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요] 유엑서로 일하고 싶어요 #049

by UX민수 ㅡ 변민수


요즘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하지만 일부 디자인(d) 전공자들의 UX 포트폴리오를 받아보면 UX를 여전히 그래픽 디자인의 연장선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꽤 있다. 그러니까 설령 제대로 UX 개념을 가졌어도, 이를 포트폴리오로 표현해 내는 과정에서 부지불식 간에 시각화 습관이 새어 나온 것이라고 나는 판단된다.




디자인(?) 수수께끼


이러한 오해는 학부 교육 과정에서 사이드 이펙트처럼 비롯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시각디자인 계열 전공은 당연히 조형감각과 심미성 중심의 교육이 주를 이룬다. 이게 틀린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UX 디자인(?)'이라고 어쨌든 불리려면, 시각디자인 요소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사용성이나 사용자 중심 접근의 흔적이 필요하다. 대부분 '어 했는데...'의 반응이다. 이 차이를 인지하고 UX 포트폴리오에 반영해 내는 것이 결국 핵심이 된다.


많이 볼 수 있는 유형은, 제시한 화면이 최선의 디자인(d)이라는 디자인(D)이 빠진 경우다. 또 다른 유형은 이러한 약점을 결국엔 다시 비주얼 아이덴티티와 시각적 완성도로 채우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 경향 등이 가장 흔하다.


이건 UI와 UX 개념은 알지만, 실무적 관점의 구분은 잘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결국 UX 포트폴리오임에도 '잘 만든 화면'을 UX라고 생각하고 제출하게 되는 것이다.



훈련소와 전쟁터의 간극


가장 큰 문제는, 소위 네카라쿠배 등으로 불리는 서비스 업계 중심의 '프로덕트 디자인' 측면의 피드백을 준용해서 손을 보기만 해온 결과물이다. 특히 이들 멘토로부터 폰트가 어떻고, 레이아웃이 어쩌고. 심지어 기껏 받은 유료 피드백이란 것이, 인사이트가 부족하다거나 아니면 기획의 참신성이나 서비스 기획 방향에 대한 리서치 깊이 부족 등의 심각성을 깨닫고 오는 경우다.


HCI 관점의 사용성 리서치의 향이 조금이라도 묻지도 않은 상황인데 말이다. 늘 이야기하지만 이것이 바로 불안거래의 결과다. 이런 여건에서는 하드코어 한 UI의 참모습을 만지지 조차 못한다. 마치 다이어트 없이 옷태가 잘 나고 옷이 핏 하게 잘 맞길 바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면접 경험이 없는 멘토로부터의 이러한 이야기는 근본적으로 더 나은 포트폴리오라기보다는 다른 버전의 포트폴리오를 향하기 십상이다.


취업을 위해서는 그럴듯한 교관이 아닌 실전문제를 출제도 해보고 상대방의 합불을 숙고해 봤던 실전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이 무엇보다 가중치가 높다. 물론 내가 가고자 하는 회사에 가까운 곳의 면접관이어야 하겠지만.



전략적 전환의 필요


이 문제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도 UX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전략적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예쁜 UI를 잘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왜' 이 기능이 필요하며, '어떻게' 사용자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을지를 설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결국 UXer는 디자인 툴을 잘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사용자 관점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그에 맞는 솔루션을 구체화해 비즈니스와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인건 교과서적이지만 파운데이션이다. 디자인(d)이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결과물의 일부 층위일 뿐, 절대 전체가 아님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버튼 위치가 여기가 최선인 이유는? 레이아웃을 테이블 형태가 아닌 그리드로 잡은 이유는? 비록 부족하더라도 납득할 맥락을 면접관에게 숨긴 이유는? 댓글 기능을 넣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대화창이 여기에 이렇게 생기게 넣은 사용성 측면의 이유는? 이런 식으로 제시된 화면에서 그의 생각과 의도, 관점이 보이며 문서만으로 소통이 돼야 하는데 시각적 어필만 하게 되면 이런 것 없이 그냥 믿으란 소리 밖에 되질 않는다. 그럼 결국 면접에서 물어보거나 아예 면접조차도 안 부르거나 둘 중 하나다. 면접관에게 뽑았을 때 어느 역할을 줘야 할까를 고민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다.




UX 직무를 목표로 한다면 UX 포트폴리오는 더 이상 ‘종합선물세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전체적인 톤 앤 매너, 소제목 구성, 페이싱 등도 물론 정돈되어 있어야 하고, 평가자가 프로젝트를 통해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 명확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극단적으로 사용자 관찰, 문제 분석, 기능 제안, 인터랙션 설계, 유효성 평가 등의 과정을 빼곡히 담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단 하나로도 승부를 걸어도 되고, 실제로 합격도 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더 중요한 것, 하드코어 한 UI 업무와 역할로 가면 갈수록 오히려 시각화 역량의 중요도는 옅어지고 경쟁을 할 이들 중에는 디자인(d)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나를 뽑을지 말지 선택할 면접관조차 디자인(d)을 모를 수도 있다. 이러한 수수께끼 같은 소리가 와닿지 않고 익숙지 않다면,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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