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해지는 인터페이스 속에서 UXer의 역할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페이스(UI)는 점점 더 옅어지고, 투명해지고 있다. 버튼은 사라지고, 화면은 간결해지며, 기계와 인간의 상호작용은 자연스럽고 생략된 형태(NUI)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흐름 속에서도 사용자들은 여전히 새롭고 자극적인 경험을 갈망한다. 그렇다면 UXer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UI가 변화하는 만큼, UX 또한 진화하고 있으며, 이제 차세대 UXer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과거에는 복잡한 버튼과 메뉴가 가득한 화면이 익숙했다. 그러나 이제 ‘Less is More’라는 철학이 UI 설계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사용자들은 더 이상 불필요한 옵션이나 복잡한 인터페이스를 원하지 않는다. 대신 필요한 정보와 기능만을 직관적이고 간결하게 제공받기를 기대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이상적인 상태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Google과 Naver의 검색창은 어느 것이 더 우수한지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건 인터페이스가 단순해질수록 사용자 경험의 가치가 단순화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사용자는 더 깊이 있는, 감성적이고 몰입감 있는 경험을 원하게 된다. 인터페이스가 생략되고 보이지 않는(UI-less) 환경일수록 사용자와 제품 간의 상호작용은 더욱 치밀하게 설계되어야 하며, 바로 그 지점에서 UXer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이제는 ‘Less UI, More UX’의 시대다.
인터페이스가 사라질수록 사용자는 더 이상 시각적 요소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AI와 음성 인터페이스, 제로 UI(Zero UI)의 등장으로 사용자는 화면을 보지 않고도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UXer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바로 시각적인 UI가 아닌, 사용자의 맥락과 환경에 최적화된 다중 감각적인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는 감각을 넘어 ‘감성 품질’을 강화해야 한다. 감성 품질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용성 너머에 있는 가치다. 때로는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경험이 오히려 사용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과거에 불편하다고 여겨졌던 요소가 오히려 신선한 경험으로 재해석되는 경우도 있다. UXer는 이러한 감성적 요소를 섬세하게 설계하고, 사용자의 기대에 '풍미'를 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기술은 사용자 경험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인공지능, 음성 인터페이스, AR/VR, IoT 등은 사용자가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기기와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 그 결과, 사용자 경험은 점점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는 ‘Less UI, More UX’라는 패러다임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터페이스가 투명해질수록 사용자들은 제품과 서비스가 주는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경험에 더 높은 기대를 갖는다. UXer는 기술 중심의 설계에 머물지 않고, 사용자의 맥락과 감정을 읽어내야 한다.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서 인간의 감각을 자극하고, 예상치 못한 감동과 몰입을 유도하는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데이터 기반의 정교한 설계 역시 필수다.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해나가는 과정은 UXer의 핵심 업무다. 하지만 데이터만으로 사용자를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인간의 욕구와 감정을 포착하고, 그 본질을 설계하려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미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 업무에서는 아직도 많이 생략되곤 한다.
결국 UXer는 기술과 인간성의 균형을 넘어, 사람을 위한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인터페이스가 보이지 않는 시대에도 사용자는 여전히 새롭고 자극적인 경험을 원한다. UXer는 사용성과 편리함을 넘어, 사용자 삶에 긍정적인 영향과 울림을 주는 경험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제 UXer가 설계해야 할 경험은 기술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만들어내는 '공감의 설계'로 확장되어야 한다. 기술은 수단일 뿐이며,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을 위한 경험이다. 감성과 공감이 중심이 된 경험 설계가 차세대 UXer의 역할이다.
인터페이스가 단순해지고 투명해질수록 UX 측면은 더욱 강력한 차별화 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다. UXer는 단순히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사용자에게 강렬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선사하는 디자이너(D)가 되어야 한다. 인간 중심의 디자인 철학을 견지하며, 사용자의 감정과 니즈를 세심하게 반영한 경험을 설계하는 것. 그것이 차세대 UXer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결론적으로, 인터페이스가 사라져도 사용자들은 여전히 새롭고 감각적인 경험을 원한다. UXer는 UI의 경계를 넘어, 기술과 인간성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사람 중심의 혁신적인 경험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 시대 UXer에게 요구되는 것은 ‘사용성’을 넘어 ‘의미’를 설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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