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전형에서 포트폴리오를 제출하지 않아도 지원할 수 있는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분명 눈에 띈다는 것은 주목할 모습이다. 이는 일부 미대 입시에서 실기 시험을 폐지한 흐름과도 닮아 있다. 하지만 이 변화의 본질은 ‘기준의 완화’라기보다는 ‘평가 방식의 다변화’로 이해하는 게 맞다. 즉, 포트폴리오가 더 이상 필수적인 서류가 아니어도 되는 환경은, 포트폴리오가 가진 한계에 대한 선언이자 UX라는 직무에 대한 접근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UX는 본질적으로 결과물보다 과정 중심의 직무다. 프로젝트에서 어떤 문제의식을 가졌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여 해결했는지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때문에 포트폴리오 없이도 ‘문제 해결 사고력’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 또는 ‘실제 협업 경험’ 등을 다른 방식으로 입증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충분한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조직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현업에서는 포트폴리오보다 실무 능력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빠른 성장과 민첩한 의사결정을 요하는 조직일수록, 겉으로 보이는 결과물보다 실전에서 얼마나 잘 움직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래서인지 일부 기업에서는 지원자에게 포트폴리오보다 과제를 먼저 주거나, 인터뷰 단계에서 문제 해결에 대한 사고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형을 구성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UXer라는 역할이 단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결과’라는 본질에 더 충실해지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특히 대기업보다는 스타트업, 혹은 실무 중심의 조직에서 이러한 경향이 먼저 나타나기 시작했고, 점차 다양한 조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그만큼 UX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평가 방식도 그 깊이를 함께 갖추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AI 발전 속도가 예측을 뛰어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직업과 역할에 대한 재정의까지 함께 벌어지고 있어 어찌 보면 혼란스러운 형국에 더 가깝다. 그런 와중에 과도기적 성향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즉, 정답이라거나 확산될 추세라고 단정하긴 이르다.
멘토링 경험을 통해서도 느끼지만, UX 직무는 각 회사마다 정의와 활용 방식이 다르다. 같은 UX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어떤 곳은 리서치를 주로 하고, 어떤 곳은 인터페이스 설계에 더 치중하며, 또 어떤 곳은 서비스 전반을 기획하는 포지션이 되기도 한다. 포트폴리오가 갖는 의미 역시 조직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은 포트폴리오보다는 협업 경험, 커뮤니케이션 능력, 논리적인 스토리 전개력 등을 더 중요하게 보기도 한다. 특히 협업 중심 조직일수록 포트폴리오보다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 여부를 확인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래서 포트폴리오를 생략하고도 지원이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한 AI로 인한 평준화로 인해 변별력이 줄었다. 물론 똑같이 AI를 써도 더 잘하는 사람이라는 개념은 있을 수 있겠지만, 이걸 문서의 형태로 읽어내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결국 회사가 원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소프트스킬을 직접 보고 싶단 의중이라고 봐야 옳겠다. 사실 더 취업 난이도가 높아지는 셈이다.
여기서 오해는 피해야 할 것 같다. 포트폴리오가 불필요해졌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이것이 일반화될 흐름이라는 단정은 이르다. 여전히 많은 기업, 특히 대기업이나 전통적인 채용 구조를 가진 회사에서는 포트폴리오를 중요한 기준으로 본다. 다만, 포트폴리오가 단독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평가 항목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더 맞겠다.
실제로도 포트폴리오가 지나치게 디자인(d) 측면에서 복잡하거나, 평가자가 한눈에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게 구성된 경우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조언을 드린 적이 있다. ‘보여주기’에 집중하기보다 ‘무엇을, 왜, 어떻게’ 했는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전략적 문서로 다듬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유는 여전히 회사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문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 시대에는 문서 작성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감수하고 매니지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결국 문서를 다루는 기술은 필요한 셈이기에 포트폴리오의 퀄리티라는 측면보다는 문서 매니지먼트 능력을 보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적지만, 포트폴리오 없이도 되는 전형이 실제로 있다. 이런 전형에 지원하려는 분들은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시길 바란다. 첫째, 내가 그동안 어떤 경험을 했고, 그것이 사용자 경험 설계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 둘째, 나의 문제해결 사고력은 어떤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셋째, 나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어떤 사례로 입증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면접이나 자소서, 또는 과제를 통해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면 포트폴리오가 없더라도 당당히 지원해 볼 수 있다. 물론, 회사가 요구하는 바와 채용 포지션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한 뒤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포트폴리오를 대체할 수 있는 형태의 ‘경험 요약 문서’나 ‘문제 해결 사례 정리’ 등을 준비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결국, 이 흐름은 UX 직무에 대한 인식이 성숙해지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보이는 결과보다 문제 해결 능력과 사고 과정, 협업을 통한 의사결정에 더 주목하는 변화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아직 일부 기업이나 특정 조직에 국한된 것이기도 하므로,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의 특성과 문화, 채용 방식에 따라 유연하게 전략을 세워야 하겠다.
포트폴리오가 있든 없든, 중요한 것은 결국 나의 UX 역량이 어떤 방식으로든 ‘설명 가능’하고 ‘공감 가능’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단순히 문서를 준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가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 사람인지를 전달하려는 고민은 여전히 유효하다.
포트폴리오가 없으니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잘 드러낼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