX란 일종의 함수에서의 y값으로 우리가 해야 할 업무란 정해져 있지 않은 미지수 x를 채우고 재정의하는 것에 가깝다.
짧게 요약하면, UX 실무자는 ‘문제를 정의하고 또 해결하는 사람’이다. 그 해결의 방식은 화면일 수도 있고, 플로우 개선일 수도 있으며, 때론 완전히 새로운 일의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 중요한 건 도구가 아니라 태도다. 일하는 방식과 방법은 달라지더라도 마음가짐과 태도는 한결같기 때문에 UXer의 실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변적 상황이 아닌 불변의 요소에 관심을 가져야 옳다. 왜 이 일을 하려는가, 누구를 위해 문제를 해결하려는가에 대한 상황별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면 아무리 방법론을 잘 다뤄도 ‘사용자 경험’이라는 목표지점에 도달하기 어렵다. 따라서 여전히 중요한 것은 ‘맥락에 대한 이해’다.
UX를 단지 ‘추구하는 목적’으로 본다는 관점은 비하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유용한 관점이다. 이렇게 치부하면 자연스럽게 더 중요한 것을 찾을 수밖에 없다. 끝내 경험이 쌓일수록 얻는 것은, 매번 달라진다는 변화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일 것이다. 고정된 실체로서 일을 이해했다간 큰코다칠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나는 왜 이 화면을 이렇게 설계했는가?”, “이 기능이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물으며, 도구 중심이 아닌 목적 중심의 UXer로 성장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생각하다 보면 내가 언제, 어디에, 어떻게 놓여 있는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끝내 내게 남는 것은 ‘맥락’ 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