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로봇과 부딪힐 뻔한 안 뻔한 기분
회사 건물 지하에 돌아다니는 로봇과 부딪힐 뻔했다.
엘리베이터 골목 모서리를 돌려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부딪히진 않아 별 일은 없었지만 기분이 좀 그랬다.
근데 지나고 보니 이 기분의 종류가 좀 색다르게 느껴졌다.
그냥 사람과 부딪힐 뻔했을 때랑은 달랐기 때문이다.
순간 올라온 감정이었지만 내가 느낀 어떤 성가심은
로봇이 아닌 이를 운영 중인 어떤 주체를 향한 것이었다.
모서리에 접근 시엔 거리를 두고 운행을 하게끔 한다던가
보행자 우선 조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등...
아주 순간적이었지만 로봇은 그저 로봇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자 이어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길에서 로봇과 부딪힐 뻔한 경우 얼마나 사람처럼 생긴 로봇,
얼마나 고도화된 AI여야 이 로봇에게 직접적으로
불만 내지는 짜증의 감정이 곧바로 이어져 들 수 있게 될까?
5년의 시간이 흘러 이제 굉장히 많은 인간형 로봇이 등장했다.
어느 모서리에서 그런 로봇과 부딪혀도 그 회사를 탓하지
아직까진 그 로봇을 직접적인 인격체로 여겨 욕할 순 없을 것 같다.
뭔가 성큼 다가온 것 같으면서도 그렇게 보면 아직도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