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과 학교에서의 UX 교육이 실무에 비해 매우 제한적이고 간접적인 경험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교육이 무용하단 뜻은 결코 아니다. 현업의 실무 환경은 마치 ‘전쟁터’처럼 느껴질 만큼 치열하고 복잡하기에 오히려 이러한 교육에 더해서 공포감을 씻어주는 활동이 첨가되어야 한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아무리 현장이 불규칙적이고 아수라장이더라도 정규교육의 가치가 부정될 수는 없다.
나 역시 UX 석사 과정을 거쳐 현업으로 진입했지만, 막상 인하우스 UXer로 일해보니 몸과 마음이 느끼는 바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연구실이나 교육 기관에서 실무와 밀접하게 프로젝트를 수행했음에도, 막상 회사에 들어와 보니 UX 방법론이 교과서적 의미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대목이 주니어에게 있어선 첫 번째 좌절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성장통이자 통과의례라고 나중에 깨닫게 되었다. 결국 일이 진행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이 회사가 바라는 역량의 요체였고, 심지어는 면접 등을 통해 보고자 하는 면모 또한 바로 이러한 소위 일머리에 있었으니 말이다. 때론 많이 안다고 능사가 아닌 것이다.
실제 기업에서는 퍼소나, 저니맵, UT 등의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문제의 시급성과 자원의 제약에 따라 실무 우선순위가 결정되기 일쑤다. 특히 피라미드 조직인 대기업일수록 업무 분장이 좁고 명확해지기 때문에, 실무자는 하나의 모듈만 담당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전반적인 UX 흐름을 직접 다루기도 어렵다. 물론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하고 오래 걸리기에 이런 점들도 감안하고 업무를 해야만 한다.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현실의 이러한 면모에 대해 눈을 뜨면 업계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면서 좀 더 편안한 조직이 어딘지 탐색하고 알고 싶어질 것이다. 현업이 ‘전쟁터’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히 업무 강도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업, 타임라인에 대한 압박, 사용자와의 간극, 반복되는 커뮤니케이션 속 오해, 결과물 퀄리티에 대한 타협 등의 요소 간의 복잡성이 핵심이다. 특히 실무에서는 논리나 명분보다 ‘조직 내에서의 영향력’이나 ‘사업적 우선순위’가 더 큰 무게로 작용하기도 한다. 마냥 잘못되고 비합리적이라고만 볼 게 아닌 그 안에서도 내 역할을 발휘할 틈새를 찾아낼 줄 아는 것이 절실한 순간이다. 이것에 실패하면 오직 이직만이 답으로 보일 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의 선택 문제 이긴 하다.
혹시라도 이 ‘전쟁터’가 부정적인 환경이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은 의도가 아니니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진짜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현장이고, UX라는 직무의 실체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는 설득을 하고 싶었다. 그 전투 속에서 자신이 어떤 무기를 갖춰야 하는지, 어떤 영역에 강한지, 또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를 체득하게 되기 때문이다.
교육이나 컨퍼런스, 자격증보다도 실제 업무를 경험하는 것이 UX 직무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 누차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심지어 3개월 정도의 단기 계약직 경험이라도 말이다. 작은 조직이라도 좋다. 오히려 소규모 조직일수록 A부터 Z까지 온전히 UX의 전 과정을 혼자 책임져야 하는 구조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훨씬 빠르게 성장할 여지가 생긴다.
과거 취준 시절의 나도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면 겁이 나고 어떻게 해서든 나에게 더 적합한 무대를 골라야겠다는 욕심만 늘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되면 정말 한 발자국도 내딛을 수조차도 없게 소극적으로 변해버린다.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이런저런 무대에 나를 척척 내던져 버릇한 이들이 알게 모르게 성장을 하며 나를 앞질러간 뒤에서야 그 이유를 추측하기 시작했던 과오를 다른 이들은 부디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니 현업에 투입되기 전 준비를 고민하고 있다면, 실무와 최대한 유사한 경험을 모아보라 권하고 싶다. 예를 들어, 가상의 서비스를 설정하고 Figma 등 툴을 통해 프로토타입을 만든 뒤 사용자에게 간단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분석해 개선안을 도출하는 전 과정을 스스로 해보는 것이다. 주섬주섬 필요하다 싶은 과정을 추적하며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하는 것이 뭔가 세련되지 않아도 괜찮다. 그 과정을 그대로 UX 포트폴리오로 만들면, 실무자 관점에서도 꽤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는 점을 의외로 많은 이들이 잘 모른다.
이론과 현실의 격차, 그로 인한 불안, 이어지는 조바심 등은 오히려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비단 나만 겪는 특별한 일도 아니다. UX는 정형화된 직무가 아니기 때문에, 준비가 완벽하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고 막상 일을 해봐야 ‘아 이게 UX였구나’라는 체감이 올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래서 방법론에 매몰되는 느낌이 들었다면, 이미 현업 감각을 원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지금이 바로 도전할 시기라는 말이다.
실무는 문제 해결 중심이고, 완벽한 답을 찾기보다 현재의 조건 안에서 최선의 타협점을 찾아가는 작업이라고 이해해야 옳다. 따라서 학문적 정합성보다도 순간 판단력, 비즈니스와 연계한 기획력, 다자간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차이를 미리 인지하고 있다면 훨씬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학원과 학교가 훈련소라면, 현업은 분명 그보다 복합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전장이 맞다. 겁을 먹으란 게 아니라 차분히 대비하라는 말이다. 내 경우 왜 아무도 이러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스포 해주지 않았나 원망스럽기도 했다.
큰 성장을 원한다면 어쩔 수 없다. 쉽지 않은 일을 해야만 한다. 그걸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장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실전에서 스스로를 시험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빨리 만들어보시길 권한다.
듣기 싫은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내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시작은 꼭 정규직이 아니어도 괜찮다. 가벼운 마음으로 일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만으로도, UX 실무의 밑낯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것이 진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분명히 나 자신을 더 단단한 UXer로 만들어줄 것임을 믿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