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풀스택 디자이너(d/D)라고 하면 주로 웹 도메인에서 디자인(d)과 프론트엔드 개발을 함께 수행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그 역할이 변화하면서, 단순히 개발까지 수행할 수 있는 디자이너(d/D)라기보다는 AI 역량을 활용해 능력이 확장되고 증강된 디자이너(d/D)라는 관점으로도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용어의 명확한 정의나 용례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사회와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주목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
UX 분야는 애초에 하나의 단일 학문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 다양한 분야가 결합된 융합적인 성격을 가진 영역이다. 실제 현업에서도 UX 조직을 보면 디자인(d) 전공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공대, 심리학, 인문계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구조 때문에 UX 직무는 특정 전공이나 기술 하나로 정의되기 어려운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UXer의 역할 역시 계속 확장되어 왔다. 과거에는 그래픽 디자인 중심에서 UI 디자인(d/D)으로, 다시 UX 설계와 서비스 기획 영역까지 확장되었고, 최근에는 데이터와 AI를 이해하는 역량까지 포함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 맥락에서 보면 풀스택 디자이너(d/D)라는 개념 역시 단순히 디자인(d)과 개발을 모두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넘어, 여러 영역을 이해하고 연결할 수 있는 토털 디자이너(d/D)라는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UX 유니콘의 현실판 명칭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최근 들어 AI 역량을 활용한 UXer라는 개념이 이제는 강력하게 중요해지고 있다. 생성형 AI 도구나 자동화 기술이 등장하면서 UX 작업의 일부는 점차 자동화되거나 효율화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UXer는 단순히 결과물을 만드는 사람이라기보다는 AI 도구를 활용해 더 빠르게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다양한 시안을 탐색하고,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역할로 이동하고 있다.
이동하고 있다고 하지만 업무에 있어서는 약간 미지근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025년을 기점으로 회사들의 AI를 대하는 태도가 돌변했다고 느낀다. 따라서, 업무적으로 당장은 잘 체감이 안될 수 있더라도, 이 역시 언젠가 갑자기 확 느껴지는 순간이 오리라 예상한다. 그것도 '곧' 말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을 지칭하는 어떤 직무나 명칭이 정립된 것은 아니다. 어떤 곳에서는 AI UX(AI UXer) 혹은 AI 어그먼티드 디자이너(d/D)와 같은 표현들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아직은 하나의 표준 용어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으로는 디자인(d)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논의도 동시에 존재한다. 생성형 AI가 인터페이스 디자인(d)이나 그래픽 시안을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게 되면서 일부 작업 영역은 실제로 자동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디자인(d) 분야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종종 제기된다.
하지만 UX 관점에서 보면 디자인(D)은 단순히 화면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과정이다. 제품의 흐름을 설계하고 사용자 문제를 정의하며 서비스의 방향을 결정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판단과 맥락 이해가 중요한 영역이다. 실제 기업에서도 UX 조직의 역할은 회사마다 상당히 다르게 정의되며, 어떤 조직에서는 리서치 중심 역할이 강하고 어떤 조직에서는 UI 설계나 서비스 전략이 중심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AI가 등장한다고 해서 UXer의 역할이 단순히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역할의 중심이 이동한다고 보는 편이 더 현실적인 해석이다. 디자인(?)이었던 용어가 보다 온전히 디자인(D)이 되지 않을까 나는 생각한다.
업계에서는 종종 디자인(d)도 잘하고 개발도 하고 데이터도 이해하고 비즈니스 전략까지 아는 사람을 찾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 사람이 모든 영역을 완벽하게 수행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제는 현실화될 수 있는 인재상일 것 같다. AI 때문이다. 경쟁의 구도와 역량의 기준 등이 이로 인해 모두 재편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UX 조직이 큰 기업일수록 역할은 오히려 더 세분화되는 경향이 있어 왔다. 대기업의 UX 조직에서는 업무가 잘게 나뉘어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이 UX의 모든 영역을 담당하기보다는 특정 영역을 중심으로 협업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구조가 이렇기 때문에 갑자기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인재상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이 아니다. 따라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여러 우여곡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유니콘은 현시점 판타지일 뿐, 곧 현실이 되리라고 전망된다. 그리고 그들의 대부분은 시니어보다는 주니어일 심산이 크다. 왜냐하면 시니어들은 이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이를 바꿔 이야기하면, 주니어들에게 새로운 큰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성세대들이 말하는 위기 속에 큰 기회의 주인은 어쩌면 여러분일 수 있기에, 위기보다는 기회에 방점을 찍고 부지런히 자신을 증강해 나아갔으면 좋겠다.
풀스택 디자이너(d/D)나 AI UXer 같은 개념을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다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문 영역을 중심으로 다른 영역을 이해하고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UX 유니콘의 실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