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성장의 무대

by UX민수 ㅡ 변민수

모든 사람은 무대 위에 서 있다. 누구는 조명을 받으며 중심에 서고, 누구는 빛이 닿지 않는 구석에서 다음 장면을 준비한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누가 빛을 받느냐’에만 집중한 채, 그 무대를 누가 세웠는가, 어떤 원칙으로 운영되는가를 잊곤 한다.


성장은 단지 개인의 능력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그 능력을 판단하고 조율할 수 있는 사회의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이 글은 그 구조를, 다시 말해 성장이 가능한 무대를 만드는 조건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재주가 많은 사람과 재주가 적은 사람


세상에는 재주가 많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문제는 누가 더 우월한가가 아니라, 누구의 속도에 맞춰 세상이 돌아가느냐에 있다.


재주가 많은 사람이 재주가 적은 사람에게 맞추어야 하는 사회는 평균의 안정은 얻지만, 창조의 불꽃은 꺼진다. 그곳에서는 누구도 다치지 않지만, 누구도 자라지 않는다. 반대로 재주가 적은 사람이 재주가 많은 사람에게 맞추어야 하는 사회는 불편하고 때로는 잔혹하지만, 그 불균형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태어난다.


성장의 본질은 불균형에 있다. 다만 그 불균형이 지속 가능한가, 그리고 그것을 판단하고 균형 있게 조율할 ‘눈’이 있는가가 관건이다. 그 눈이야말로 사회의 가장 귀한 재주가 아닐 수 없다.



재주를 부리는 시대, 재주를 숨기는 시대


어떤 시대는 재주를 부추기고, 어떤 시대는 재주를 숨기게 만든다.


재주를 부추기는 시대에는 창의가 넘치지만, 경계가 무너지고 욕망이 폭주한다. 모두가 ‘특별해지려’ 애쓰다 보니, 정작 ‘함께 잘 사는 법’을 잊는다. 반대로 재주를 숨기게 만드는 시대에는 질서와 평등이 있지만, 생명력이 사라진다. 사람들은 실수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검열하며, 결국 아무도 재주를 부리지 못하는 사회가 된다.


결국 둘 다 엉망이 되기 쉽다. 재주는 경직되어도 시들고, 방임되어도 오만해진다. 그래서 사회에는 재주를 부릴 수 있는 ‘안전한 무대’, 즉, 자유와 책임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모두 곰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어른과 교육의 몫


그 무대를 만드는 주체가 바로 어른이며, 그 도구가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는 아이의 재주를 서열로 가르치지 말고, 구조로 이해해야 한다. 선생은 재주의 옥석을 가려내는 감별사가 아니라, 재주가 꽃피도록 토양을 다듬는 정원사여야 한다.


교육의 목적은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소비자를 생산자로 바꾸는 일이어야 할 것이다. 생산자는 사회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존재이고, 그 에너지가 돌 때 경제는 살아난다. 따라서 교육은 결국 경제적 구조의 심장이 된다.


하지만 이 심장은 어른들의 책임 속에서만 제대로 뛸 수 있다. 아이들이 재주를 실험할 수 있는 여유, 실패할 수 있는 시간, 그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믿음. 그 모든 장치를 설계하는 것은 어른의 일이다.



성장의 조건


성장은 ‘많이 가진 사람’의 특권이 아니다. 제대로 판별하고 이끌어주는 무대가 있는 사람의 권리다. 재주는 무대가 있을 때만 빛난다. 그 무대를 만든다는 것은 곧, 사회가 한 사람의 가능성을 믿고 그 가능성을 실험하게 허락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누가 더 잘하느냐’를 가리는 경쟁장이 아니라, ‘누가 더 자라느냐’를 지켜보는 무대이다. 성장은 그렇게,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문제,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가 된다.


모두가 무대 위에 서 있는 지금, 이 무대가 더 나은 방향으로 조명되기를 바란다. 그 빛이 공평할 필요는 없지만,
정의로워야 한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함께 자랄 수 있지 않을까.




무대의 막이 내리면 조명은 꺼지고, 관객은 떠난다. 그러나 진짜 성장은 그 뒤에 남는다. 무대 뒤편에서 서로의 대사를 복기하고, 조명이 닿지 않았던 어둠 속에서 다음 장면의 연습이 시작된다. 성장은 그렇게, 막이 내린 뒤에도 계속된다. 누군가의 무대는 이미 끝났지만, 그 무대를 본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속에서는 새로운 장면이 막 시작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성장의 무대란, 사람이 사람을 이어주는 과정이다. 빛을 주고받으며, 다음 세대의 조명을 함께 켜주는 일. 그 불빛이 꺼지지 않는 한, 우리는 여전히 성장 중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