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는 그 자체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분야이며, 시각적인 디자인 중심의 UX와 문제해결 중심의 UX는 실제 업무에서 상이한 방식과 결과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 둘 중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커리어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단순한 직무 선택이 아닌,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UX 경력을 쌓고 정체성을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디자인(d)에 가까운 UX란 시각적인 완성도와 감성적인 설계, 인터페이스의 시각적 짜임새에 상대적으로 더 무게를 두는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사용자 흐름에 맞춰 직관적이고 정제된 UI를 설계하거나, GUI 중심의 디자인 조직에서 프로덕트의 화면 품질을 책임지는 역할이 이에 해당한다. 실제로 대기업 인하우스 UX 조직에서는 이러한 역할이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되어 운영되는 경우가 많고, GUI 디자이너와 UX 디자이너가 분리된 채 협업 구조를 이루기도 한다. 일반적인 프로덕트 디자인과 UX의 차이가 체감되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디자인(d) 중심 UX의 장점은 결과물이 명확하고 가시적이라는 점이다. 사용자는 물론 조직 내부에서도 성과가 빠르게 인지되며, 시각적 품질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나 제품의 인상을 직접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특히 시각디자인 베이스를 가진 사람에게는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고, 본인의 강점을 빠르게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선택지가 되기도 한다.
반면 한계도 분명하다. 역할이 시각디자인의 연장선에서 인식되다 보니 조직 내에서는 ‘그래픽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 정도로 포지셔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UX를 문제 정의나 전략 수립의 관점에서 넓게 다루고 싶을수록, 업무 범위가 다소 제한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특히 GUI 중심 조직에 속할 경우 사용자 리서치나 비즈니스 의사결정의 상위 단계와는 점점 거리가 생길 수 있으며, UX 전반을 조율하는 역할로 성장하는 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문제해결에 가까운 UX는 사용자 리서치, 서비스 전략 수립, 프로세스 개선 등을 통해 사용자 중심의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기여하는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UX의 핵심은 화면 결과물 자체라기보다는, 왜 이 문제가 발생했고 왜 이런 방향의 해법이 필요한지에 대한 근거와 논리를 설계하는 데 있다. Figma 등 툴은 하나의 수단일 뿐, 사고의 중심은 문제 정의와 가설 설정, 그리고 그 타당성을 설명하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 특히 리서치 기반의 에이전시나 일부 대학원 연구실에서는 이러한 문제정의와 해결 방식이 UX의 중심 역할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해결 중심 UX의 장점은 UX를 단순한 디자인(d) 역할이 아니라 비즈니스와 연결된 의사결정 영역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 경험을 근거로 전략을 설명하고 조직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 기획이나 제품 전략과의 접점도 자연스럽게 넓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UX를 통해 조직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치는 역할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경로이기도 하다.
다만 단점도 분명하다. 문제 정의와 리서치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릴 경우, 실질적인 결과물 없이 논의만 반복되는 상황에 빠지기 쉽다. 특히 실행 단계로 이어지지 못하면 UX가 추상적이고 실체 없는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 현업에서는 리서치를 충분히 하고 싶어도 시간과 자원의 제약으로 인해 이상적인 프로세스를 밟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무에서는 디자인(d)과 디자인(D), 다시 말해 시각적 완성도에 가까운 UX와 문제해결에 가까운 UX가 항상 명확히 나뉘어 작동하지는 않는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조직에서는 한 사람이 문제 정의부터 해결안 설계, 그리고 화면 구현까지 전 과정을 맡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디자인(d)의 감각과 디자인(D)의 사고를 동시에 요구받는 올라운드 UX 역할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 환경에서는 어느 한쪽만 잘해서는 일이 굴러가기 어렵고, 두 영역을 상황에 따라 오가며 사용하는 유연성이 중요하다.
반면 대기업처럼 조직과 역할이 세분화된 환경에서는 디자인(d)과 디자인(D)의 경계가 보다 분명해진다. GUI 디자인은 디자인(d)의 영역으로 명확히 구분되고, UX 설계나 리서치, 서비스 기획 등이 세부 조직은 디자인(D)에 가까운 역할로 분리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개인은 모든 과정을 다루기보다는 특정 지점에 깊이 관여하게 되며, 본인이 시각적 완성도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싶은지, 아니면 문제 정의와 구조 설계를 중심으로 역할을 가져가고 싶은지에 따라 체감하는 업무 만족도와 성장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지향점과 조직의 구조를 함께 비교해 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어떤 UX를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은 곧 어떤 회사에서, 어떤 도메인에서 일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과 상당히 맞닿아 있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자동차 UX는 인터랙션 설계와 사용 맥락 이해가 중요해 디자인(D)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고, 이커머스 UX는 사용자 행동 분석과 화면 최적화가 밀접하게 연결되며 디자인(d)과 디자인(D)이 동시에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디자인(d) 대 문제해결이라는 단순한 이분법보다는, 내가 몸담고 싶은 산업과 조직 구조 속에서 두 디자인이 어떤 비율과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고민의 핵심은 ‘내가 무엇을 더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디자인(d) 감각이 뛰어나고 시각적인 결과물에 대한 만족이 크다면 디자인(d) 중심의 UX가 자연스럽게 맞을 수 있다. 반면 사람의 행동을 분석하고 전략을 세우는 일에 흥미가 있다면 문제해결 중심 UX에 적합할 것이다.
두 가지 중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결국은 경험을 통해 좁혀지고 또 확장될 수 있다. 많은 멘토들이 말하듯,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UX 직무의 특성상, 가벼운 실무 경험이라도 빨리 접해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이 과정에서 내가 어떤 UX를 하고 싶은 사람인지 분명해질 수 있고, 그 이후의 학습이나 경력 설계도 더욱 명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UX는 사람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지만,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느냐는 전적으로 개인의 관심과 조직의 성격에 달려 있다. 디자인(d) 중심이든 문제해결 중심이든 ‘사용자 경험을 향상하는’ 목표는 같기 때문에, 스스로의 성향과 관심사를 기준으로 우선 방향을 설정하시되, 유연하게 경험의 폭을 넓혀가길 바란다.
현재로선 명확히 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지금의 고민이 이미 중요한 시그널이라는 점이고, 이 고민을 기반으로 실행하면서 판단력을 키워나가면 그만이다. 그 과정에서 언젠가 ‘이게 내가 하고 싶은 UX’라는 확신이 생길 것이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당장은 한쪽으로 저질러 보라. 그것이 곧 가장 빠른 탐색의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