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모든 종류의 포트폴리오 전략 수립의 핵심이다.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과 ‘그들이 알고 싶은 것’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든 포트폴리오는 ‘내가 잘한 것’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바람직하며, 이때 ‘그들’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상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포트폴리오의 수신자는 대체로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인사담당자, 또 하나는 실무 디자이너 혹은 팀 리더다. 이 두 입장은 이 포트폴리오에서 기대하는 바가 다르다. 인사담당자는 이력서와 함께 포트폴리오를 훑으며 빠르게 핵심을 파악하고자 하므로 직관적인 구성과 간결한 문장, 정리된 레이아웃 등을 선호한다. 냉정하게 말해서 그들 대부분은 디자이너(d)가 아닐 확률이 매우 높다.
반면, 실무자는 프로젝트에 대한 깊이 있는 과정과 문제 해결 방식, 기여도를 통해 지원자의 프로젝트 수행 능력 및 생각의 과정을 가늠하려 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실제로 나와 함께 일할, 혹은 나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할 이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니 판이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
많이들 이 점을 간과한다. 특히 대기업의 서류 전형이라면 HR이 전형의 중심이 되곤 한다. 따라서 포트폴리오가 서류 전형의 합불에 영향을 거의 혹은 전혀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수신자의 입장을 상정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 배치와 강조점을 다르게 잡아야 하는 것이 중요한 첫 번째 이유다.
그렇다고 HR이 좋아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은 위험하다. 끝내 진짜 수신자를 위해서는 특정 산업군과 기업의 특성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커머스 기업에 지원하면서 본인이 진행했던 교육 앱 리디자인 프로젝트를 강조한다면 적절한 맥락 연결이 필요하다. 꼭 그래야 한다는 의미보다는, 보는 이에 따라서는 프로젝트의 종류만으로 벌써 감흥을 잃을 수 있단 것이다. 생각을 해봐라. 한 번에 얼마나 많은 포트폴리오를 훑어볼지. 관심을 일단 끌지 못하면 디테일은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된다.
단지 이목을 끌라는 것이 아니라, 수신자가 보았을 때 직관적으로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되겠다’는 인상이 필요하단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인상뿐만 아니라 서사구조를 만드는 전략도 중요하다. 실제로 포트폴리오를 보다 보면, 본인이 지원할 UX 포지션과 동떨어진 속성을 잔뜩 포함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구성된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것은 작지만 큰 차이를 일으킬 수도 있어 중요하다.
또한 포트폴리오라는 것은 디자인(d)이 된 문서이기도 하다. 당연히 시각적으로도 수신자의 가독성이라든가 이해의 흐름 등을 섬세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꽤 많은 포트폴리오가 얼핏 봤을 때 ‘잘 만든’ 인상을 주곤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세히 보니 평가자 입장에서 ‘무엇을 했는지’가 파악되지 않아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주기도 하나, 전략적으로 첫인상을 곱게 꾸미는 것도 경쟁적 의미를 갖는 것은 맞다.
그러나 조심해야 한다. 디자인(d) 중심 전형이 아니거나 특히 디자이너(D)를 확실히 원하는 경우에서는 되려 반감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디자인 감각이 오히려 해가 되는 사례로, 실무자는 정보구조가 명확하고 핵심 내용이 빠르게 눈에 들어오는 구조를 선호합니다. 특히 소제목 배치, 콘텐츠 레이아웃, 키 메시지의 강조 방식 등은 대부분의 수신자에게 배려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정답이 없다. 맥락에 맞춰야 하는 이유다.
같은 포트폴리오라도 지원하는 회사나 포지션에 따라 소개 방식과 강조 포인트는 다르게 편집되어야 한다. 즉, 하나의 고정된 포트폴리오로 다양한 회사를 지원하기보다는, 주요 지원처별로 커스터마이징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란 의미다.
예컨대 대기업 UX 조직에서는 리서치와 프로세스를 중시하므로 해당 내용을 전면에 배치하고, 스타트업에서는 결과물과 성과 중심으로 역량을 드러내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이것도 설명을 위해 이렇게 표현을 한 것이지, 함부로 일반화하여 곧이곧대로 이해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위험하다. 중요한 건 재차 강조하는 바 ‘맥락’이다. 절대적으로 우월한, 언제 어디서나 먹히는 그런 포트폴리오란 환상일 뿐이다.
포트폴리오를 단순히 ‘잘 만든 작업물의 나열’로만 생각하면 지원자의 성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수신자는 ‘이 지원자가 우리 조직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를 가장 궁금해한다. 즉, 이 사람이 우리 회사에 입사를 했을 때, 일을 주었을 때를 시뮬레이션해봤을 때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지를 열심히 상상해 보게 된다는 것이다.
작업물 소개뿐 아니라 어떤 문제의식을 가졌고, 어떤 선택을 했으며, 이를 통해 어떤 학습을 했는가를 함께 보여주는 것이 그래서 필요하다. 시뮬레이션을 도와 나를 잘 이해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라면 과감하게 넣는 용기도 필요하다. 단, 그 기준은 당연히 수신자인 면접관 관점에서 가치 있는 정보여야 할 것이다.
특히 실무 경험이 많지 않은 신입 포지션에서는, ‘이 사람이 향후 어떤 확장성을 가질 수 있을까’ 또한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수 있다. 성과가 없더라도 가능성을 그릴 수 있게 도와야 하는 이유다. 평가자가 기대할 수 있는 성장 잠재력을 다른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나름대로 설득해 낼 수 있어야 한다.
포트폴리오는 자기 PR이자 기업과의 첫 대면이다. 아무리 잘 만든 결과물이 있더라도, 수신자가 원하는 맥락과 무관하다면 그저 ‘다른 사람 이야기’로 끝날 수 있다. 따라서 포트폴리오를 제작할 때는 지원 기업, 포지션, 수신자 유형, 산업 도메인을 명확히 설정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 전략과 문서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맥락을 이해했다는 전략 보고서인 셈이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보다 상대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을 추려내는 안목과 용기다. 정답은 없지만, 분명히 ‘더 좋은 설계’는 존재할 수 있단 것이다. 수신자의 시선과 관점을 끊임없이 되새기며 점검할 수 할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