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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의 근원

'잇다' 멘토 해부학: 멘티가 좋아하는 멘토 되기 노하우

by UX민수 ㅡ 변민수

어쩌면 보면 나는 멘토가 아니라 그냥 '잇다' 마니아일지도 모르겠다.



지극한 선행의 이면에 이기심이 있고
지독한 악행의 이면에 이타심이 있다
(21.10.15)

논란의 여지가 있을까 모르겠지만, 어떤 의미에서 강력 범죄자는 악행이나 범행에 진심인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엇이든 어디든 진심을 다한다는 것의 힘, 보통의 사람들이 악인이 아닌 이유는 남에게 해코지를 할 진심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반대로 선인은 그가 이타적이어서 그럴까?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진짜 손에 꼽을 선인들은 선행을 향한 지극한 이기심이 있지 않고서는 그러한 희생과 헌신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극단적인 일반화다.


결국 선악을 떠나서 무엇에 그토록 진심이었는가가 그의 행동을 결정하는 관건 아닐까? 보통의 사람들은 그런 의미에서 그다지 무언가에 진심이 아니었거나 그저 일반적인 것에 진심이었을 수 있는 것이다. 굉장히 맹숭맹숭할 수 있을 이 '진심은 통한다'는 의미에 대해 좀 더 장황하게 적어볼까 한다.




플랫폼 내에서 1등 멘토가 되다


8년 동안 한 번의 휴면 신청 없이 꾸준히 '잇다'에서 답변을 해온 결과 어느 순간부터 내가 잇다라는 플랫폼 안에서 팔로워수 1위, 답변수 1위인 멘토가 됐다. 실은 이게 정말로 미스터리 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다른 멘토들에 비하면 나는 대외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공통적으로 보수가 없어 즐겨하는 '잇다' 그리고 '취준컴퍼니' 외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활동을 잘하지 않는다. 물론 나는 IT 혹은 UX 인플루언서도 아니다. 이 브런치를 제외하고는 그 흔한 소셜미디어도, 단톡방 운영 등도 멘토링과 관련해서도 활발히 하고 있지 않다. 다른 멘토들의 프로필만 보더라도 뭐 엄청 부지런하게 다수의 채널을 동시에 운영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과는 확실히 대조적인 행보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이런저런 제안이나 제의가 안 오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오히려 매번 거절하기 바빴다.


내가 대외활동을 활발히 안 하는 이유는, 그러한 활동을 잘 해낼 여력이 턱없이 부족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실은 몹시 주저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사내 겸업금지가 신경 쓰이다 보니 의도적으로 모든 활동에 있어 소극적 스탠스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위의 활동 외에는 딱히 이렇다 할 대외활동이 없다 보니 멘티의 유입을 견인할 퍼스털브랜드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최근에서야 비로소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는 나로선 '잇다' 플랫폼에서의 나의 위치가 참 의아할 수밖에 없다.



미궁 속인 1등 요인


심지어 UX라는 멘토링 분야의 파이가 그렇게 넓은 분야는 아마 아닐 것이다. 상식적으로도 그렇고 상대적으로도 공기업, 영업, 마케팅 등의 타 분야가 시장성이 훨씬 더 클 수밖에 없지 않을까. 당연히 인기와 추천 순으로 검색해 보면, 기존 발행된 '잇다' 콘텐츠에서도 UX 관련은 잘 보이지 않고 늘 꽁꽁 숨어 있다. 체급 차이가 나도 너무 분명히 난다. 몇 번 경험했던 직무 컨퍼런스에서도, 예를 들어 모집인원이 100명이라면 금세 마감되는 타 분야에 비해, UX 분야는 20명 남짓 인원이 가까스로 모이는 정도였으니 규모 측면에서 분명 약소 분야다. 근데 왜?


이런 상황을 알면 알수록 내 응답 게시물이 가장 많고 팔로워수도 가장 높다는 것은 굉장히 비정상적이며, 마케팅 측면에서 봤을 때에도 그럴만한 요인이 없기에 더욱더 해석이 어렵다. '잇다' 측에서 몇 해전에 SEO를 했다고는 하던데 그렇다 해도 내 글이 많이 검색되는 것은 고사하고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전 직군을 통틀어 어떻게 UXer가 1등 멘토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상황에서 내가 가장 긍정하는 포인트는 이것이 허수가 거의 없는 순수 지표란 점에 있다. 책도 그렇다. 이러한 활동을 견인한 게 아니라 오히려 이 활동이 책을 이끌었기에, '잇다'의 지표는 더욱더 순도가 높다고 내겐 느껴질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결과를 일으킨 요인이 상대적으로 덜 복잡하고 어쩌면 풀이 또한 가능하지 않을까. 대체 무엇이 나라는 멘토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걸 알면 멘토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어쩌면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를 분석해 봤다.



요인을 찾기 위한 분석



잇다에서 볼 수 있는 3가지 글 종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잇다의 답변 시스템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 멘토가 발생할 수 있는 콘텐츠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기본적으로 1:1 질의응답 답변, 그리고 에세이가 있다. 에세이 말고도 '콘텐츠'라 불리는 것이 또 있다. 이것은 이미 1:1 질의응답이 오간 뒤 잇다 콘텐츠 팀에서 우수한 답변이라고 평가해 질의응답 건을 퍼블릭 공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에세이와는 다르게 잇다 팀의 큐레이션과 감수가 포함된 게 바로 '콘텐츠'다. 그러니까 '콘텐츠'는 멘토가 발행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1:1 질의응답: 멘티의 질문에 멘토가 답변한 글 (멘토 개입 가능)

에세이: 질문 없이 멘토가 작성해 올린 글 (멘토 개입 가능)

'콘텐츠': 1:1 질의응답 중 우수 건으로 채택된 글 (멘토 개입 불가능)



요인 1: 많은 답변수


명예멘토


답변수가 많다는 것은 실제로 성사된 멘토링 활성화의 증거로, 실질적으로 멘토가 멘티에 의해서 얼마나 많이 소비되었는가 알 수 있는 핵심 정보이다. 그러니 멘토보다도 서비스를 이용할 고객인 멘티와 플랫폼 제공자인 잇다에게 무엇보다 의미가 큰 지표라 볼 수 있겠다. 답변수 상위권에 랭크된 이들 대부분이 실제로 '명예멘토'인 것만 보더라도 자연스러운 추론이다. (명예멘토 역시도 '잇다'측에서 나름의 기준을 갖고 선발한다.)


양적 측면


그렇게 답변수가 많으면 아무래도 답변의 글자수도 많을 확률이 높다. 그렇게 지금까지 작성한 답변의 글자수가 무려 (재작년 기준) 100만 자가 한참 넘는다. SNS에서나 볼 수 있는 숫자 '1M'이다. 가늠을 위해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를 예로 들면, 25년에 걸쳐 자그마치 600만 자 정도 분량이 쓰였다고 한다. 5년에 120만 자 꼴이니 얼추 맞먹는다. 이 같은 추세라면 걸출한 대하소설 수준 분량의 데이터가 쏟아져 나온다는 의미이다. (물론 요즘 글이 죽고 있고 실제로 질문도 극히 줄은 추세라 이 기록을 절대 세울 순 없겠다.)



요인 2: 긴 답변 분량


질적 측면


하지만 여기까지는 생산된 콘텐츠의 양적 측면만을 바라본 관점이다. 문제는 양이 많아도 1:1 멘토링의 특성상 질문을 보내온 멘티와 답변을 한 멘토 둘만 볼 수 있는 비밀 글일 뿐이라는 점이다. 이것을 한계라고 여겼는지 과거 어느 시점 잇다에서는 우수 질의응답 사례를 채택해서 '콘텐츠' 형태로 발행해 잇다가 생각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수면 위로 노출시키기 시작했다. 이것이 검색 최적화 전략과 만나면서 잇다 플랫폼으로의 유입을 늘리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이 큐레이션의 기준과 권한은 전적으로 잇다에 있다. 따라서 에세이와 다르게 멘토의 의지가 포함될 수 없다.


심리적 측면


답변이 길어지는 것은 읽은 사람에게 그다지 좋은 게 아닐 수 있다.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사실 내가 답변을 길게 적어서 받은 피드백은 예상과는 다르다. 아무리 짤막한 피드백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감동을 받은 이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답변이 길어지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장황하게 늘어놓은 질문을 정연하게 정리를 해준다거나 혹은 질문 글에 마치 주석을 달 듯 일일이 옮겨다 적곤 하니 길어지는 것도 있다. 즉, 분량이 길다는 것에는 '정성'이 포함되고, 그 정성은 멘티에게 '감동'으로 다가가더라. 그것이 다른 멘토와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나는 자평한다. 이는 어렵지 않게 확인해 볼 수 있다. 공개된 '콘텐츠'를 실제로 열람해서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나처럼 열과 성을 다해서,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답을 달아주는 이는 못 봤다. 아니 없다. 내가 분명 비정상이다.



잇다 글 중 '콘텐츠'의 상대적 가치


에세이는 멘토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발행할 수 있는 블로그 같은 종류의 직접 작성형 글이다. 하지만 1:1 질의응답 답변은 실제 멘티로부터 질문을 받지 않으면, 멘토 자의적으로 답변이라는 글 생산 자체가 원천 불가능하다. 즉, 에세이는 많아도 사실 큰 의미가 없으며, 실질적으론 1:1 질의응답이 많아야 활성률이 높다는 반증이 된다. 여기에 더해 '콘텐츠'가 많다는 것은 활성률이라는 양적 성과는 물론 질적 성과까지도 검증되었음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콘텐츠'가 많은 멘토일수록 찐이란 소리다. 실제로 '콘텐츠'보다 에세이가 많은 멘토들도 있다. 멘티의 입장에서는 에세이보다도 '콘텐츠'가 중요하다. 내 경우 에세이는 1개뿐이고, 콘텐츠가 개수가 잇다 플랫폼 내에서 1, 2위를 다툰다. 너무 뻔해 보이지만 결국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볼 때 콘텐츠 파워가 주요인이었다고 분석해 볼 수 있겠다.



누구나 찐 멘토가 될 수 있다


답변의 수과 인기도 즉, 양적 질적으로 모두 1위를 할 수 있었던 비법은 비정상적 정성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감동에 의한 부상이었다고 나는 분석한다. 이 때문에 나는 이 기조를 내내 버릴 수가 없었다. 누군가는 때문에 나의 이러한 행보와 행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한다. 어쨌든 상식밖의 정성은 그것이 무례만 아니라면 거의 모두에게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 10번 가까이 재질문을 던진 경우도, 수년 만에 다시 찾아온 멘티들도 제법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감동을 준다는 게 이렇게나 쉬운 일인가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떤가, 사실 자기 자랑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에 불과해서 꼴 보기 싫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혹여, 멘토가 되고 싶은 이들이라면 난 주목해 봄직하다고 생각한다. 미미한 시작과 창대한 끝은 종이 한 장 차이 밖에 나지 않기 때문이다. '정성'이 전부다. 솔직함이 차별화다. 아마 감성적 다정함 보다는 이성적 다정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내겐 이렇듯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명백한 비법이 있다. 그리고 그 비법을 통해 여러분도 얼마든지 꽤 괜찮은 멘토로서 활동할 수 있다. 만약 이것이 어렵다면, 멘토는 차처럼 멘티에 의해 우려 지는 것이기에 우선은 좋은 멘티가 되어 보는 것도 방법이다.




Photo by Carli Jee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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