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많이 간과하는, 취업 시장을 관통하는 하나의 규칙이다. 많은 취준생들이 노력과 열정, 개성과 잠재력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취업의 룰 자체를 구조적으로 바라보는 경우는 많지 않더라. 특히 디자이너(d) 성향이 짙은 이들일수록, 그들이 인하우스 UXer가 되고자 한다면 마음에 새겨야 할 한. 문장이다.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게임의 규칙을 이해하는 관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취업은 나를 표현하는 자리가 아니라, 조직이 리스크를 최소화할 안정적인 의사결정을 돕는 자리이다. 기업은 가능성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선택을 한다.
그래서 ‘잘할 것 같은 사람’보다 ‘바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뽑는 경향이 강하다. 경력자 우대의 본질이다. 특히 UX 분야는 신입을 많이 뽑지 않고 경력을 선호하는데, 이는 가르쳐주기가 쉽지 않고 실무가 교과서와 다르기 때문이다.
많은 취준생들이 여기서 오해를 한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얼마나 창의적인지, 얼마나 간절한지를 보여주려 한다. 하지만 채용 담당자가 궁금한 것은 다른 지점이다. 이 사람이 우리 조직 안에서 지금 당장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이다. 취업의 룰은 감동이 아니라 기능에 가깝다. 물론 알겠지만, 알아도 참 떨치기 쉽지 않다.
예술성은 분명 가치가 있다. 다만 그것이 시장에서 통용되려면 맥락이 필요하다. 특히 UX 포트폴리오는 단순히 감각적인 결과물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는 회사와 직무에 맞게 재편집되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해 왔다.
많이들 간과하는 부분은 이것이다. 취업은 ‘나라는 브랜드’를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이 직무에 가장 적합한 후보’ 임을 증명하는 자리라는 점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보다, 이 조직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가 우선순위이다. 나의 예술성이 무의미하다는 것이 아니라, 직무의 문제 해결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채용 시장에서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단 의미다.
특히 대기업일수록 업무는 세분화되어 있고, 교과서적 의미의 UX 전 과정을 한 사람이 다루는 경우는 드물다. 실무자는 자기 영역을 중심으로 일하게 되고, 전체 흐름을 설계하는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다. 이게 현실이다.
그런데 많은 취준생들이 이상적인 UXer 상을 머릿속에 그리고 그 모습에 자신을 맞추려 한다. 안타깝지만 현실의 조직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니 그런 포지션 자체가 눈에 띌 리가 없다. 사실상 현실에는 존재하기 어렵거나 작은 회사에서 궁여지책으로 생긴 기형적 모습이다.
채용은 ‘이상적인 인재상’을 뽑는 것이 아니라 ‘현재 조직 구조에 끼워 넣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과정이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어긋난 준비를 하게 된다.
나 역시도 그랬기도 하지만, 나는 멘티들에게 작은 조직이라도 실무를 경험해 보라고 조언해 왔다. UX는 현업과 교과서의 차이가 큰 분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을 해보면 조직이 어떤 언어로 움직이는지, 무엇을 가치로 두는지 체감하게 된다. 그 경험이 곧 취업의 룰을 읽는 감각이 된다.
취업을 준비하며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더 준비하면 언젠가 알아봐 주겠지’라는 기대이다. 그러나 시장은 준비의 양을 평가하지 않는다. 그저 적합성을 평가한다. 이 룰을 이해하면 전략이 달라질 수 있고, 과하게 매듭짓자면 내 운명도 바꿀 수 있다. 자연스럽게 무엇을 더 배울지가 아니라, 어떤 포지션에 나를 위치시킬지를 고민하게 된다.
필요한 직무의 적임자로 보이는 사람을 채용한다는 것은 냉정해 보이지만 현실에 가깝다. 그러나 이것을 좌절의 문장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취업이라는 게임의 규칙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단 의미이기 때문이다. 규칙을 모르면 감정적으로 흔들리지만, 규칙을 알면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예술성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시장에 들어갈 때는 시장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는 뜻이다. 취업은 나를 증명하는 과정이 아니라, 나를 ‘적임자’로 번역하는 과정이다. 이 관점을 이해하는 순간 준비의 방향이 달라진다. 그리고 그때부터 비로소 노력은 흩어지지 않고 쌓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