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를 위한 현실지도의 필요성
UX를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은 정해진 길을 따라 걷는 ‘등산’이 아닙니다. 누구나 걸을 수 있는 길과 노선을 따라가면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여정이 아닌, 각자 자신의 길을 개척해야 하는 ‘등반’에 더 가깝습니다. 그만큼 현업 UXer의 커리어 여정은 일반화가 어려울 정도로 다채로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UX를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경험을 나누거나, 실무 노하우를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일 겁니다. 하지만 이 방법들이 항상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잘못된 정보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UX를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쉽게 제공할 수 있는 조언은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것입니다. 실무에서 겪었던 일, 프로젝트에서의 성공과 실패담은 듣는 사람에게 현실적인 감각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경험이 전체 업계와 비교해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입니다.
워낙 다양한 경로가 있기 때문에 내가 걸어온 길이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때론 오히려 이런 가이드는 여정에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다양한 성격이 존재하는 것처럼, UX에서도 같은 경험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교통사고가 나도 어떤 사람은 사망하고, 어떤 사람은 가벼운 타박상으로 끝나는 것처럼 양상은 각양각색입니다. 실제 업계가 이처럼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살아남았다면, 그것이 방법의 효과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그건 ‘운’ 일 가능성이 큽니다. 즉, 특정한 방법이 효과적이었다고 해서 그것이 보편적인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우연히 맞아떨어졌던 것입니다. 오히려 이를 통해 앞으로 ‘이렇게 하면 된다’는 식의 조언은 그래서 위험할 수 있습니다.
어벤저스에 관심이 컸던 스파이더맨이 “어벤저스가 되려면 어떤 자격을 얻어야 하나요?”라고 아이언맨에게 물었을 때, 토니 스타크는 어떤 정형화된 코스웍을 말해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끽해야 본인의 경험담을 얘기해 줄 수밖에 없을 테죠.
만약 이 질문을 캡틴 아메리카에게 했다면 어땠을까요? 그는 아마도 ‘슈퍼 솔저 혈청부터 우선 맞아야 한다’고 했을 것입니다. 만약 헐크라면? 일단 ‘감마선에 피폭돼야 한다’고 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이제 어떤 후배가 훗날 스파이더맨에게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고 칩시다. 그는 혈청도 피폭도 다 필요 없고, 어떻게 해서든 실험실의 거미에 우선 물리고 봐야 한다고 대답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경험 나누기’ 방식의 한계입니다. 어떤 길을 걸어왔느냐에 따라 정답이 달라지는 것이죠. 따라서 경험을 전달하는 것은 득이 되기보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보는 제공하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득이 되어야 가치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UX 독학은 위험합니다. 말 그대로 ‘독(毒)학’ 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험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제공해야 할까요? 바로 ‘지도’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지도는 단순히 목적지만 표시된 것이 아닙니다. 내가 갈 곳뿐만 아니라, 평생 가보지 않을 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든 길이 표시된 것이 바로 지도입니다.
선배란 본질적으로 ‘먼저 가본 사람’입니다. 하지만 먼저 가봤다고 해서 모든 길을 아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멘토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가능한 많은 길을 가본 이가 괜찮은 멘토가 될 확률이 큽니다. 이를 통해 자신의 다양한 경험을 전달하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나와 방향성이 다른 이라면, 각자의 방향에 맞는 목적지를 스스로 설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것을 해줄 수 있는 도구가 바로 지도인 것입니다.
같은 경험을 하고도,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나는 이렇게 했으니 너도 이렇게 해라”는 꼰대의 방식입니다. “나는 이렇게 했으니 참고해라”는 플러스마이너스 제로, 보통입니다. “나는 그렇게 했지만, 너는 이런 방식으로 해보는 게 어떨까?”라고 맞춤 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UX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답이 아닙니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본인이 직접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멘토는 살아있는 지도로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살아있는 지도의 첫 번째 덕목은 공감이고, 두 번째 덕목은 맞춤입니다.
UX 커리어는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등산’ 보다는 각자 다른 방법으로 길을 찾아가야 하는 ‘등반’에 가깝습니다. 경험을 나누는 것은 물론 유용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보편적인 정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정보는 제공하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득을 봐야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독학은 위험할 수 있으며, 지도를 통해 넓은 시야를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어떤 길을 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길을 찾아야 하는가’를 깨닫는 것입니다. UX라는 여정에서는 그렇게 나만의 길을 개척하는 것이 커리어 빌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Photo by Tamas Tuzes-Katai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