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으로 우월한 포트폴리오’라는 말속에는 디자이너(d)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었을 자부심과 강박이 함께 녹아 있다. 과거 학창 시절의 나 또한 그랬고, 누구나 소위 죽이는 포트폴리오를 갖고 싶다는 욕망은 디자이너(d)로서는 당연한 표현본능 같다. 심지어 그 정도 욕심도 없다면 어떻게 경쟁우위를 차지할 수 있으랴.
실력 그 이상으로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은 마음도 잠시, 처음 UX 분야에 도전할 때 UX 포트폴리오는 그런 마음이 오히려 잡음을 낳는다. 이 문서로 나의 모든 역량을 증명하고 싶고, 정말 잘 만든 하나의 UX 포트폴리오라면 모두가 환호하고 모든 취업문을 열어줄 수 있으리라 기대도 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느낀 건 ‘절대적’이란 말 자체가 UX 그리고 현실과는 다분히 맞지 않는 이상향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기본적으로 포트폴리오라는 것의 본질은 결국 상대평가다. 물론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 같다. 맞다 틀리다는 떠나 절대적 가치를 포트폴리오에 씌우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누가 보느냐에 따라 좋고 나쁨이 갈리며, 어떤 ‘절대성’은 그 과정에서 희석되기 마련이다. 한 사람의 기준에선 최고의 작품이 다른 사람에겐 복잡하고 정리되지 않은 자료로 느껴질 수 있다. 특히 기업의 UX 실무자나 인사담당자는 바쁜 일정 속에서 아주 짧은 시간 안에 핵심을 파악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아무리 심혈을 기울였더라도 그들이 빠르게 ‘이 사람이 뭘 잘했는가’를 이해할 수 없으면 매력도가 반감되곤 한다.
상대성의 핵심은 회사라는, 전형이라는 맥락과의 부합성이다. 결국 면접관은 이 전형 속에 속하는 이로서 이러한 부합성을 빠르게 체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부합성이란 우리만의 기준일 뿐, 타인의 기준에서는 다른 평가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UX 포트폴리오의 완성도는 단순히 프로젝트의 수나 퀄리티로 결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구성 전략’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일 수 있다. 지금까지 봐온 UX 포트폴리오들 중에는 훌륭한 프로젝트를 많이 해놓고도 그것을 명확히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던 경우가 많았다.
명확히 보여준다는 의미는 결국 이 프로젝트로 인해서 나의 전문성이 이 전형에서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알려줘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나의 경험을 보여주고 자랑하고 과시하는 것으로 어필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랑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자랑을 하더라도 전형과 부합했을 때 시너지가 나며 의미가 형성되지 그렇지 않으면 하나 마나란 것이다.
부합성을 떠나 정보구조가 복잡하거나 시각적 구성에 너무 많은 힘을 주어 오히려 내용을 흐릿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에, 내용은 평이했지만 뼈대가 분명하고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는 UX 포트폴리오가 더 좋은 평가를 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결국 핵심은 ‘디자인(d/D)을 잘했는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데에 있다. 특히 기여도, 문제해결과정, 결과를 도출한 논리적 사고가 잘 드러나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전형에 부합하고 전형을 향하는지를 잘 어필하는 것이 관건이다. 결론적으로 어떤 구성을 취하든 그 자체만으로 완벽을 논할 수는 없으며, 지원하려는 기업이나 포지션에 맞게 구성하는 전략만이 필수가 될 뿐이다.
또 기업의 문서 포맷이나 문서 읽는 방식을 차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UX팀보단 채용담당자나 인사담당자는 디자이너(d)가 아닐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아무리 이미지 중심으로 뛰어난 시각 역량을 보여줘도 그것이 아예 읽히지 조차 않을 수도 있다. 이것이 서류 단계를 통과하는 비밀이기도 하다. UX 포트폴리오 때문에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기보다는 자소서와 이력서에서 걸러졌을 확률이 매우 높다. 따라서 전형의 단계에서 평가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어디에 어떻게 힘을 줘야 하는지도 결정되는 것이다.
절대적으로 우월한 UX 포트폴리오란 존재할 수 없을뿐더러, 취업시장에서 원하는 바도 아니다. 다만 ‘전략적으로 설계된 설득력 있는 UX 포트폴리오’만이 존재한다는 걸 명심하자. 그 설득력은 프로젝트의 난이도나 비주얼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내 역할, 나의 고민, 내가 해결한 방식에 대한 설명 등에서 묻어 나온다.
실무자의 입장에서 ‘이 사람과 일하면 어떨까’를 상상 즉, 동료로서의 시뮬레이션을 했을 때 함께 하고 싶도록 만드는 흐름이 중요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세부적인 내용보다도 큰 틀에서의 전략적 구성과 구조만으로도 당랑기 좌우되는 요소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많은 준비생들이 대단히 국소적인 것에 치우쳐 UX 포트폴리오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다. 학습차원에서 필요하고 또 나쁜 것은 아니나, 취업 효율성 측면에서만 보자면 문제를 제기할 부분이 분명히 있는 태도다.
보는 이의 관점에서 술술 이야기가 풀려 나아가는 서사를 가진 UX 포트폴리오를 만들려면, 문서 자체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이 전형 분석이다. 전형 분석을 통해 어떤 서사와 흐름으로 내 UX 포트폴리오를 구성할지에서 운명이 좌우되는 것임을 잊지 말자.
끝으로, 잘 된 UX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은 한 번의 작업이 아니라 반복적인 정제의 과정의 결과다. 수차례 문서를 다듬으며 방향성을 다시 잡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기면 다시 구성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은 당연히 쉽지 않은 작업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그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완벽한 UX 포트폴리오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 내가 가고 싶은 조직에 ‘왜 나를 뽑아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줄 수 있는 프로젝트, 스토리라인, 흐름, 과정을 잘 발췌해서 편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때야 비로소 UX 포트폴리오는 단순한 결과물 쇼케이스가 아닌, 지원자로서의 나 자신을 설득력 있게 설명 가능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