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를 공부하거나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정형화된 방법론과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배우게 된다. 그래서 많은 멘티들이 실무에서도 그러한 방식이 루틴처럼 정교하게 작동할 것이라 상상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 현업 환경에서는 과연 그런 이상적인 방식이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실제 업무에서는 어떤 역량이 더 중요하게 요구될까?
나 역시 준비생 시절에는 UX 실무가 굉장히 체계적이고 정형화된 프로세스 속에서 진행될 것이라 막연히 상상했던 적이 있다. 사용자 조사부터 인사이트 도출, 페르소나와 저니맵, 프로토타이핑과 검증까지 일종의 교과서적인 흐름이 실제 업무에서도 반복되는 루틴처럼 작동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실무에 들어와 보니 현실은 조금 달랐다.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항상 시간이 부족하고 일정은 급박하게 돌아가며 비용과 리소스에 대한 제약도 상당히 크다. 이러한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교과서에서 배우는 방식대로 모든 단계를 충분히 수행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최소한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준에서 빠르게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환경 속에서는 완벽한 방법론보다는 현실적인 판단과 속도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회사의 문화나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비교적 정교한 UX 프로세스를 적용할 수 있는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 내 경우 대학원에서 산학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참여해 극비 프로젝트를 1년 넘게 진행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 프로젝트에서는 비교적 충분한 시간과 리서치 환경이 주어졌고, 회사 역시 이러한 활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귀 기울이는 문화가 있었다.
이처럼 조직이 UX 활동의 의미를 이해하고 장기적인 가치를 인정하는 환경이라면 비교적 체계적인 리서치와 방법론을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그런 경우 실제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환경은 생각보다 제한적이며 모든 프로젝트에서 반복되는 일상적인 모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양산 중심의 조직이나 제품 개발 조직에서는 상황이 조금 더 현실적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이미 일정과 구조가 정해져 있고 제품 출시 일정이 빠듯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UX 리서치를 충분히 수행할 여유가 없는 경우도 흔하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완벽한 방법론을 수행하는 것보다 현재 상황 속에서 최대한 객관성을 확보하고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최소한의 검증을 시도한다. 동료 리뷰를 통해 의견을 교차 검증하기도 하고, 기존 사용자 데이터나 내부 인사이트를 참고하기도 하며, 작은 테스트나 빠른 프로토타이핑을 통해 이슈를 빠르게 확인하기도 한다.
즉, 교과서적인 UX 프로세스를 그대로 수행하기는 어렵지만 그 와중에도 조금이라도 객관성을 확보하고 문제를 점검하기 위한 다양한 차선책들이 현실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취업을 준비하는 멘티들이 “회사에 들어가면 무엇을 배우게 될까”라는 질문을 할 때 조금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편이다. 미안하지만 회사에서 교과서적인 UX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배워나가는 환경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무에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빠르게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제한된 시간과 리소스 속에서 어떻게든 해결책을 만들어내고, 여러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내는 능력이 더 크게 요구된다.
결국 회사가 기대하는 인재상 역시 완벽한 방법론을 수행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임기응변을 할 수 있고, 막힌 문제 속에서도 묘책을 찾아낼 수 있는 일머리를 가진 사람에 가깝다. 리서처를 전문적으로 뽑는 전형이나 조직이 아니라면 말이다. 어쩌면 UX 실무의 본질적인 역량은 일머리 혹은 센스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